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기업가정신에 대하여
기업가정신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꼭 회사를 만들어야만 발휘되는 것이 기업가정신일까요? 아닙니다. 조직 내부에서도 기업가처럼 일할 수 있습니다.
이를 사내 기업가정신이라고 정의를 하고, 영어 단어로는 Intrapreneurship입니다.
기업가정신을 영어로 하면 Entrapreneruship인데 entra->intra로 바뀌었죠? 즉 기업가정신이 내부로 향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왜 이제 기업은 조직 내부의 사내기업가를 원하게 되었을까요? 정체된 조직은 그 아무리 강하더라도 공룡처럼 멸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기업들이 있습니다. 노키아, 코닥… 이름만 들어도 아쉬운 그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혁신을 멈췄다는 것
기술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시장과 고객의 흐름을 놓쳤습니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처음의 유연함은 사라지고, 조직은 점점 보수적으로 굳어갑니다. 그래서 지금의 조직은 말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자." "창의적인 실험을 장려하자."
생존을 위해서 기업가적 태도는 조직 내부에서부터 필요해졌습니다.
사내기업가의 대표적인 예로 제가 자주 거론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충주맨으로 불리는 김선태 주무관이에요. 많은 분들이 충주시청의 유튜브 채널을 아시죠? 충주시 인구는 약 20만 명에 불과하지만, 공식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는 약 76만 명에 이릅니다. 지자체 홍보 채널로는 이례적인 성과입니다.
이 채널을 만든 공무원은 김선태 주무관입니다. 영상 편집 경험도 없었고, 유튜브 콘텐츠 제작은 처음이었습니다. 다만, 그는 기존의 지자체 홍보 영상이 가진 틀을 벗어났습니다. 사람들이 짬이 나는 시간에 유투브를 보는 목적은 즐거움을 위한 것임을 포착한 것이죠. 그래서 정보 전달 플러스 ‘재미’를 중심에 두고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사람들이 충주라는 이름만이라도 확실히 기억하게 하자.
영상의 톤도 파격적이었습니다. 제가 본 영상에서 누운 자세로 인터뷰를 진행한 적도 있었는데요(위 사진 참조).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무원은 낮은 자세로 시민을 대해야 하니까요.” 정말 브릴리언트 하지 않나요?
물론 초반에는 조직 내에서 반발도 많았다고 해요. 기존 지자체 홍보 형식과는 너무 다른 방향이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결재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말해줍니다. 충주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고, 유튜브 채널은 지자체 홍보의 모범 사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결재 없이도 영상 업로드가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지요. 김선태 주무관은 9급으로 시작해 7년 만에 6급으로 파격 승진하기도 했습니다.
학자 Pinchot(1985)는 사내 기업가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꿈을 가진 사람, 조직 내에서 어떤 형태로든 혁신을 창출하는 책임을 가진 개인
그 정의 속에는 한 가지 표현이 인상 깊습니다. 바로 ‘꿈을 가진 사람’이라는 표현입니다. 기업교육현장에서 직장인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저는 조직 안에서 부품 같은 존재예요.” “주어진 일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일터라면, 그 안에서 작은 꿈이라도 품을 수 있어야 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해집니다.
창업을 하지 않아도 조직 안에서 기업가정신은 발휘될 수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조직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사람을 원하고 있습니다. (비록 반감의 분위기는 존재하지만은요) 보다 중요한 것은 사내기업가정신을 통해 조직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의미 있는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을 통해 조금은 다르게 생각해보고, 작게나마 시도해보는 것. 그것이 조직 안에서 ‘꿈꾸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첫걸음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