#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가한 소회
...... 따위는, 지금으로선 쓰고 싶지 않지만(저렇게 단정한 제목을 달고 이야기할 기분이 아니올시다아아아~~ 이거다.) 나라는 사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주된 정서, 그 어마무시한 수치심이 다시 또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에 잠시 끄적여 본다.
어제 내가 쓴 글들을 쭈욱 보면서 꽤 많은 글을 발행 취소하였다.
차암~내, 잘도 이런 걸 글이라고 썼네,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발행 취소. 얼씨구, 놀고 있네, 하며 또 발행 취소. 그러다 보니 서랍 속에 저장된 글 혹은 발행 취소된 글이 발행된 글보다 훨씬 많아졌다.
이런, 다시 또 고대무덤이 탄생하고 있구먼. 혀를 끌끌끌~ 찼다.
나의 유일한 독자이자(본인은 거부하지만), 언젠가 글이라고는 개코도 모르는 인간이라 칭하며 분노를 폭발시켰던 상대인 남편을 붙잡고 "나는 앞으로 뭘 써야 할까, 뭘 어떻게 써야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을까?"라고 했더니 남편이 어리둥절해하며 '얘가 또 왜 이러지?' 하는 표정으로 도망칠 궁리만 하고 있었다.
"저기... 만약에, 혹시나, 바람 같은 거 필 생각이 있다면 좀 극적인 상대를 골라서, 이를테면 재벌집 사모님 같은 사람이랑 바람이 나서 나를 좀 사정없이 처절하게 버려줄래?"라는 말을 했다가 지금 뭔 소리를 하고 있냐는 핀잔만 잔뜩 들었다. 그러게, 뭔 소리를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 꽤 오래전에 이글루스라는 플랫폼에서 나이 든 백수로서의 열등감과 서른이 넘은 나이에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 있는 곤혹, 게다가 동생들은 이미 시집 장가를 간 후의 찌질함을 토해 내곤 했었다. 내가 다시 직업을 가지게 되고 애인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그 무엇도 쓰지 않게 되었고 내겐 잊힌 곳이 되었다. 그곳에 박제되어 있는 나의 흑역사를 마주하기가 곤란하여 그때 뭘 저리도 많이 쓴 걸까, 하며 그곳에 담긴 나의 이야기들을 한심하게 여기기까지 했다. 무심코 꺼내보다간 무언가가 봉인 해제되어 튀어나올까 두려운 글들이 많았기에 가끔씩 이글루스에 접속할 때면 고대 무덤을 탐험하는 기분이었다.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실눈을 뜨고선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내디뎌야 했으며 그 순간의 배경음악으론 장송곡 같은 것이 딱이었다. 장르가 탐험물이라 해서 배경음악으로 인디아나 존스의 OST가 흐른다? 어림도 없는 소리다.
# 이글루스를 고대 무덤으로 만든 후 한참이 지난 2022년 늦가을에 브런치를 시작했다. 한동안 꽤 열심히 글을 썼었다. 토해내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지 이것저것 떠오르는 대로 매일매일 쓰던 날들도 있었다. 아들 머릿속에 펼쳐지던 오로라 이야기도, 다시 태어나도 또 부부로 만나고 싶은 남편 이야기도, 철수와의 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도 모두 썼었다. 그러다 작년 여름쯤 그 모든 것들을 다 썼다 싶었고 내가 '나'인 상태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당분간 없겠구나 생각했었다.
새로 발행하는 글보단 발행했다가 취소하는 글이 더 많이 쌓여갔던 날들이었다. 새로운 고대 무덤들이 생겨나는 듯했다. 소설을 써야지, 생각했지만 쓰다만 소설들도 역시나 고대 무덤 속으로 봉인되어 갔다.
# 글은 못 쓰지만, 글을 보는 눈은 있다고 생각한다. (에헴)
이번 브런치북 수상작 중에 처음부터 어랏! 싶었던 작품이 있다. 연재 초창기부터 '어? 나 이 글 종이책으로 읽고 싶어!'라는 생각에 남몰래 응원하기 기능을 사용하여(실은, 이 기능을 좀 싫어해서 응원할 때 살짝 부끄럽다...;;) 책값이 보통 이 금액인데요~~ 하며 책값을 치렀었다.
그 작품을 보았던 눈으로 다시금 내 글을 보고 있는 중이다.
내가 무슨 고대 문명 수집가도 아니고, 무덤지기는 더욱더 아니니, 다시 또 고대 무덤을 탄생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장 쓰고 싶은 글이 뭐였는지. 발행했다가 취소했던 글들 중에 다시 제대로 써서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글은 없는지 촘촘하게 살펴보려 한다. '많고 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쓰고 싶다고 늘 생각하는데 여전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무덤에서 끄집어내어 다시 쓴다면 이번엔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사실, 자신...... 없다.
# 종종 서로의 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이웃 작가님들 중엔 더 이상 이곳에서 글을 쓰지 않는 분들이 꽤 있다. 어디서라도 글을 쓰고 있을까. 자주 그리워한다. 나처럼 무덤 위를 서성이며 미련이 가득한 한숨만 내쉬지 말고 어디서든 꼭 글을 쓰고 계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느 날, 반가운 편지가 날아든 듯 그들의 글을 접하게 된다면 나는 정말로, 굉장히 많이, 아주 아주 많이 기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