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시간에 우리는 미토콘드리아에 대해서 배웁니다. 미토콘드리아는 포도당과 산소로 세포 내의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소기관이며, 그 외에도 칼슘이온의 저장소로 신호 전달에 관여하고 발생과정이나 세포 대미지가 커서 세포가 죽어야 되는 경우 다른 주변 세포에게 피해가 덜 가는 정돈된 방식의 세포사멸 (아포토시스, apoptosis)를 촉발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는 모양은 동그랗고 안에 꼬불꼬불한 이중막 모양인데, 이런 모양은 1950년대 세포 내 소기관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발견되었습니다. 동글동글한 막 안에 특징적인 이중막이 있었고, 온갖 생화학자들이 달려들어 밝혀낸 결과 내막에서 ATP 합성이 일어나는 기작을 발견했죠. 이것도 할 이야기가 많은데 암튼 우리는 교과서에서 미토콘드리아를 단면도로 많이 보여줍니다. 하지만 교과서 그림은 모식도다 보니 마치 지하철 노선도처럼 정확한 정보를 담는 것이 아닙니다.
대개의 세포에서 일단 미토콘드리아는 겁나게 많습니다 (세포 내 부피의 25% 정도). 그리고 100-2000개라고 언급되는 미토콘드리아의 개수는 DNA기준 환산치이고, 실제로는 죄다 연결되어 있죠. 그러다 보니 현미경으로 보이는 미토콘드리아는 교과서의 강낭콩 같은 모양보다는 아래와 같은 그물망 모양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모식도에 두세 개 존재하는 숫자보다 더 많고 더 연결되어 있어야 현실반영인 것이죠.
오히려 세포가 상태가 안 좋을수록 이러한 기존의 그물 모양에서 안 좋은 부분만 똑 따로 떼서 날려버린 미토콘드리아가 많아집니다. 이런 쪼개진 미토콘드리아의 존재는 많은 질병과 연관되는데, 파킨슨 병의 경우에서도 이러한 미토콘드리아 외벽에서 대미지 입은 미토콘드리아를 똑 떼서 분해하는 신호기작 (Parkin-Pink1 mediated mitophagy)이 작동하지 않으면 망가진 미토콘드리아가 제때 처리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병의 원인 중 하나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따로 존재하는 짧고 알약같이 생긴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는 것 같은 미토콘드리아가 다 질병을 일으키는 것인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어딘가로 수송될 때는 또 이런 콩알모양이 유리하니까요. 신경세포는 끊임없는 칼슘-나트륨 펌프를 통한 전기신호 전달, 그리고 말단 부위에서 신호전달물질 분비-수용-재활용 사이클을 돌리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조직인데 핵과 그 주변에서 만들어 보내기에는 너무나 길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앙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말단부에 보내기보다는 에너지가 사용되는 곳에 미토콘드리아를 보내서 거기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더 이득입니다. 그래서 마이크로튜블 위를 열심히 걸어가는 다이네인과 키네신들이 미토콘드리아를 이고 지고 말단부까지 들고 가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녀석들은 그물망 모양보다는 교과서적인(?) 콩알 모양입니다
암튼 교과서는 지하철 노선도 같은 것입니다. 리얼월드와는 다르다고요.
참고자료미토콘드리아 연구의 초기 역사 (Ernster, Schatz, 1981) https://rupress.org/jcb/article-abstract/91/3/227s/19679/Mitochondria-a-historical-review?redirectedFrom=fulltext
미토콘드리아 숫자는 어떻게 세었나 (Bahr, Herbener, and Glas 1966)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0014482766905490
Pink1 / Parkin 시그널링 (파킨슨과 다른 퇴행성뇌질환) https://actaneurocomms.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40478-020-01062-w
신경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수송 https://www.nature.com/articles/nrn3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