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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Apr 05. 2022

연기가 싫어서 '작은 우드 스토브'를 샀습니다.

겸사겸사 음식도 해먹을 수도 있어서

 아직은 캠핑, 차박 초보이다 보니 밖에 나가서 하는 것들은 대략 정해져 있습니다. 시간이 여유가 있으면 근처를 산책하고 구경도 다니지만, 일단은 들고나간 물건들을 활용해서 밖에서만 할 수 있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곤 하죠. 불을 붙여서 고기를 구워 먹는다거나, 화로대에 모닥불을 지펴서 불멍을 하는 게 대표적이지 않을까요.

 

 사실 전에 무쇠 팬을 샀던 이유도 집에서는 쓰기도 무겁고, 불편하고, 관리하기도 힘든 도구이지만, 밖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막 굴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샀던 것이었죠. 이 무쇠 팬의 장점은 열이 고르게 전달되고, 음식의 맛을 더 좋게 하는 것도 있겠지만, 얇은 코팅 팬이나 스테인리스 제품들에 비해서 아무 불이나 막 올려서 써도 된다는 점도 있습니다



 팬을 구입한 다음, 그냥 가스불에만 올려서 써도 되겠지만, 왠지 직화에 올려서 써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굳이 그래야 하는 이유는 없죠. 가스불이 분명히 더 편하고, 더 깔끔하고, 더 간단하니까요. 하지만 그냥 저도 다른 포스팅이나 유튜브나 책에 나오는 것처럼 활활 타오르는 장작이나 숯더미에 무심하게 팬을 툭 올려놓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작은 화로대에 모닥불이나 숯불을 지펴서 팬을 올려보았습니다. 열도 전달이 잘 되고 괜찮더군요. 그런데 이 화로대는 사실 크게 불을 지피는 용도라기보다는 조그맣게 숯에 불을 붙여서 음식을 구워 먹는 용도이다 보니 깊이가 좀 얕아서 불을 관리하기가 조금 불편했습니다. 조금만 신경을 덜 써도 연기가 많이 올라왔죠. 한참 요리를 하고 있는데, 불이 사그라들면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면 짜증이 나기도 했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연기가 나지 않게 불을 붙일 수 있을까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적 중고교 과학시간에 배운 대로 '완전연소'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죠. 제대로 연소가 잘 이루어지려면 연료가 충분한 온도 속에서 충분한 산소와 만날 수 있어야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검색에 검색을 하다 보니 '이중 연소', '솔로 스토브'라는 것까지 다다랐습니다.


 스토브를 이중으로 구성해서 불완전 연소된 연기가 다시 한번 산소와 만나서 연소되도록 만든 원리더군요. 솔로 스토브라는 것이 대표적인 브랜드였는데, 여기서 파는 것은 덩치가 너무 커서 두 명이 간단히 불 붙이는 용도로는 좀 부담스럽더군요. 여기저기 검색을 해 보니, 이 이중 연소라는 것이 어려운 원리가 아니어서 작은 기업들에서 만든 소형화된 제품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보통 2만 원 내외 정도 가격이더군요. 마침 전에 이용하던 쇼핑몰 사이트 중에서 포인트가 조금 쌓인 게 있어서 그쪽에서 저렴하게 구매를 했습니다.



 도착한 제품의 크기는 아주 아담했습니다. 다 접어서 파우치에 넣으면 나사형 이소가스보다 조금 더 큰 정도니까요. 지금 제가 쓰고 있는 8인치짜리 무쇠 팬을 올리면 딱 적당하게,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에서 안정적으로 지탱이 되었습니다.


 이중 연소가 되다 보니 불꽃 모양도 제법 예뻤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크기가 작다 보니 보통 사이즈의 장작도 매우 부담스러운 크기입니다. 그래서 화목난로나 이중 연소 화로대에 많이 쓴다는 우드 펠릿을 구매했습니다. 20kg 큰 포대 하나에 1~2만 원 선이니, 장작보다 훨씬 저렴하기도 하죠. 이 작은 우드 스토브에 라면봉지 절반 정도가 한 번에 채워지는 양인 것 같은데, 정확하게 재어보지는 않았지만 30분 좀 넘게 불도 쓰고 불구경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이중 연소 화로대를 안 써봐서 모르겠지만, 재는 거의 생기지 않았습니다. 가득 채워두었던 우드 펠릿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재 받침으로 떨어지는 재는 거의 없었지만, 어느 정도 불이 타오르고 나서 불길이 잦아들고 남은 펠릿이 숯이 되어 버리면 불꽃이 더 이상 올라오지는 않았습니다. 펠릿이라는 게 참나무 장작처럼 향이 좋거나 한 건 아니어서 이걸 딱히 어디 쓸 수는 없더군요. 저희는 적당히 고구마를 구워보긴 했습니다.


 확실히 예전 평평한 화로대에 장작을 태울 때보다는 연기도 덜 나고, 치울 것도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장작이 아니고 가공된 펠릿을 쓰다 보니, 장작 특유의 구수한 향이나 타닥타닥 타들어가 가는 소리는 없었습니다. 편리함, 깔끔함과 약간의 감성을 트레이드오프 했다고 해야 할까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단 가스통 사이즈의 작은 파우치 하나랑, 라면봉지 정도의 지퍼백에 우드펠릿을 챙겨 나가면, 밖에서 1~2시간 정도 불멍을 할 수 있거든요. 쌀쌀한 아침 시간에 미리 불을 붙여서 몸도 녹이고, 물을 끓여서 커피도 한잔 할 수 있고 말이죠.


 사이즈가 작다 보니 '적당히 빨리' 불이 꺼지는 것도 좋았습니다. 큰 화로대는 일단 어느 정도 규모가 있게 불을 붙여야 하니까요. 여러 명이 오랜만에 만나, 둥그렇게 둘러앉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하는 상황이라면 불꽃도 크고 오래도록 타오르는 캠프파이어가 적당하겠지만, 두 사람이 저녁 먹고 맥주 한 잔 하면서 1시간 정도 바람 쐬기에는 이 정도가 딱 좋은 것 같습니다.


 캠핑을 시작하고 나면 하나둘씩 짐이 늘어가는 게 당연한 코스라고 합니다. 저도 지금 거창한 물건은 아직 없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다 보니 잔짐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요. 유튜브나 책을 보다 보면, 전기장판부터 시작해서 텐트에 구멍까지 뚫어서 거대한 화목난로를 설치하는 것까지 수많은 장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은 그쪽에는 다가갈 수 조차 없는 수준이어서 그럴까요? 부럽다거나, 대단하다는 생각에 앞서 '저걸 어떻게 들고 다니지?'라는 의문이 먼저 듭니다.


 앞으로 무슨 물건이 더 필요해 질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간편한 짐으로, 계속 가볍게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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