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주말 영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m Sep 12. 2021

Summer Days, Summer Nights

여름날, Long Islands, New York

 미국 동부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여름 한 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롱아일랜드 한쪽 마을에 사는 여러 선남선녀들의 각자의 사랑들이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펼쳐지지는 시원한 사랑이야기이죠. 물론 우리나라 고전 사랑이야기 - 황순원의 소나기, 조승우의 클래식 등 - 처럼 누가 죽거나 하는 애절한 이야기를 부자연스럽게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1980년대 초반 알록달록한 옷가지가 유행하던 시절이 배경입니다. 롱아일랜드가 뉴욕주이고 맨해튼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지만 분위기는 매우 다릅니다. 같은 뉴욕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쑥스러울 정도이죠. 뉴욕에서의 멋쟁이 직장인들이 목 끝까지 올라오는 셔츠와 블라우스 단추를 채우고 다니고 있다면, 이곳 해변 마을에서는 보통 윗저고리 자체를 걸치고 다니는 일이 거의 없으니 말입니다. 청춘들의 고민과 사랑이라는 한여름 시원한 블루 레모네이드 같이 상큼한 내용만큼이나 눈도 시원한 영화가 아닐까요. 꼭 배우들의 아웃핏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부 캘리포니아 남부 해변처럼 파란 하늘이 내려앉은 화려한 바다는 아니지만, 동부 바닷가의 약간 구름 낀 바다도 코로나 시국에는 시원해만 보입니다.


 같은 목조주택과 벽돌 건물들이지만 서부 바닷가의 쨍쨍한 톤의 컬러와 동부 바닷가의 살짝은 바랜 것 같은 톤의 컬러는 그 자체로도 은근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아무래도 장소와 시대적인 면도 있어서 그런지 등장하는 인물들도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서부의 샌 디에고나 L.A가 배경이었다면 이렇게 흑인이나 아시안이 한 명도 안 나올 수는 없겠죠.


 영화 정보를 찾아보니 2017년에 제작되어 2018년에 영화제에 출품되었었는데, 2021년 여름이 되어서야 미국에서 개봉하게 되었네요. 다닐 사람들은 다니고 있겠지만, 직장이나 이런저런 문제들로 여행이나 바다는커녕 집 밖 한번 제대로 나가보지 못한 저에게 이런 영화는 가뭄의 단비 같은 간접경험이 되곤 합니다.


https://www.6sqft.com/architecture-day-trip-visit-the-mansions-of-gatsbys-gold-coast/


 롱아일랜드 배경의 영화를 떠올려보자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위대한 개츠비가 떠오릅니다. 일단 시대적으로 다르기도 하고, 롱아일랜드도 큰 섬이기 때문에 구석구석마다 사는 방식이 다 다르겠죠. 개츠비의 롱아일랜드는 성처럼 생긴 대저택과 부호들의 파티의 장소였다면, 이 영화의 롱아일랜드는 그냥 편안하고 여유 있는 해변 마을일 뿐입니다. 같은 인근 지역이지만 이렇게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니, 나중에 동부 뉴욕 여행을 한번 더 가 볼일이 있다면 롱아일랜드에서 며칠 지내보는 것도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워낙 맨해튼에서의 보름 정도의 여행이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언제쯤 다시 가보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독립기념일(7.4.)이나 그 마무리를 전하는 노동절(9.6.)과 같은 미국의 여름을 대표하는 휴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미국인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만한 소재라고나 할까요. 우리로 치면 여름방학 이야기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뭔가 그때만 허용되는 일탈 같은 이야기 말이죠. 지금은 원로가수가 되어버린 DJ DOC의 '여름이야기' 같은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엄청난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할만한 내용과, 추억할만한 시기와, 보기에 편안한 장소를 담고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지 않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Black Widow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