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아기가 돌발진으로 일주일내내 열과 씨름하며 싸웠다. 그 전쟁은 오롯이 나의 일상을 무너뜨렸다.
다행히 내 출근길 근처에 아침 8시반에 문을 여는 소아과가 있다. 어찌나 감사한지! 매일 이 소아과를 들르는 것을 목표로 내 하루일과가 맞추어 졌다.
참 이상하게 아기 열은 오후부터 시작해서 자정 전후에 가장 심해지는 것 같다. 우리 아기도 이번주 매일 밤 아파했었다. 퇴근 이후부터 새벽까지는 시간도 길기도한데, 아기 체온에 따라 챙겨줄 것도 많아서 제대로 통잠을 자본 날이 없었다.
퇴근 후 18:00-06:00 아픈 아기를 돌보는 밤에는 이런 것들을 합니다.
밤새 물수건을 닦아내며 열을 내려주기
옆에 누워 있으면서 체온 체크하기
38.3도 이상이 되면 해열제 먹이기
자다가 아파서 울다 깨면 안아서 달래주기
너무 뜨거워지는 부분에 물수건 적셔서 올려두기
코가 막혀 힘들어하면 코뻥 해주기
밤 시간이 왜 이리 긴 건지. 잠을 자는둥 마는둥 새고나면 아침이 오긴온다.
기상 후 06:00-09:00 출근준비+소아과내원준비+아기밥준비=OMG
회사(자율출퇴근제 적용중)에 10시까지는 반드시 출근 해야하기 때문에, 1시간 통근시간인 나는, 소아과 할일을 다 마치고 9시에는 출발해야한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할 일. 평상시에는 집으로 바로 출근하시는 시터선생님에게 미리 연락을 드려서, 소아과에서 8시반에 만나기로 약속해둔다.
간밤에 열체크 및 증상기록해둔 다이어리를 사진을 찍어서 소아과에서 보여줄 준비를 한다. 그리고 출근 후 선생님이 먹여주실 아기 밥을 준비한다. 아플 때라서 죽을 끓여두고, 배퓨레를 만들어두거나, 먹여야할 간식을 다 꺼내둔다.
내 출근 준비는? 머리 감기는 포기 못 해. 그리고 스마트폰만 챙겨도 끝... 옷도 손이 가는대로 옷 입고 그냥 가는 것이지 뭐 ㅠㅠ
우리 아기가 다니는 소아과 선생님이 항상 일찍오셔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을 바로 진료를 봐주신다. 그래서 집에서 8시에 유모차로 아기를 태우고 소아과로 이동한다. (출퇴근 시간이라 택시잡기가 매우 힘들다 ㅠㅠ)그러면 8시 20분 정도에 소아과에 도착하고, 감사하게도 정말로 소아과 원장님이 오시자마자 1등으로 진료를 봐주신다. 덕분에 오히려 대기 없이 빨리 진료보기 가능!
그러면 처방약까지 약국에서 받아도 9시가 안된다. 시터선생님에게 유모차를 끌고 집으로 가달라고 말씀드리고, 나는 소아과 근처 지하철역으로 출근을 한다.
평소에도 정신이 없는데, 아기가 아파서 며칠을 밤잠 설치며 보냈더니 주말이 되니 이제 내가 몸살이 날 것 같다. 혹시나 싶어서 매일 자기전 타이레놀을 먹고 자서 다행히 나는 무사하다.
아기가 아파도 엄마는 아플 시간이 없어요.
하지만 고된 피로감이 누적되어 온 몸이 쑤시고 피곤하다. 삼시세끼는 커녕, 회사에 있는 시간에 먹은 점심이 유일한 끼니가 된다. 밥을 먹을 시간도 없고 챙겨먹고 싶은 기력도 없다. 아픈 아기를 안아주는 시간이 많다보니 허리를 잠시라도 펴는 것이 밥을 먹는 것보다 더 절실하기에.
이번주 내내 얼마나 몽롱한 상태로 일을 했었는지 사실 잘 기억도 안 난다. 그래도 우리 아기는 집으로 시터 선생님이 와서 1대1로 봐주시고, 오후에는 엄마가 오셔서 지극정성으로 봐주시기도 한다. 만약 어린이집에 다녔었다면 걱정되어서 일을 더 집중도 못했을 것 같고, 이렇게 금방 낫기도 힘들었을지도.
급작스럽게 찾아온다는 뜻이라 '돌발진'이라는데, 정말 급박스럽게 아프기 시작해서 이번주 5일을 병마와 씨름했다. 잘 견뎌준 아기에게 고마울 뿐이다.
이렇게 아기가 아플때는 엄마는 무너질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괜히 아기가 처방약을 먹을 때, 나는 홍삼스틱을 뜯어먹거나, 조금 컨디션이 이상하더라도 타이레놀을 빨리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