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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Oct 03. 2021

털리강 래프팅, Tully River Rafting

강원도와 비슷한 풍경, 조금은 더 길고 깊고 빠른 물살

 호주 여행의 메인 테마가 그레이트 배리어리프 리브어보드 다이빙 투어였기는 했지만, 장시간 비행기 타고 멀리 적도를 건너 남반구에 와서 그것만 하고 가기에는 좀 아쉬웠습니다.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아내도 하루 정도 시간을 내서 다른 액티비티를 해보고 싶어 해서 이것저것 알아보다 Tully River의 급류를 타고 내려오는 래프팅 투어를 발견했습니다.



 사전에 예약했던 투어 안내 이메일에 나온 대로 시간 맞춰 픽업장소로 나가서 차를 타고 몇 시간 이동하면 마치 강원도에 온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산이 깊고, 물이 맑고, 나무가 높고, 하늘이 푸른 산중 계곡 말입니다. 조금 더 산과 물이 깊고, 래프팅 하는 계곡의 수위가 높고, 코스가 길다는 것이 조금 차이겠죠. 아마 우리나라에 래프팅을 도입하신 분들이 여기서 모티브를 잡고 오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분위기가 비슷했습니다.


Tully River Rafting, Cairns, Australia


 이미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 지금도 꾸준히 모이고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일부러 같은 보트에 같은 나라 또는 비슷한 곳에서 온 사람을 묶어주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당시 저희는 현지인 가이드와 함께 한국에서 신혼여행을 온 부부와 같이 한 배에 올라탔었습니다. 아무래도 부상의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액티비티이다 보니 유사시를 대비해서 언어적인 문제가 없는 편이 이런 저련 면에서 나쁘지 않겠죠.


Tully River Rafting, Cairns, Australia


 래프팅 구성은 우리나라에서 했던 래프팅이나 리버버깅과 유사합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코스 개발자 분들이 전 세계 여기저기 유명 래프팅 코스를 다녀온 다음에 국내에서 시작을 했기 때문에 비슷한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많이 묻어있겠죠. 주로 바닥이 깊은 물 옆에 높은 바위가 있으면 원하는 사람들 다이빙도 해보고, 급류 이후에 안전한 곳이 있으면 일부러 물에 빠뜨려서 수영도 할 수 있게 해 주고, 폭포가 나타나면 물벼락도 맞아보게 해 주고 그런 것들이죠.


Tully River Rafting, Cairns, Australia


 안 그래도 습하고 푹푹 찌는 케언즈 날씨여서 리브어보드 배에서 내리고서는 꿉꿉하고 답답하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찬 계곡물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투어 내내 강원도가 자꾸 떠오르더군요.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강원도가 참 산도 좋고, 물도 맑고, 바다도 가까워서 자연과 어우러져서 살기에 참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영국에서 잠시 공부할 당시에 시간을 쪼개어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투어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그런 산과 풀과 나무를 서양사람들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때에도 우리나라 강원도가 문득 떠올랐었죠.

 

Tully River Rafting, Cairns, Australia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고, 왕복 이동 편에 점심식사까지 포함되어 있는 아주 만족스러운 투어였습니다. 물론 점심은 간단히 준비할 수 있는 햄버거였죠. 우리나라에서 래프팅을 했으면 시원한 쏘가리 매운탕에 막걸리를 한 잔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저씨 같은 생각을 잠시 해 보았습니다.


Tully River Rafting, Cairns, Australia


 마지막 도착점에 이르러 래프팅을 마치면 보트를 머리에 이고 올라와 이런저런 장비들을 반납하고 바로 돌아가는 차량에 탑승할 수 있습니다. 바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기프트샵 같은 곳에 들려서 그쪽에서 촬영해 준 사진을 구매할 사람들은 구매하고 아닌 사람들은 잠시 쉬었다 갈 수 있죠. 저희는 잘 나온 사진에 큰 욕심이 없어서 그냥 사진을 확인도 하지 않고 밖에서 몸을 좀 말리고 볕을 좀 쬐다가 다시 차량에 탑승해서 곯아떨어졌습니다. 물놀이 이후에 이렇게 스르륵 빠지는 쪽잠처럼 달콤한 것이 또 있을까요.


Tully River Rafting, Cairns, Australia


 다이빙도 다이빙이지만, 다이빙을 따라 좋은 곳을 찾아다니면서 그곳에서 해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들을 하나씩 채워나가 보는 것도 참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려 분들은 다이빙 여행지에서 경험하셨던 추천해주실 만한 다른 여행 코스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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