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에서 회사에서 새로운 꿈을 주도하는 ‘사내 기업가정신’에 대해 설명한 바가 있는데요. 직원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업가정신이 씨앗이라면, 그 씨앗이 자라나는 데 필요한 건 바로 '조직'이라는 토양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씨앗도 척박한 땅에서는 자랄 수 없습니다. 문제는, 조직이 사내 기업가정신을 키우는 데 결코 쉬운 환경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왜일까요?
사내 기업가정신은 본질적으로 기존의 전통적 조직문화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조직은 대체로 ‘지시한 일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순응하는 것’을 이상적인 태도로 여깁니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은 그와 반대입니다. 질문하고, 도전하며, 실패를 감수하는 것이죠.
그래서 조직이 진정으로 사내 기업가정신을 키우기 위해서는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문화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조직이 좋은 토양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에 집중해보려 합니다. 바로 1) 실패를 대하는 방식과 2)보상의 구조 입니다.
사내 기업가정신은 시도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시도가 실패로 끝났을 때, 그 사람을 비난하거나 낙인찍는 문화가 있다면 누가 감히 다시 시도해볼 수 있을까요?
“저 사람 나대더니 결국 그럴 줄 알았어.” 비꼬는 말 한마디가 다음 혁신을 막습니다.
구글은 2년간 자사 내부 팀을 분석한 결과, 고성과 팀과 저성과 팀의 결정적 차이를 밝혀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실수하거나 실패해도 비난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 믿음이 있을 때 사람들은 더 과감하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더 자주 도전하게 됩니다.
넷플릭스는 ‘직원의 창의성’에 기업의 운명을 걸고 있습니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저서 『규칙 없음』에서 말합니다.
실패했어도, 그 실패에서 배웠다면 그것은 성과다.
넷플릭스는 실패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문화를 권장합니다. 그걸 선샤이닝(Sun Shining)이라 부릅니다. 햇볕에 드러내듯, 실패한 결과를 공유하고 함께 그 원인을 추적하는 방식입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에, 직원들은 더 과감하게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고 그것이 바로 넷플릭스가 거침없이 콘텐츠 실험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사내 기업가정신은 일반적인 업무 외의 추가적인 노력과 몰입을 요구합니다. 그렇기에 잘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은 중요합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보상은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주는 것’입니다.
보상이 과도하면 지나친 경쟁을 낳고, 보상이 부족하면 행동이 지속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내 기업가정신은 협업과 소통이 중요한데, 과도한 인센티브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넷플릭스의 사례를 볼게요. 넷플릭스는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보장하지만, 성과급은 거의 없습니다.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대신 높은 기본급을 통해 직원들이 생활에 대한 불안 없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보너스 수치를 채우기 위해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게 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핵심은 ‘성과에 따라 보상’이 아니라, ‘기여에 대한 인정’이 보장된다는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네이버 웹툰 보시는 분 많으시죠. 네이버 웹툰도 넷플릭스 못지 않게 직원의 창의성이 매우 중요한 회사입니다. 네이버 웹툰은 2024년 한국 콘텐츠 기업 최초로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창작 생태계’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네이버 웹툰은 보상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꿨습니다. 기존에 출판사 중심의 9:1 수익구조를 7:3으로 바꿔, 작가 중심의 협력 생태계를 만든 것이 핵심입니다.
작가가 작품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저작권 보호, 선투자, 굿즈 제작, IP 활용 등 다방면에서 보상을 강화했습니다. 작가의 아이디어를 ‘판을 깔아주며’ 키워낸 이 생태계는 결국 글로벌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사내 기업가정신은 직원 개인의 노력만으로 절! 대!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들이 자라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 그것이 조직의 몫입니다.
실패를 허용하고, 보상을 공정하게 설계하도록 해 아이디어가 원활하게 흐를 수 있는 소통의 구조를 만들 때
조직은 성장하는 생명체가 됩니다. 사내 기업가정신은 그 성장을 이끄는 뿌리이자 에너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