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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Sep 12. 2021

리브어보드 이틀째, 좋았던 기억들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지난번 글에서 첫 2박 3일 11회 다이빙 여정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리브어보드 프로그램 첫날 기억을 더듬어 보면서 전반적인 진행과 준비사항 등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창 다이빙에 푹 빠져 지냈던 두 번째 날의 기억을 되새겨 보면서 리브어보드 투어의 장점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튿날 눈을 뜨고 가장 좋았던 부분은 새벽 다이빙이었습니다. 하루에 네 번의 다이빙을 하려면 중간에 쉬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다이빙을 해야 합니다. 평상시 여행지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에, 이제 수평선으로 해가 막 오르는 시간에 일어나서 2층 데크에 모여서 브리핑을 시작했습니다.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아내는 좀 더 자고 싶어 했고, 지금 물어 들어가면 엄청 차가운 것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바다에서 배를 향해 불어오는 바람은 따뜻하고 촉촉했습니다.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죠. 눈곱만 좀 떼고, 호흡기도 물어야 하니 양치 정도만 간단히 하고 주섬주섬 장비를 챙겼습니다. 잠이 채 깨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이빙이라니,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바닷속은 따뜻했습니다. 적당한 온도의 미온수로 샤워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을까요. 그래도 입가에 닿는 바닷물은 짭짤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상쾌하게 맞는 아침 기상 행사였습니다. BCD에 공기를 가득 넣고, 저기 멀리 수평선으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것도 장관이었습니다.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두 번째로 좋았던 것은 아무 생각 없이 다이빙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모든 일과는 다이빙을 중심으로 짜여 있습니다. 다이빙하고 식사를 하고, 그다음 다이빙을 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다이빙을 하고 올라와서 허기를 달래고. 계속 반복이었죠. 세상사 복잡한 일들, 잡념들 모두 떨치고 하루 종일, 며칠 동안 내 호흡과 내 몸에만 신경 쓸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야간 다이빙을 마치기 전까지 그다음 다이빙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음주도 자제해야 합니다. 몸을 쓰고, 다시 그 몸을 풀고, 몸을 준비하고. 건강한 몸을 통해서 건강한 정신을 깃들게 한다는 심신수양이 이런 것이지 않을까요.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짧은 시간 동안 다이빙 횟수 자체가 많다 보니, 욕심도 많이 버릴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물에 들어가서 꼭 무언가 대단한 것을 봐야만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하루 이틀 시간을 내서 다이빙을 할 때면, '여기 언제 또 와보겠어'라는 생각으로 그 포인트에서 해야 할 것을 꼭 경험해봐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물 위에 있는 시간만큼 물속에 들어가 있다 보니 그런 욕심도 가시더군요.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하루 종일 배에서 다이빙만 하다 보니 야간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주 좋았습니다. 보통 야간 다이빙은 추가 요금을 내야 하기도 하고,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다이빙 샵 근처 비치 다이빙으로 간단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큰 보트를 타고 먼바다에 나와서 야간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죠. 그것도 오늘 밤이 아니면 내일 밤에 또 해볼 수 있으니, 다이빙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라면 원하는 것을 모두 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요.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저는 음식도 참 좋았습니다. 한식을 꼭 드셔야 하는 분들이면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아침이면 제공되는 달걀 요리를 비롯해서 싱싱한 샐러드, 과일, 샌드위치, 따뜻한 수프, 야간 다이빙을 마치고 올라오면 오븐에서 막 꺼내 주는 갓 구운 케이크까지, 깨끗한 바닷물로 심신을 정화하는 기간에 - 알코올을 부르는 - 맵고 짠 음식이 아닌 재료의 맛에 충실한 음식들을 먹으니 속도 참 편했습니다.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저는 힘든 점들보다 좋은 점이 더 넘치는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번 태국 여행을 계획할 때, 시밀란 리브어보드가 어떻겠냐고 아내에게 한번 슬쩍 떠보니 조금 부담스러워하더군요. 아마 '다이빙만' 하는 여행이 조금 벅찬 부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마지막 날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보면서 리브어보드 다이빙의 아쉬웠던 점에 대해서 떠올려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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