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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현 Apr 15. 2022

불비불명은 없다

20대 대선이 끝난 지도 한달이 넘어서고 있다. 가장 첨예했던 대선은 결과가 첨예했다. 0.8%도 되지 않는 지지율 차이는 '박빙이었다'라는 말로 퉁 치기에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반만 지지하는 정권이기 때문에 반을 설득해야 할 것이고, 모든 것은 나머지 반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사회라는 것이 원래 소수의 의견까지 청취하고 수렴해 가져가야 할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나,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면 걱정이 앞서게 된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공허한 이야기만을 책을 보여주지 않았던 당선자인지라, 앞으로 관련 정책이나 행정이 어떻게 나아가게 될 지 걱정이 앞선다.


   당선자가 확정된 순간,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책은 5년 뒤를 노려야 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했다. 탄소 중립의 과정을 완화하겠다는 약속, 원전을 지원하겠다는 약속 등 많은 환경운동가들이 반대하는 그 길을 당선자는 공약으로 내놓았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5천 만 국민의 대의를 받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익 단체,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대변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었다. 지금 당선자가 어떻게 좋은 정치를 펼치게 될 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까지 모양새는 국민 대의를 실천하는 이가 아니라, 이익 단체 대변자가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은 나만의 것인 걸까?


   초나라 장왕은 신하 오거가 3년 간 울지 않고 날지 않는 새의 이야기를 하며 정무에 힘쓸 것을 읍소했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자 다른 충신인 소종이 장왕에게 직언을 했다. 그 후 장왕은 노는 것을 그만 두고 정무에 힘쏟아 결국 패왕이 되었다. 사실 장왕은 3년 간 놀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남 모르게 준비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 장왕처럼 '불비불명', 그거 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말이다... 기후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 기후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고 우리는 지구에게 을의 입장이다. 지구에게는 우리가 꼭 없어도 된다. 우리가 지구가 필요할 뿐.


   이미 2020년부터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고 했다. 독일의 한 연구소는 2021년 7월에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7년도 채 되지 않는다고 예측했다. 그런데 5년을 불비불명하다니!! 그게 가당키나 한 것인가? 설령 5년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후위기를 위해 열심히 준비한다고 해도 5년 뒤에는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놓친 뒤일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처럼 이미 늦은 상태일 것이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고쳐 먹었다. 불비불명은 개뿔. 그냥 지금 그럴 틈도 없다. 상황이 어떻게 되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어떤 힘든 발걸음이라도 떼어놓아야 한다는 진실이 있을 뿐이다. 그래, 지구는 기다려 주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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