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치매의 위험 유전자, APOE type E4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세포 밖의 아밀로이드 베타, 세포 안의 타우 단백질의 응집이 가장 대표적인 표현형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에서 이러한 단백질의 응집이 나타나지만 생각보다 해당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아밀로이드 베타의 전구체인 APP, 그리고 이걸 잘라서 아밀로이드 베타로 만드는 베타와 감마 secretase에 돌연변이가 있는 조기 치매 환자는 전체의 극히 일부입니다 (1~5%).

나머지는 여러 위험유전자 (risk factor)들의 조합으로 확률적으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위험유전자란 해당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고 모두 발병하진 않지만 발병 확률을 높여주는 유전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알츠하이머의 위험 유전자 중 가장 유명한 것은 APOE 유전자죠. APOE 유전자는 서열 3개 차이로 E2, E3, 그리고 E4 3가지 유형이 있는데, E4가, 그것도 엄마 아빠로부터 받은 양쪽 모두 인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APOE 타입에 따른 85세 이전에 경도인지장애 혹은 알츠하이머가 올 확률.

인구통계에 기반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E4 형태는 아프리카나 히스패닉에 비해 유럽인에게, 그리고 유럽인에 비해 동아시아인에게 더 많은 편이며 실제 알츠하이머로 이어지는 비율도 타인종 대비 동아시아인이 더 높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건 좀 더 연구가 필요해요) 확실한 것은 어느 인종이던 이 APOE4 유전자형이 치매확률을 올려준다는 것이죠.

그럼 APOE는 도대체 뭘 하는 녀석인가? 하면 지방 운반체입니다. 지방(과 인지질)을 한 세포에서 다른 세포 혹은 다른 조직으로 이동시킬 때 지방을 꽉 잡아주는 녀석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여러분 피검사하면 나오는 LDL 콜레스테롤 있잖습니까. 그게 혼자 둥둥 떠다니는 게 아니라 이런 지방결합 단백질들이 붙어서 옮겨주는 겁니다.

뇌에서는 신경세포를 도와주는 별아교세포(astrocyte)에서 주로 발현됩니다. 치매에서 죽어가는 신경세포가 아니라요. 그럼 별아교세포에서 만들어지는 APOE4는 어떻게 치매를 일으킬 확률을 높여줄까요?

잠깐만 이야기를 신경세포의 특수성에 돌려보겠습니다. 신경세포는 굉장히 특수한 세포입니다. 다른 세포들과 다르게 한번 분화된 이후로 굉장히 오랜 시간 (거의 평생) 사멸하지 않습니다. 장세포가 2-3일, 신경세포 다음으로 오래 사는 심장근육세포가 40년인 것에 비하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죠.

세포의 수명. 신경세포는 한번 생성되면 거의 평생 죽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에 있는 세포 중에 가장 길고, 가장 에너지 소모가 많은 세포입니다. 그러다 보니 필요한 물질을 직접 만들거나 분해하기보다는 별아교세포들에게 맡기는 편입니다. 신경세포는 매일 신선한 영양분 - 에너지원으로 포도당 또는 젖산, 그리고 세포막에 필요한 인지질등 -을 제공받고 신호전달 물질과 노폐물을 분비하면 그것들을 다시 교세포가 받아서 가공하여 돌려줍니다. 이러한 신경세포-교세포간의 왕복수송은 신경세포의 건강에 필수적이죠.

별아교세포의 글루타메이트 리사이클링과 젖산(lactate) 수송을 통한 신경 에너지와 물질 공급.

현재까지 APOE4와 알츠하이머의 관계에 대한 가장 유력한 가설은 세 개의 아미노산 변화로 인해 지방수송능력이 변화된 APOE4에 의해 물질 수송이 바뀌며 여러 문제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APOE4 보유 마우스 모델의 경우 별아교세포에 지방방울 (lipid droplet)이 생겨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간에서 간세포에 나타나는 그런 것이죠. 신경에 필요한 만큼 인지질과 각종 지방물질들을 만들었는데 수송이 안되면 쌓이겠죠.

또한 APOE4는 산화된 지방을 조금 더 잘 운반하고 일반적인 지방은 잘 운반을 못한다는 논문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지방들은 신경미세교세포(microglia)에도 잘못 전달이 되는 듯합니다. 이 미세교세포가 세포외부에 떠다니는 알츠하이머 원인물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방이 쌓인 미세교세포에선 그 기능이 저하됩니다. 교세포의 지방누적에 의한 기능저하 그리고 그로 인한 아밀로이드 베타 청소 미진, 그러면서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에 의해 신경과 교세포의 염증반응 증가, 그로 인해 스트레스받은 신경세포는 더 많은 아밀로이드 베타를 뿜어내고 vicious cycle에 들어간 뇌는 아마도 가속화된 치매를 맞이하게 되겠지요.

아직까지는 type 대비 어떤 치료법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해당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다면 좀 더 조심하는 수밖에요.

참고자료

인종별 APOE4 risk: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neurology/fullarticle/2811630

ApoE type 간 AD risk: https://journals.plos.org/plosmedicine/article?id=10.1371%2Fjournal.pmed.1002254

APOE와 AD의 관계:https://molecularneurodegeneration.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3024-022-00574-4

APOE4와 신경-교세포간 지질 이동: https://www.cell.com/cell-reports/fulltext/S2211-1247%2820%29315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