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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Sep 11. 2021

배에서 먹고 자고 다이빙,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Liveaboard, Diving, Cairns

 몇 년 전, 운이 좋게도 좋은 일정으로 호주를 다녀올 기회가 생겼습니다. 호주 하면 시드니, 멜버른, 퍼스 같은 해안가 도시들이 유명하지만, 저와 아내는 조금 다른 지역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십수 년 전 인터넷 기사에서 우연찮게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리스트를 봤었는데, 호주 북부에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라는 산호군락이 있고, 거기에서는 배 위에서 생활을 하면서 원 없이 다이빙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실려있었습니다.


Great Barrier Reef, Cairns, Australia


 근 10년 전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이적이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를 만들어 부른 적이 있습니다. 노래 가사이기는 하지만 막연하게라도 '마음을 먹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쁜 세상살이의 갖은 핑계로 인해 구체적인 계획은 세울 수 없었지만 '언젠가 한번 가보자'는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다 보니, '호주'라는 단어가 현실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마음속 어딘가 숨어있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라는 보석을 꺼내어 볼 수 있었습니다.


Great Barrier Reef, Cairns, Australia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말 그대로 호주 근해에 '엄청나게 크게 장벽처럼 펼쳐져 있는 산호초'를 의미합니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비교적 이동과 접근성이 용이한 케언즈에서 출발을 하기고 정했습니다. 보름 정도 가용한 일정이 나와서, 인천에서 시드니로 이동해서 관광, 서핑 등 며칠간 일정을 보내고, 멜버른으로 이동해서 그레이트 오션 로드 등 또 며칠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케언즈로 이동을 했고, 여기서는 2박 3일간의 리브어보드 프로그램과 몇 가지 액티비티를 체험한 후 싱가포르를 경유해서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Great Barrier Reef, Cairns, Australia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 대륙 남쪽 - 선선한 쪽 - 에 있던 시드니와 멜버른에 있다가 적도 쪽에 있는 케언즈로 올라오니 공기부터 달랐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에 있다가 동남아에 도착한 것처럼 말이죠. 덥고 습한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웠고, 수시로 지나가는 소나기는 그 습도를 더 끌어올려주고 있었습니다.



 무더운 레저의 도시이다 보니 다이빙 샵도 많고, 샵마다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많았습니다. 조금 검색을 해 보다가 적당한 일정을 운영하는 Pro Dive라는 업체를 선정했고, 2박 3일 동안 야간 다이빙을 포함해서 11회의 다이빙을 하는 프로그램을 예약했습니다. 1인당 60~70만 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배 위에서는 숙식이 모두 제공되고, 배 위에 올라가 있는 시간에는 사실상 돈을 쓸 일이 전혀 없으니 비싼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하와이에서는 하루 다이빙만 해도 1인당 15만 원을 훌쩍 넘겼으니 말이죠.


Great Barrier Reef, Cairns, Australia


 일과는 단순했습니다. 기상, 다이빙 1, 아침식사-휴식, 다이빙 2, 점심식사-휴식, 다이빙 3, 저녁식사-휴식, 야간 다이빙, 간식-취침 순이었죠. 돌아오는 날 야간 다이빙을 제외하고 4회, 4회, 3회, 총 11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야간 다이빙 자격이 없거나, 본인이 좀 피곤해서 건너뛰고 싶다거나 하면 '덜'하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Great Barrier Reef, Cairns, Australia


 모든 다이빙은 가이드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배에 같이 올라탄 수십 명의 다이버들을 모두 끌고 다닐 수는 없기 때문이죠. 가이드를 부탁할 수는 있지만, 추가 요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아직 단 한 번도 현지 가이드 없이 물속을 돌아다녀본 적이 없어서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매 다이빙 전에 갑판에서 진행되는 브리핑이 아주 자세하면서 간단명료하기 때문에 그 내용만 잘 이해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제공되는 다이빙 장비에 컴퓨터도 모두 장착되어 있어서 컴퓨터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안전에도 문제가 없고요.


