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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의 앞다리 세 번째 마디의 돌기 연구의 생물학

자칫 무용해 보일 수 있는 연구지만

by FlyBiochemist


1900년대 초 모건과 그의 제자들이 유리로 된 우유병에 바나나를 썩혀서 온갖 초파리를 모으던 시절부터 세상의 수많은 초파리 돌연변이를 모으며 여러 유전자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뭔가 신기한 현상 - 눈이 하얀색이거나 몸이 죄다 까만색이거나 뭔가 눈에 띄는 찾기 쉬운 건 이미 누가 쓸어가고 현미경으로 봐야 알만한 차이가 나는 돌연변이를 찾으며 연구자들이 찾기 쉬운 건 앞에 사람들이 다 해 먹었네!! 하며 투덜투덜 연구하던 시절 1940년대.


수컷 초파리의 앞다리 세 번째 마디에는 sex comb이라는 mating 할 때 암컷을 꽉 붙드는데 쓰는 털이 부슬부슬한 곳이 있는데 이게 중간 다리 세 번째 마디에서 나타나는 돌연변이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나타내는 돌연변이들이 여러 유전자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sex comb이 여러 개니까 polycomb이라고 유전자들 집단 이름을 지어주게 됩니다.


polycomb 유전자 중 하나인 scr. 돌연변이가 되면 sexcomb이 없어지고 과발현되면 sex comb이 증가한다

이런 초파리 앞다리 세 번째 마디가 복사(?)된 게 뭐가 중요한지 일반인 입장에서 보면 이런 쓸데없는 연구가 따로 없겠죠. 하지만 과학자들은 복사가 되었다는데 집중했습니다.

곤충은 몸의 마디 단위로 정체성이 결정되는데요, 큰 단위로는 머리-가슴-배, 그리고 하부 단위로는 가슴에 붙어있는 세 쌍 다리도 앞다리-중간다리-뒷다리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초파리 sex comb은 첫 번째 다리에, 날개는 중간다리와 같은 체절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유전자들을 조절하면 이 위치 지정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런 정체성을 조절하는 유전자들을 찾았습니다. 과발현 하면 초파리 더듬이 자리에 다리가 자라고 없애면 다리 대신 더듬이가 생기는 유전자 (Antp), 돌연변이가 되었더니 뒷다리 위에 퇴화한 날개가 다시 생기는 유전자를 찾았습니다 (trx). polycomb을 포함한 이러한 유전자와 하위유전자들을 체절 간의 정체성을 바꾼다고 homeogene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곤충만 체절단위로 발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도 머리와 몸통이 구분되고, 입에서 시작된 소화기관은 항문까지 방향성 있게 변하며, 갈비뼈도 넓은 곳이 있고 좁은 곳이 있고, 뇌도 앞은 전두엽이라고 부르고 맨 뒤에 소뇌와는 아주 다르잖습니까. 발달 단계에서 앞-뒤, 등-배축의 구성은 제대로 된 발달에 아주 중요하죠. 초파리도 사람도 이런 homeogene들이 이런 앞뒤, 그리고 어느 정도 체절인지 정체성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합니다.


사람도 초파리도 앞-뒤의 위치들을 조절하는 유전자들은 비슷합니다


현대 분자생물학 기술의 발전은 homeogene이 염색체를 조이거나 풀고, 그 아래단계 히스톤이나 유전자의 아세틸-메틸레이션을 조절 등등 하여 광범위한 유전자들의 발현을 한꺼번에 조절한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유전자들의 약한 돌연변이가 발달장애, 그리고 암세포의 증식에 관여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초파리 시절부터의 정립된 연구를 바탕으로 유전자 간의 상호작용도 빠르게 알아볼 수 있었고요


우리가 흔히 기초과학이라고 하는 어디다 쓸 줄 모르는 연구들은 돌고 돌아 우리와 세상에 대한 이해, 그리고 질병치료의 실마리가 됩니다. 그러니 누가 초파리 앞다리 세 번째 마디 같은 걸 연구해도 이해해 주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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