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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Sep 21. 2021

The Post

언론자유, 국가안보, 무거운 이야기를 묵직이 풀어낸 스필버그와 배우들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입니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중 비교적 근래에 본 작품이 요즘 메타버스 열풍으로 많이 회자되는 '레디 플레이어 원'이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를 감독 및 제작을 하셨더군요. 할리우드에서 블록버스터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든 장본인이기에, 그의 영화는 뭔가 미래지향적이기만 할 것 같은데,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중간중간 이렇게 과거의 중요한 한 사건에 대해서 묵직하게 다루는 영화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행크스와 메릴 스트립. 감독을 차치하고서라도   배우의 이름 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무거운 이야기를 묵직하게 풀어내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를  배는  표현할  있는 배우들이랄까요. 워싱턴 포스트의 주식 공개를 앞둔, 회사의 존망을 책임져야 하는 발행인 메릴 스트립과, 어떻게 해서 특종을 잡고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 언론의 순기능을 수행하려는 편집장  행크스. 둘은 서로 다른 입장에서 시작해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가, 문제의 본질에 가까워질수록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아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간지 발행이라는 정해진 일정에 맞춰  시간,  ,  초의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시간 속에서 말이죠.


 지금 2021년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한번 생각해 볼 만한 영화입니다. 집권세력의 강행으로 소위 언론중재법이라고 하는 여러 가지 모호한 조항을 담고 있는 법안이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언론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고, 또 반대쪽 면에서는 언론의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국제 인권단체인 'Human Rights Watch'에서 이 언론 중재법으로 인해 북한이 아닌 남한에 대해 인권 차원의 우려를 표했다고 하니 언론의,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 것은 쉽게 통제에 순응하며 살아온 우리들의 생각보다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영화 속에서 다루고 있는 종이로 출력된 신문 1면이 가지는 사회적 기대, 가치와 지금 우리가 포털사이트나 스마트폰에서 클릭해서 보는 기사의 수준이나 내용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실 어느 정도 사실과 근거에 기초한 기사가 생산이 되어야 하는데,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인들 네거티브식' 기사가 워낙 많기도 하고, 또 그렇게 이용되기도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대로 된 정보와 의견을 전해주기보다, 자극적인 제목과, 의혹성 내용으로 클릭을 유도하고,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이 근본적인 언론사 존립의 목적이기 때문인 건지도 모릅니다. 어떤 면에서는 블로거, 유튜버들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혹자들은 '뉴스나 언론에서 볼만한 건 일기예보 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지도 모르죠.


 2017년도에 개봉했던 이 영화는 1971년도 베트남전에 대한 군사비밀 폭로기사와 관련된 사실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이 2021년도이니 벌써 50년 전 이야기네요. 당시 미국 사회가 지나왔던 사회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 50년이 지난 이 한반도에서도 찾아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70년대가 배경이다 보니 내용을 떠나 영화 자체로도 소소한 것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실내 사무실, 식당에서 담배를 물고 상대방과 대화하는 모습들, 워싱턴 포스트 신문사가 위치하고 있는 동부 워싱턴 D.C의 거리 풍경, '70년대 느낌이 물씬 나는 각종 의상과 인테리어들. 또 요즘 친구들이 보면 집구석구석 벽면에 달려있는 유선 전화기로 여러 명이 같이 통화하고 엿듣는 모습도 신기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태어나서부터 컬러 액정 핸드폰, 스마트폰이 있었던 세대니까요. 커다랗게 뻥 뚫린 신문사 사무실에 한쪽을 바라보고 줄을 서 있는 책상과, 그 책상 위에 컴퓨터와 모니터 대신 올라와 있는 타자기. 신문이 '프린트' 되는 것이 아니라 금속 활자 조합으로 '인쇄'되는 모습들도 그 자체만으로 흥미로운 장면들이었고, 타자기의 탁탁거리는 소리와 인쇄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통해서 긴박함을 고조시키는 스필버그 감독의 연출도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70년대 초, 미군의 베트남전 철수를 얼마 앞두고 있지 않았을 때입니다. 그러고 보니 '21년 올해는 미군이 아프간에서도 철군을 한 해였죠. 이 영화는 미국이 인정하기 힘들었던 베트남전에서의 패배와 관련된 사실을 다룬 영화였는데, 몇십 년 후에는 아프간전과 관련된 이런 영화가 또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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