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가정신
패션에 관심있는 분 정말 많죠? 패션은 나를 드러내는 중요한 도구이니까요. 그런데 패션 산업은 나를 드러내는 멋과 자원의 낭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습니다. 우리가 매일 입는 옷이 지구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 깊이 들여다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죠.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묻기 시작합니다.
이 옷으로 인해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는가?
전 세계 산업용 물의 약 20%가 패션 산업에 사용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 수치 하나만으로도 패션이 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짐작할 수 있죠. 그리고 생산된 옷 중 일부는 채 입어보지도 못한 채 폐기됩니다. 화려한 쇼윈도 너머에 감춰진 풍경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무겁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Don’t buy this jacket(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문구로 광고를 낸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파타고니아입니다. 옷을 파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옷을 사지 말라고 이야기한 것이죠. 아이러니하지만, 그 안에는 확고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환경문제에 정말로 진심인 기업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제품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고 제품을 재활용해 새 옷으로 탄생시키는 순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고, 생산 과정에서의 폐기물도 최소화하고 있죠. 이 모든 노력은 단지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전략이 아닙니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실천이자, 그 자체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파타고니아는 법적으로는 영리 기업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행보는 사회적 기업 못지않게 가치 중심적입니다. 이윤을 내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포기하지 않는 길, 이것이 바로 사회적 기업가정신입니다.
과거에는 기업의 존재 이유가 오직 이윤 창출에 있었다면, 이제는 다릅니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기업의 가치를 봅니다.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기업이 사회적 문제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브랜드의 생존과 직결되기도 합니다.
이런 시대에 사회적 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이란 용어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 같아요. 사회적 기업가정신은 두 가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째, 지위적 관점입니다. 이는 사회적 기업을 창출하고 운영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역량을 말합니다.
둘째, 기능적 관점입니다. 사회적 기업가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인지, 그들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입니다.
지위적 관점에서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자인데요. 사회적 기업이란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도, 시장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합니다. 법적으로는 수익의 3분의 2 이상이 사회적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며, 일부는 주주나 구성원에게 분배도 가능합니다. 그림에서 보다싶이 파란색 영리 기업과 빨간색 비영리 기업이 섞인 보라색으로 표시된 기업이에요. 목적과 수단의 균형을 고민하는 기업이죠.
그런데 사회적 기업가는 단지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즉, 두번째의 정의가 더 중요할 것 같아요.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든, 영리 기업을 운영하든, 또는 그 중간 어디쯤에 있든,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는가입니다.
사회적 기업가정신에는 기회를 포착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가 포함됩니다. 다만 그 중심에 사회적 가치라는 방향성이 있다는 것이 다릅니다.
사회적 기업가정신을 펼치는 예를 하나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카붐(KaBOOM!)’은 놀이터를 짓는 기적’을 만드는 조직입니다. 창립자 대럴 해먼드(Darell Hammond)가 1995년 워싱턴DC 뉴스에서, 놀이터 없는 동네에서 폐차장에 들어간 아이들이 질식사했다는 비극을 접했습니다. 이 사건이 “아이들에게 안전한 놀 권리를 당연하게 누릴 자격이 있다”는 신념으로 변했고, 그해 자원봉사자 500명과 함께 첫 놀이터를 직접 지으며 KABOOM!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대럴 해먼드는 자신이 본 비극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가 정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는 KABOOM!을 창업한 후 아쇼카 펠로우, 포브스 ‘최고의 사회적 기업가’에 선정되었고, 2011년 자서전 KaBOOM!: How One Man Built a Movement to Save Play를 통해 비영리 조직도 경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습니다.
대럴 해먼드는 사회적 가치를 중심에 둔 사회적 기업가입니다. 우리 주변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에 마음이 흔들리고, 결국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이죠. 그런 사람이 만든 변화는, 아이들의 놀이터처럼, 세상의 빈자리를 하나씩 채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