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엄마, 아빠의 사랑법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by 날아라빌리

온라인 연수가 있어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던 날이었다.

이 등교 준비를 하며 몇 번이나 물었다.

"교 갔다 와도 정말로 엄마가 집에 있어? 할머니가 있는 거 아니지?"

그럼, 그럼! 고개를 끄덕여주고 학교로 보냈다.

온라인으로 연수에 참석하고 점심을 먹은 후 동네 산책을 하고 다시 강의를 듣고 있는데 아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업이 끝났을 시간이라 얼른 집에 오라고 했더니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좀 놀다가 가겠단다. 그리곤 다시 전화가 와서 "엄마!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치킨 좀 시켜주면 안 돼?" 하는 거다.

의 목소리에선 하교 후에도 집에 엄마가 있다는 기쁨과 그러니 좀 놀다가(할머니는 학교 마친 후 집으로 바로 오라고 한다) 가겠다는 신남과 우리 엄마가 치킨 시켜준대~하는 우쭐거림이 가득했다.

전화기를 통해 놀이터에 있는 주변 친구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진짜 치킨? 아, 그럼 나는 피자. 나는 햄버거, 근데 너네 엄마 집에 있어?

잔뜩 상기된 아이의 기분에 나도 덩달아 들떠서 "몇 마리면 돼? 친구들 몇 명이야?" 하며 치킨을 시켜줬다.

잠시 후 배달 완료를 알리는 알람이 울렸고 놀이터에서 놀던 아은 치킨을 받아 들고 친구들에게 달려갔다.

줌을 잔뜩 당겨 찍은 아들의 뒷통수

베란다를 통해 놀이터를 내려다보니 아 주변으로 친구들이 와글와글 몰려들었고 왁자지껄 떠들며 사이좋게 치킨을 나눠먹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있던 할머니들이 너네 뭐먹니? 하는 듯 살피러 왔었고 잘 치우고 싸우지 말고 먹어라 등의 소리를 하시는 거 같았다.

잠시 후 치킨 2마리와 사이드 메뉴를 후다닥 해치운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놀기 시작하길래 나도 다시 강의에 집중했다.


해질 때까지 놀다가 들어온 아이를 안아주며 치킨 맛있었어? 했더니 맛있었다고 한다.

친구들은 네가 치킨 사는 거 알아?

당연히 알 테지만, 아까 들이 보여줬던 귀여운 우쭐거림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서 물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 아니, 애들은 안** 이가 치킨 산 줄 아는 거 같아.

- 엥? 치킨을 들고 간 건 넌데 애들이 왜 안**이가 샀다고 생각해?

- 내가 들고 간 걸 본 애들도 있긴 하지만, 안** 아빠가 사장님이고 평소에 포켓몬 빵을 자주 돌리기 때문에 애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

- 아빠가 사장님이야?

- 응! 부자야. 태권도장에도 맨날 포켓몬빵 사서 보내.


그 치킨은 내 치킨이다, 왜 말을 못 해?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아빠가 부자라고 하니 묘하게 설득되어 멍하니 "아...... 아빠가 부자면 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 부자 아빠는 이길 수 없지"했다.

그 순간 아들이 훅 치고 들어왔다.

엄마, 엄마랑 아빠는 월급이 얼마야? 우리는 가난해?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몰라, 한참을 아...... 하다가, 우리 집? 우리 집은 부자는 아니지만...... 가난하지도 않고, 음...... 이 정도면 부자이긴 한데 그렇게 막 부자는 아니고...... 그니까, 사장님 정도는 아데. 암튼 포켓몬빵은 삼립이라 사면 안 되는 건데 아직도 사구나......(우물쭈물)하며 얼버무렸다.

가진 거라곤 빚더미 위에 쌓아 올린 집 한 채뿐이란 말을 아들에게 사실대로 할 순 없어서 식은땀을 좀 흘려야 했다. 즘 방영 중인 드라마 중에 '금수저'라는 드라마가 있던데 우연히 그 드라마 제목을 본 아들이 "엄마, 나는 금수저야? 나는 뭐야?"라고 물어왔을 때만큼이나 쩔쩔맸다.


부자아빠의 사랑도, 가난한 아빠의 사랑도 모두가 같은 사랑이겠지만 그 사랑을 담아내는 그릇의 현실적인 차이를 아들이 조금씩 느끼게 될까 봐 즘 들어 부쩍 아찔해지고 있다.

최선을 다해 촘촘하게 메워보려 하겠지만 틀림없이 어쩔 수가 없을 그 상대적인 차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이가 '가난'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될까 봐, 벌써부터 마음이 조금 아프다.


아무래도 그날, 강의를 듣던 중이었어도 잠시 놀이터에 내려갈 걸 그랬다. 보란 듯이 아들을 한 번 안아주곤 , "애들아 맛있니? 한 마리 더 시켜줄까?"라고 어봤어야 했다. 바로 코 앞이었는데. 에이그! 쯧쯧.

가난한 엄마와 아빠의 사랑법! 일단은 민첩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일 것. 잊지 말고 꼭 기억하자.

도통 답을 알 순 없지만, 어쨌든 무작정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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