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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Sep 25. 2021

리브어보드, 배에서 내리면서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사실 리브어보드 다이빙 여행 경험이 단 한 번이다 보니 제가 이야기하는 이 여행의 장단점이 어떤 분들에게는 맞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다른 배 위에서 다른 크루들과 다른 동반자들과 이루어지는 여행은 분명 다를 수도 있고요.



 며칠간의 먹고, 자고, 다이빙을 마치고 배에서 내리는 날의 기억을 되짚어 보면서 몇 가지 아쉬웠던 점이나 어려웠던 점을 떠올려보고자 합니다. 사실 저는 큰 불편함 없이 한없이 좋기만 한 여행이었는데, 아내는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더군요.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아내가 이야기했던 첫 번째 불편했던 점은 '몸(머리)을 말릴 틈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일어나서부터 계속 물속에 들어가고, 대충 헹구고 식사하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다이빙하는 일상의 연속이다 보니 이럴 수밖에 없었죠. 남자들이야 머리도 짧고 하니 몸도 머리도 금방금방 마르고, 2층 데크에서 윗도리를 벗고 햇볕을 쬐면서 몸도 말리기도 좋고 하지만, 긴 머리의 아내는 이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수영복 여러 벌을 갈아입기는 했지만, 머리카락이든 어디든 뭔가 어딘가 몸 한구석이 축축했다고 하니 말이죠. 그래서 다음에 리브어보드 여행을 갈 때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기능성 옷가지들을 더 여러 벌 챙길 계획이라고 합니다.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두 번째 문제는 '배멀미'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저희 가족은 둘 다 모두 배멀미가 없지만,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곳에서의 생활이 어려운 분이라면 그때부터 이 여행은 '즐거운' 여행이 아니라 '버티는' 시간이 되어버릴 테니 말이죠.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워낙 잔잔한 바다이니 큰 어려움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만약 더 멀고 큰 바다로 나가서 조금 버티기 힘들 정도로 꿀렁거리는 배 안에서 생활해야 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죠.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번째는 '음식'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겠지만, 많은 분들이 며칠,   정도는 양식 위주의 식단을  드시겠지만, 일정이 길어질수록 조금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뉴가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거의 비슷한 종류의 비슷한 맛이었기 때문이죠. 물론 계속 몸을 쓰는 일정이다 보니 뭐든 주는 대로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만약  일정이 2~3 정도가 아니1주일 아니면  이상이었다면, 한두 끼는 조금 자극적인  필요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칼칼한 한국음식이  필요하신 분들이라면 컵라면 한두  챙겨가는 것이 위안이 되실 수도 있을  같습니다.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네 번째는 '언어'가 제한사항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이빙이 버디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보니 보통 혼자 오는 경우는 없고 다들 자기 일행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열명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복작복작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어디 나라에서 왔냐, 다이빙은 얼마나 했냐는 뻔한 이야기부터, 나중에는 과거 여행 이야기,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등 조금씩 깊은 이야기도 나누게 됩니다. 다이빙 중간중간에 2층 선베드 데크에 바람과 햇살을 쬐면서 이야기할 때는 방금 다이빙에서 봤던 물고기들 같이 대화하기 쉬운 주제 위주로 이야기 하지만, 야간 다이빙까지 마치고 깨끗이 씻고 잠자리에 들기 전, 라운지에서 맥주라도 한잔 꺼내어 들었다면 이런저런 세상 사는 이야기들로 빠지기도 하고 그러죠. 영어로 하는 대화가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면, 전 세계에서 몰려온 다이버들과의 대화가 더욱 풍성한 여행 경험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혼자 외톨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다섯 번째는 '인터넷'입니다. 지금은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몇 년 전 당시만 해도 어쨌든 망망대해를 나가서 하는 여행이다 보니 휴대폰이 터지지 않았고, 당연히 인터넷 연결도 되지 않았죠.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 편하게 여행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하필 꼭 그럴 때에만 평상시 오지도 않던 중요한 연락이나 이메일을 못 받곤 합니다. 실제도 저도 당시에 그랬고요. 왜 중요한 연락은 꼭 그런 때에만 올까요.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사실 위에서 이야기한 몇 가지 제한사항도 억지로 머리를 쥐어짜서 끄집어낸 것들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점 보다는 즐겁고 행복한 것들이 많은 시간이었죠. 배멀미가 있다 하더라도 약을 미리미리 챙겨 드시면 될 것이고, 다른 몇 가지들도 미리 준비한다면 다 극복이 가능한 것들이라 생각됩니다.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3일간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의 리브어보드 다이빙 여행을 마치고 다시 케언스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슈퍼마켓의 식자재 물가가 식당보다 훨씬 비싸지만, 호주는 미국이나 다른 서양 외국과 비슷하게 식자재 물가가 아주 저렴하더군요. 마트를 한 바퀴 스윽 둘러보고 캥거루 고기를 비롯한 포장육 몇 개를 사서 나왔습니다. 며칠간 고생한 몸에 기력을 보충해주어야겠더군요. 리브어보드 배에 오르기 전에 케언즈 구석구석을 산책할 때 살펴둔 바비큐 스테이션에서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숯불을 붙일 수 있는 그릴이 공원 여기저기에 있었는데, 호주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해서, 숯을 살 필요도 없이 스위치만 누르면 전기 그릴에 불이 들어오는 첨단 시스템이더군요. 소고기, 캥거루, 삼겹살, 양꼬치 등 아내와 서로 먹고 싶은 고기를 잔뜩 사서 한국에서 챙겨간 양념을 조금 쳐서 먹으니 몸에 단백질과 에너지가 가득 차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시 호주 여행을 갈 기회가 생긴다면 이 바비큐 시스템은 꼭 한번 더 이용해 보고 싶네요.


Great Barrier Reef,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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