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주말 영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m Oct 03. 2021

Free Guy, 메타버스 + 인공지능

라이언 레이놀즈의 또 다른 히어로

 요즘 핫한 콘셉트를 잔뜩 담고 있으면서, 라이언 레이놀즈라는 재치 넘치는 배우를 원톱으로 배치해서 신선한 메시지와 재미를 모두 선사해 준 아주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인공지능 캐릭터들로 구성되어 있는,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Free City라는 게임을 바탕으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히어로물 콘셉트로 재미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화상회의와 같은 비대면 일상이 증가하면서 '메타버스'라는 말이 여기저기나 많이 들리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 많이 회자되곤 합니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플레이어들이 다양한 센서를 직접 착용하고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는데 이건 조금은 먼 미래 같아 보이긴 했습니다.


 이 영화 '프리 가이'에서 나오는 메타버스는 이보다는 조금 가까운 미래 같아 보입니다. 그냥 키보드와 모니터, 헤드셋을 통해 접속하는 가상세계니까요. 폭력성과 자유도로 인기 높은 게임 GTA가 좀 더 발전하면 이렇게 될 수 있을까요. '진짜 이런 게 얼마 멀지 않았겠구나' 또는 '어린 친구들이 하고 있는 게임은 이 정도일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현실은 정리안 된 조그마한 방이지만, 가상현실 속 내 캐릭터는 오토바이, 고급차량을 즐비하게 세워놓고도 끝이 보이지 않는 깔끔한 저택에 살고 있기도 합니다. 어느 공간이 더 의미 있는 공간일까요, 마치 예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영화 '인셉션'에서 나왔던 '잠들고 꿈을 꾸기 위해 현실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떠오르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메타버스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에 대한 메시지도 담고 있습니다. 딥러닝, 뉴럴 네트워크 등의 요즘 인공지능 기술은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는 동안 뇌 속에서 어떤 과정이 수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어떻게 기계가 학습하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 주지 못하는 것이 제한사항입니다. 일종의 블랙박스인 것이죠. 인공지능이 결과는 제시해 주고 있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제한됩니다. 영화에서는 이 부분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의 '설명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고 이 부분이 통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넌지시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똑똑한 영화 같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메타버스, 인공지능 같이 관심 있는 사람들은 관심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지루하기만 할 것 같은 소재들을 잘 포장하기 위해서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와 '라이언 레이놀즈'라는 히어로물에서 자신만의 한방을 가지고 있는 배우를 썼다는 부분입니다. 메타버스니 뭐니 다 다 관심 없고 모르더라도 우연히 초능력을 갖게 된 주인공이 자유를 찾아 악당을 물리치고 속박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모두가 공감하는 스토리 라인입니다. 거기에 각종 CG를 덕지덕지 붙여놓으면 사람들의 눈과 시간을 빼앗기 딱 좋죠. 이렇게 호불호가 적은 장르로 포장을 한 다음, 주인공으로 라이언 레이놀즈 한 방울을 떨어뜨렸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 본인이 히어로물 팬이라고 하기도 하고, 이런 애정을 바탕으로 '그린랜턴' 주연으로 출연했으나 영화가 완전히 망해버린 적이 있습니다. '데드풀'을 통해 히어로물 주연에 복귀를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그린랜턴에 출연했던 자신을 희화화하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고, 무겁고 진지한 히어로보다는 가볍고 친근한 히어로에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죠. 이번 영화 '프리 가이'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이런 장점을 아주 잘 이용한 영화였습니다.


 한번 시야를 조금 틀어서 영화를 바라보면, 현실에서 가상현실을 바라보면서 통제하고 있는 사람들과, 가상현실 속에서 스스로 사고하고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대결구도로 볼 수도 있습니다. 마치 '98년에 개봉했던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쇼 안에 있는 줄 모르는 짐 캐리, 그리고 이런 짐 캐리의 각성과 탈출을 막으려는 통제자의 대결구도가 영화의 중심 소재였습니다. 이번 '프리 가이' 속 인공지능 라이언 레이놀즈가 각성해 나가는 과정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묘하게 트루먼 쇼의 짐 캐리가 겹칩니다. 그러고 보니 라이언 레이놀즈도 당시 짐 캐리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가벼운 연기의 맥을 잇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영화 속 주된 배경은 현실보다는 '게임 속'입니다. 게임 '프리 시티' 속 건물들을 보면 다양한 색상의 벽돌로 예쁘게 지어져 있고, 인도를 따라 빽빽하게 줄을 지어 있는 것이 서부보다는 동부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상세계 속 도시 한쪽에는 해변도 있고 하니 아마 동부 해안가의 도시이지 않을까요. 세부 정보들을 검색해 보니 대부분이 보스턴을 비롯한 매사추세츠 주에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가상현실을 메인 콘셉트로 가지고 가는 영화이다 보니, 진짜 가상현실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에 비해 미국 동부지역을 여행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Loving Pablo, 에스코바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