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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Mar 24. 2022

차 안에서 쓰려고 '작은 테이블'을 샀습니다.

다이소에는 없는게 없네

 밖에 나가서 자리를 펴고 음식도 해 먹고 책도 보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테이블과 의자가 필요하더군요. 예전에 친구들 캠핑에 따라다닌 적도 있고, 당일치기 피크닉 정도는 가끔 했기 때문에 밖에서 쓰는 의자와 테이블 정도는 가지고 있었습니다. 테이블은 구매했던 건 아니고 아마 아내가 처갓집에 있던 안 쓰시는 물건을 챙겨 온 것으로 기억이 나네요.


 캠핑 관련된 글이나 유튜브를 찾아보면 언제부터인가 '감성'이 대세인지,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컬러로 색을 맞춘 제품들이나, 우드 소재로 된 제품들을 많이 쓰시더군요. 기존에 쓰던 테이블은 그냥 절반으로 접히는 금속재 테이블이었는데, 높이 조절이 자유롭지 않아 조금 불편한 감도 있지만 그래도 다른 것을 사면, 결국 이걸 걸 또 쓰레기로 만드는 꼴이 될 것 같아 고민 중에 있습니다. 보통 밖에서 식사나 활동을 하고, 잘 때는 정리해서 차 바깥쪽에서 세워두었는데, 절반으로 밖에 접히지 않는 제품이다 보니, 스텔스 차박을 할 때는 잠자는데 방해되지 않도록 차 안에 넣기가 만만치가 않더군요.


 얼마 전에 2박 일정으로 스텔스 차박을 하면서 두어 시간 거리 인근 지역에 로드트립을 다녀왔습니다. 하루는 해변가 근처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차박을 하고, 하루는 식당에서 회 한 접시 거나하게 먹은 후에 조용한 공원 주차장에서 스텔스 차박을 했는데, 바깥에 의자와 테이블을 두지 않고 차 안에서만 있으려다 보니 아무래도 실내에서 쓸만한 테이블이 필요하더군요. 



 간단한 간식을 먹으려고 해도 바닥에 놓고 먹으면 안 그래도 넉넉하지 않은 공간에서 자세가 더 불편했고, 노트북으로 아내와 같이 영화 한 편을 보려고 해도 바닥에 두어서는 뭔가 각도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저희는 레이 차량 실내를 합판을 이용해서 완벽하게 평탄화를 하지는 않았고, 등에 배기는 것이 없을 정도로 적당히 이것저것 채워서 굴곡을 간단히 정리한 다음, 발포매트만 깔고 침낭에서 자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량 앞쪽에서 뒤쪽으로 살짝 경사가 있는 상태인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록볼록한 발포매트 위에는 변변한 텀블러 하나 올려두기도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평평한 집 안에서 살면서, 매끈한 바닥 위에만 지내서였을까요. 눈으로 볼 때는 대수롭지 않아 보였던 그 작은 각도와 굴곡들이었는데, 몸으로 부딪혀보니 하나하나 참고 적응해야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차에서 잠을 자면서 캠핑을 하려면, 수면을 포함해서 아무래도 차 안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적지 않을 텐데 뭔가 대책이 필요하겠더군요.


 일단 실내에서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을 하나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버너나 작은 그릇 정도 올릴 수 있는 크기, 노트북이 올라가 있을 수 있는 그 정도 사이즈 말이죠. 테이블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예쁜 폴딩 박스도 잠깐 고민했었는데, 잠깐 쓰고 다시 정리하기에는 박스 형태는 불편할 것 같더군요. 게다가 테이블 다리 사이 공간이 막혀있다 보니 아무래도 두 명이 실내에서 쓰기에는 공간 활용도 비효율적인 것 같고요.


 이런저런 캠퍼들의 콘텐츠를 찾아보다 보니 그럴싸한 테이블부터, 백패킹용으로 나온 아주 작게 접히는 테이블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밖에서 쓰는 테이블이라면 거거 익선 일지 모르겠지만 차량 안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쓸 것이기 때문에 큼지막한 테이블들은 추려냈습니다. 백패킹용 테이블들은 수납이 좋기는 하던데, 매번 저렇게 조립하고 해체하기에는 좀 귀찮을 것 같거군요. 


 유튜브를 보다 보면 캠핑용품점에서 파는 전문 브랜드 제품을 소개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보통의 입문자 수준에서 마트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을 소개해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다이소 캠핑용품이나 캠핑에서 쓸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해 주시는 분들이 제법 많더군요.



 영상을 보다 보니 다이소에서 파는 5천 원짜리 소형 테이블 정도면 적당하겠더군요. 다이소에서는 이 가격대에서 몇 가지 형태의 접이식 테이블을 팔고 있었습니다. 아마 그중에서 제가 산 나무 상판 무늬의 알루미늄 테이블이 가장 작은 제품이 아닌가 싶네요. 조금 더 접히고 사이즈가 큰 플라스틱 제품도 있었는데, 굳이 크고 많이 접히는 물건은 필요 없어서 이 제품으로 결정을 하고, 동네 다이소에 들릴 일이 있을 때 집어왔습니다.


 고작 5천 원 쓴 것뿐이지만, 얼마 전에 보았던 캠핑 관련된 콘텐츠가 생각났습니다. 이걸 사면 저게 필요하고, 저걸 사면 이걸 또 바꿔야 할 것 같아서 장비에 들어간 돈이 2천만 원이 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몇 번의 소풍과 차박을 다녀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인이 어떤 방식의 캠핑을 하겠다는 정확한 철학이나 기준이 없으면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반복적으로 들어가기 딱 좋더군요. 골프도 장비를 자주 바꾸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적절한 연습을 병행하면서 본인에게 필요한 클럽을 적당한 수준에서 맞추는 사람도 있지만, 신상품이 나오면 꼭 써봐야 하는 사람도 있고, 스윙을 교정할 만큼의 충분한 연습 여건이 안되시는 분들은 피팅을 통해서 이를 보완하시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캠핑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골프보다 더 큰 금액이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테이블을 하나 들이니 실내 생활이 더 안락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차 한잔을 할 때면 텀블러를 들고 있거나, 문 쪽에 있는 컵홀더에 꽂아두어야 했는데, - 살짝 기울기는 하지만 - 비교적 안정적으로 테이블에 올려두고 책장을 넘길 수 있습니다. 평평한 곳에 테이블을 세팅하고 버너를 올려 만두도 쪄 먹을 수 있고요. 사소한 물건 하나를 통해서 조금씩 행동이 편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낍니다. 근데 이러다 보면 좀 더 편해지기 위해서 다른 물건이 또 눈에 들어오겠죠. 하지만 처음 시작한 방향이 이러한 의도는 아니었으니 충동적인 쇼핑은 의식적으로 주의해야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캠핑이라는 것이 밖에 나와서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지, 집보다 더 편하게 있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물론, 아직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들 보다, 가지고 있는 것이 모자라기 때문에 이것저것 준비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말입니다.


 어찌 되었건 대단한 것은 안니지만 물건을 들이는 것은 계속적으로, 의식적으로 주의하고 있습니다. 잘 쓰면 그 값은 하겠지만, 언젠가 제가 그 물건을 더 이상 쓰지 않게 되었을 때 이 세상에 쓰레기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고, 새로 들인 그 물건으로 인해서 기존에 쓰고 있던 다른 물건을 쓰지 않게 된다면, 또 다른 쓰레기를 하나 더 늘이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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