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엄마로 사는 중
그래도 운전을 다시 배워야 하는 이유
나는 운전을 안 한다. 안 한 시기가 길어지니 이젠 못 한다. 처음 내가 차 운전하기 싫어한 이유는 효율적이지 않아서였다. 비용의 효율성보다는 시간의 효율성이었다.
운전 중에는 운전만 해야 하는 것이 시간이 아까웠다.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멍 때리거나 밀렸던 생필품 쇼핑을 한다거나 그 시간을 잘 활용해보는데 재미를 보는 편이다. 그런데 운전 중에는 절대 못 하고, 그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내야 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운전해서 어딘가에 가야 하면 정시성이 떨어져서 또 시간이 아까웠다.
대중교통으로 어딘가 이동할 때, 요즘은 시간대별로 도착 예상시각을 정확히 알려준다. 그래서 약속을 어길 일이 거의 없고, 대중교통 어플이 워낙 잘 만들어져 있어서 모르는 곳을 가더라도 헤매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차로 이동하게 되면 차가 막히게 되는 급작스런 상황으로 이동시간이 더 걸리고, 미리 주유 등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아서 나의 라이프 스타일에는 비효율적인 수단이었다.
그러다가 뚜벅이 엄마로 살게 되면서 점점 운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아마도 아기가 유치원을 가기 전까지는 운전을 배워야겠지 싶은데, 아직까진 뚜벅이로 지낼만하다.
어떻게 차 없이 아기를 키우냐는 놀라운 반응이 많다.
우리 집에 자차가 없다고 하면 1차 놀람, 내가 장롱면허라 뚜벅이라고 하면 2차 놀람. 차 없이 안 불편하냐는 질문을 너무나 많이 들었는데, 솔직히 없이 살다 보니 익숙해져서 그렇겠지만 그리 불편하진 않다.
요즘 세상이 참 좋아서 콜택시 어플도 잘 되어 있다. 카카 땡 택시, 립온택시 등 집에서 콜택시를 불러서 목적지까지 길 안내 따로 안 해도 갈 수 있고, 집에 돌아올 때도 택시에서 내려서 주차 안 하고 집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조금 먼 거리를 택시로 이동할 때나, 아기 컨디션이나 내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거나 특별한 상황일 때는 정말 가끔 모범택시로도 콜을 한다. 오히려 돈을 주더라도 편하게 차를 타고 오니 만족도가 훨씬 좋다.
가끔 근교로 나갈 때는 하루 렌트해서 남편이 운전대를 잡는다.
남편은 MD라서 차를 끌고 다니는 일이 잦아서, 운전을 잘 하는 편이다. 두어 달에 한 번씩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으로 세 식구가 놀러 가거나, 아기를 데리고 대학병원을 가야 하는 등 차가 없으면 극도로 불편해지는 상황에 렌트를 한다.
그런데 자차는 없더라도 운전은 할 수 있어야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남편이 일을 안 하고 대기하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운전을 할 수 있으면 아기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진다.
자차가 없는 우리 부부도 내후년에 아기가 두 돌이 되면 그때는 차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아기가 자라면 유치원도 다니고 학원도 다닐 텐데, 그럴 때 남편에게 항상 의존할 수는 없을 노릇이다.
앞으로 1년 정도 남았다고 계산하면, 내년에는 운전 연수를 받아서 실력을 만들어 놓아야 필요할 시기에 운전할 수 있을 것이란 결과가 나온다.
운전 공포증도 약간 있고, 감가상각의 최고봉이 차라고 생각해서 내 인생에 자차 보유는 최대한 늦추리라 마음먹었던 나. 그런데 이제는 차량을 보유할 시기까지 정해두고 그 시기가 오기 전에 미리 운전을 직접 하려고 한다. 이 결정은 온전히 우리 아기를 위해서이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갈고닦아 놓아야, 이다음에 아기가 계속 크면서 학교도 가고 학원도 다니고 할 때까지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되고, 그런 과정에서 나 또한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지 않을까 한다.
워킹맘이 가져야 할 역량에 대한 웃픈 이야기를 들었다.
일하며 육아도 하는 엄마는, 온전히 육아에 전념하는 엄마들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어서, 몇 가지 역량이 필수라고 한다. 정보력, 체력, 재력 등등. 그중 하나가 운전실력이었다. 웃자고 한 이야기였지만 나에겐 진지하게 다가왔던 말이었다. 난 뚜벅이 엄마이기에.
아, 그런데 운전은 정말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