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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썰

낭만의 끄트머리에 서있던 짬킹 노교수님

by FlyBiochemist

내가 대학에 막 들어왔을 무렵, 은퇴를 막 하시던 짬킹 노교수님이 하시던 강의를 들었다. 교수님은 그 세대 답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이셨는데 주옥같은 명언을 몇 개 남기셨다.


(1) 커닝해서 안 걸릴 자신 있으면 얼마든지 해라 남는 것은 학점뿐이다.

(1-2) 커닝하는데 친구들이 일러서 네가 F를 맞는다면? 그것 또한 네 인덕의 문제다. 그렇지 않게 단속 잘하는 게 니 능력이다.


교수님의 시험문제는 3개였고 그중 한 개는 교수님의 수업 3개 중에 항상 공통 출제였다. (즉 각기 다른 과목이어도 항상 같이 출제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누가 물어봤더니


(2) 시험은 중요한걸 니 머리에 넣기 위해 존재한다. 그럼 중요한걸 문제로 내면 졸업하기 전에 외워서 나갈 것 아니냐?


물론 광합성 회로도와 미토콘드리아 내 산소와 포도당이 ATP가 되는 걸 쉽게 외우는 사람은 없지만 교수님의 의도대로 우린 그걸 다 외우는 사람이 되어 사회로 배출되었다 ㅋㅋ


우리 과 짬킹 노교수님은 생물학 관련 개그 - 다소 선 넘는 개그를 좋아하셨다.


(3) 꽃은 식물의 생식기이므로 고백할 때 꽃을 주는 것은 다른 선물에 비해 합리적인 선택이다.


(4) 교미 없이 생물이 태어나는 단위생식은 XY염색체에서는 여성만 태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예수는 여성이었을 것이었다.

(4-1) "누가 예수님이 어느 성인지 확인했어? 확인했냐고?"

(오해를 막기 위해, 교수님은 큰 교회 장로님이었고, 대학원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목사님들 앞에서 강연을 하다 저 드립을 치고 쫓겨나신 경험이 있다고 한다... 어 이럼 오해가 아닌데?)


(5) 아기는 기생충이다.

"숙주에 빌붙어 자라고, 양분을 얻기 위해 숙주의 대사를 조절하는데, 나중에 때가 되면 연결을 끊고 숙주를 부수고 밖으로 나간단 말이지. 그러면서 중간에 면역은 기가멕히게 회피해요. 이게 기생충이 아니고 뭐야?"


(6) 정자는 남자가 아니고, 난자는 여자가 아니야

"사람들이 정자는 남자고 난자는 여자라서 정자가 짝을 찾아 능동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하지만 정자의 절반은 X염색체고 절반은 Y염색체니까 절반은 여자 절반은 남자인거지!"


(6-1) 정자는 바이러스?

"근데 생각해 봐, 유전정보만 세포 안에 쏙 넣고 아무것도 못 남기는 걸 보면 정자 이건 바이러스야. 사실 난자혼자서 처녀생식으로 발생하는 생물이 얼마나 많아? 정자는 없어져도 되는 존재라고"


이런 이단(?)의 생물학을 익힌 대학생은 그 죄로 아직도 대학원에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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