Great Barrier Reef, Cairns, Australia


 놀라웠던 것은 배에 탑승한 인원 절반 정도가 케언즈에서 출항하기 전에 '오픈워터 교육을 막 마친' 인원들이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막연하게 '노련한 서양 친구들을 좀 따라다녀볼까' 생각했었는데, 그 친구들의 대부분이 아직 제대로 된 다이빙 경험이 없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배에 있는 스태프들은 저 친구들을 그냥 바다에 집어넣고 있더군요. 다행히 2박 3일 동안 아무 문제도 없었습니다. 교육이 잘 된 것도 있었을 것이고, 이 바다가 그만큼 초보자들도 즐기기 쉬운 난이도의 바다였을 수도 있겠죠. 이미 여기서 수십 년째 다이빙을 안내하고 있는 스태프들이 다 알아서 안전하게 통제하고 있었을 것인데, 괜히 오버했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Great Barrier Reef, Cairns, Australia


 배에 탑승해있는 동양인은 저희 부부를 제외하고 혼자 여행 온 중국 청년 한 명까지 이렇게 세명만 동양인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호주 로컬 젊은이들도 있었고,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여행을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갑판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선내에서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다이빙 경험들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직 다이빙 횟수가 많지 않은데도 어떻게 이런 투어를 오게 되었느냐고 제가 묻자, 아직 경험이 없으니 여기에 와서 경험을 많이 쌓으려고 왔다는 우문현답이 돌아오더군요. 천혜의 자연환경을 곁에 두고 있다 보니 이런 세계적인 여행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 관광지인가 봅니다.


Great Barrier Reef, Cairns, Australia


 배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며칠을 지내야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망망대해라는 뻥 뚫린 공간에서 지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답답할 수도 있지만 피곤하면 몸을 뉘일 수 있는 침대도 있고, 햇볕이 잘 드는 갑판 위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수시로 제공되는 식사와 간식은 모두 서양식이기는 하지만 신선한 과일이 항상 같이 제공되니 매 끼니 김치를 먹어야 되는 분이 아니면 크게 물리지 않고 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Great Barrier Reef, Cairns, Australia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11회의 다이빙에 대한 이야기는 세 번에 나누어서 정리를 해볼 계획입니다. 첫 글인 이 글에서는 첫날의 기억을 되새겨 보면서 대략적인 리브어보드 다이빙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과 간단한 준비사항을 살펴보고, 한참 열심히 다이빙에 전념했던 이튿날의 기억을 더듬어 보며 리브어보드의 장점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다시 케언즈로 돌아오는, 살짝 지치기도 했던 3일 차의 기억을 ㅂ탕으로 리브어보드의 단점, 제한사항에 대해서 정리해볼 예정입니다.


Great Barrier Reef, Cairns, Australia


 리브어보드는 말 그대로 배 위에서 먹고, 자고, 생활해야 합니다. 물론 일과라고는 다이빙 밖에 없지만, 제한된 공간 안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배 위에서의 규칙을 잘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어찌 되었건 배 위의 생활이 힘든 분은 이 여행이 절대 즐거울 수 없습니다. 뱃멀미가 심하시다면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Great Barrier Reef, Cairns, Australia


 제가 참여한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야간 다이빙 2회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야간 다이빙도 수중에서 가이드 없이 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드밴스드와 같이 야간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야 모든 다이빙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혹시 오픈워터도 없는 상태에서 이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은 없겠죠? 다이빙 자격증은 미리 준비해두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Great Barrier Reef, Cairns, Australia


 계속 물에 들락날락해야 하기 때문에 마른 옷가지와 큰 타월 여분이 있으면 좋습니다. 물론 배가 공간이 제약되기 때문에 큰 캐리어를 들고 탈 수도 없고, 들고 탈 수 있는 짐이 제한됩니다.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히 제외해야겠죠. 물론 사람에 따라서 '이따 다시 물에 들어갈 건데'라고 생각하시면서 그냥 축축한 옷을 계속 입고 계실 수도 있지만, 저는 쉬는 동안은 좀 바삭거리는 건조된 옷을 입고 싶어서 - 그래야 침대에서 낮잠도 잘 수 있겠죠 - 여벌의 수영복을 챙겨서 계속 말려가며 교대로 입었습니다. 웃옷도 잘 마르는 탱크 두어 벌이면 좋더군요. 대신 해가 떨어진 뒤 갑판 위의 바람이 제법 있을 수도 있고,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 감기 귀찮을 때를 대비하여 후드가 달린 바람막이도 있으면 좋겠죠.


Great Barrier Reef, Cairns, Australia


 아무것도 안 하고 다이빙만 하는 여행,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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