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를 위한 정보체계 관련 이공계열 입문서
국내 모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님들께서 쓰신 정보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돕는 참고서입니다. 경영은 사업을 관리하는 것이고, 요즘의 사업은 정보체계가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아마존과 같이 온라인을 통해서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도 그렇고, 페이스북, 구글과 같이 온라인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마찬가지이겠죠. 동네 편의점만 하더라도 매출관리, 재고관리 등이 모두 정보체계를 통해서 이루어니, 아마 정보체계가 없는 경영사례는 재래시장 일부 개인 가판대를 제외하고는 없지 않을까요.
이 책은 교과서, 텍스트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말랑말랑하게 작성되었고, 소위 '시험 답안'을 찾기에는 너무 간단간단한 개념만 담고 있습니다. 경영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data, information, intelligence 등의 용어 차이부터 시작해서, system이라고 뭉뚱 거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경영인의 입장에서 각종 언론, 경제지에 등장하는 최신 정보통신기술용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는 책으로 볼 수 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특정 키워드를 설명해 주는 2~3페이지 단문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정 규모의 조직을 경영하거나 관리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data와 information, intelligence, knowledge의 차이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거나, 데이터베이스, 데이터웨어하우스, 데이터마켓의 차이를 모른다거나(우리 조직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할 수 없다거나), 신문과 뉴스에 등장하는 IT와 ICT 차이를 구분해서 이해할 수 없다면, 쉬엄쉬엄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은 각 분야별로 너무 기술이 고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정보체계를 구성할 수 있지만, 잘 모르는 사람은 '잘해보자고 구축'한 체계 때문에 '비용만 더 들어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해당 전문 분야를 전공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터베이스 쟁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위주로 생각하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은 말단에서 작동하는 프로세스에만 치중하겠죠. 엔터프라이즈 차원에서 사업의 방향과 목적에 맞게, 업무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체계 전반을 설계(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이것은 기술 쟁이가 아닌 경영의 입장에서 검토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업무를 하면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체계를 사용하다 보면, '왜 이렇게 만들어져 있는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각각의 개발 및 구축 시기와 목적이 다 다르고, 데이터베이스가 연결이 안 되어 있고, 적용된 방법론이 다르다 보니 연동이 어렵고, 실제 업무에 효율성을 저해하고 등등 수많은 문제점과 이유들이 있습니다. 조직의 최고 의사결정 차원에서 이러한 분야에 대한 대략적인(인문학적 수준의) 이해를 가지고 있고, 각각의 효용과 한계, 장단점을 어느 정도 수용한 상태에서 정보체계를 구축한다면 아마 지금보다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기술 쟁이'들에게 알아서 맡기기에는 이제 '기술'이 너무 많은 곳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기술이 경영을 지원'한다는 개념보다는 '경영이 기술의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노소와 고하를 불문하고 '정보체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에게는 '편하게 접근해 볼 수 있는 책'일 것입니다.
주말에 읽을 책 중에 아마존의 경영사례를 다룬 책을 한 권 챙겨놓았는데, 그 책에는 아마 이 부분을 잘 적용한 사례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10. 데이터는 '현실세계로부터 관찰이나 측정 등의 수단을 통하여 수집한 사실이나 값을 문자나 숫자, 기호, 그림 등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측정도 관차를 통하여 얻는 것이라고 볼 때, 관찰은 데이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모든 위대한 발견과 발명은 예리한 관찰로부터 출발하였다는 것이다.
21.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양은 엄청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정보를 생성하려면 여과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불필요한 데이터를 걸러내고 필요한 데이터만 추출하는 것이다.
34. 결국, 의사결정에 있어서 정보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41. 시카고대학은 또 하나의 천재학자를 배출했는데, 헐버트 사이먼이다. (중략) 사이먼은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분해하였는데, 첫째는 의사결정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고, 둘째는 의사결정으로 일어날 과정을 미리 예측하여 설계하는 것이고, 셋째는 선택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훗날 다른 학자들이 선택 이후에 선택한 의사결정의 실행과 평가를 추가하였다. 언뜻 당연해 보이는 이 순서가 오늘날 인공지능 컴퓨터의 기본적인 원리이다.
46. 조지 애커로프는 1970년에 '레몬 마켓'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한 편 발표했다. 이 논문은 중고차 시장을 예로 들며 정보의 비대칭성이 시장에 가져오는 영향을 밝힌 것이었다. (중략) 실제로 시장에서 일어나는 의사결정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서 합리적이지 않은 상황들이 자주 발생한다. (중략) 따라서 합리적 의사결정에 '합리적'이라는 것도 결국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과 질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47.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면 정보가 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그냥 데이터로 남게 된다. 따라서 처음부터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지는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데, 의사결정과 관련이 없는 데이터를 수집하면 가치 있는 정보를 생성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53. 정보를 관리한다는 것은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정보를 가용한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관리에 실패한다는 것은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알더라도 가용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60. 직원들이 보다 큰 범위의 작업 프로세스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업무 목표에만 집중하는 조직은 붕괴하기 쉽다. (H.A. Simon, 1916~2001)
61. 선수들이 팀의 승리보다 자신의 포지션과 능력에 집중하게 되면 팀의 경기가 아니라 개인의 경기가 되어 승리와는 멀어지게 된다.
164. 어떤 조직에서 전체적인 움직임을 파악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 데이터와 정보의 흐름이다.
168. 이처럼 우리가 무언가를 잘못 이해하는 것은 정보가 부족하거나 편협한 정보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더라도 한쪽 부분만을 드러내는 정보는 전체적인 판단을 잘못하도록 유도한다.
214. 애자일 선언은 기존의 폭포수와 같은 방법론들이 문서작성에 너무 치중해서 실제로 코딩은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개선하려면 문서화보다는 코딩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쏙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228. 개발이 잘못되면 정보시스템이 작동된다고 하더라도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
236. 변화관리는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해결하는 활동이다.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하여 구축하려는 새로운 시스템이 무난히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다.
241. 프레드 데이비스는 MIT에서 박사학위 졸업논문을 썼는데, 그 내용은 에지젠과 피쉬바인이 제시한 합리적 행동 이론에 근거하여 사람들이 정보기술을 받아들이고 사용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두 가지 있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일단은 쓸모가 있어야 하고 쓰기도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264. 월마트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저장되어 있는 trillion 바이트가 넘는 쇼핑 고객의 과거 구매이력을 가지고, 그녀는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무슨 일이 일어날 건지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가 무슨 일이 일어날 건지 미리 예측하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start predicting what's going to happen, instead of waiting for it to happen?)"
271. 즉, 데이터 웨어하우스가 주로 기업의 전체적인 의사결정을 위하여 구축되는 반면에, 데이터 마트는 구축된 데이터 웨어하우스로부터 데이터를 추출하여 특정 부서나 개인에게 제공하여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