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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Oct 29. 2016

인도101-빈부격차

적응안되는, 적응하고 싶지 않은

인도에 와서 가장 적응하기 힘든게 뭐냐면 신분제가 아닐까 싶다. 엄밀히는 빈부격차려나. 빈부 격차가 너무 너무 심하다. 게다가 신분제에서 비롯된 빈부격차다. 인간은 평등하지 않은데 그걸 대놓고 드러내는게 불편하다고나 할까.

여기 사람들은 시키는걸 아주아주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동생한테 라면좀 끓여라 하는 느낌정도려나. 고압적으로 시키는게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을 부린다. 짜이좀 가져와. 물좀 갖고와. 여기 청소해. 운전해. 등등. 듣는 사람도 이 일은 당연히 내것이라는 듯 잡일을 해낸다. 현대의 인도에는 신분제가 폐지되었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신분에 대해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들이 돈을 받고 일하긴 하지만 아주 적은 돈을 받는다. 한달에 30만원정도. 아주 별거 아닌것도 맨파워로 해결하려 드는게 편한 동시에 불편하다.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사오고 싶을때 내가 두발로 걸어가서 사오는게 아니라 잡일하는 사람을 고용해서 시킨다. 몸은 편하지만 이런 일까지 시켜도 되는걸까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 물건을 사러가면 계산하는 사람, 물건을 비닐 봉지에 담아주는 사람이 나눠져 있다. 식당에 가면 거의 손님수만큼 종업원이 있다. 그들은 아마 평생 비숙련자로 살게 되겠지. 봉지에 물건을 아무리 열심히 담아봐야 어떤 일에 숙련되지 않고 배우는것도 없다. 이런 계층의 사람들은 영어도 못한다. 그에 반해 잘 살고 교육받은 사람들은 영어도 매우 잘 하고 똑똑하다. 그들은 잡일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시키고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이 차이가 극복될 수 있을까? 잡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임금을 높이려고 힘을 합친다면? 잡일 하는 사람을 고용하지 않겠지. 없어도 아무 문제 없는 정도의 일을 하고 있으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던가. 여긴 사람이 차고 넘친다. 대체 가능한 인간이 너무나 많다. 신분의 차이가 경제력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고대의 신분제가 현대의 신분제로 넘어왔을 뿐. 원래 신분제라는게 그런건가? 하는 일이 정해져있는것? 어떤 사람이 할 수 있을 일이 태어날 때 정해지는 걸 바꾸는 방법은 교육제도밖에 없는데 인도의 교육제도는 어떻게 되어 있으려나 궁금해진다.

이런 신분제가 흥미로운건 갑을 관계가 서로 명확하다는 건데 차주인 내 친구는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막 대한다. 그 운전기사는 주차관리 하는 사람에게 막대한다. 주차관리 하는 사람은 또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막 대한다. 이런 상하관계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여기에는 일말의 죄책감이 없다. 인도인 친구가 인도인은 다른 사람들을 좀 더 사랑할 필요가 있어 라고 말하지만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의식은 딱히 없어 보인다.

델리의 코엑스. 버버리, 세포라 등의 외국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들어갈 땐 공항처럼 짐 검사도 함.
치킨띠까 마살라 두개, 윙 두접시, 맥주 6병 먹고 7만원 냄. 인도 물가가 이정돕니다.


보통 낮은 계층의 사람들은 남인도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은 피부가 더 진하고 덩치가 왜소하다. 청소나 잡일을 해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작다. 잘 사는 사람들은 골격이 한국인과 비슷하거나 더 크다. 서로 향유하는 문화도 상당히 달라 보인다. 한국에서 보통 사람이 5만원 주고 가방을 산다면 재벌가는 몇천만원을 주고 가방하나를 산다던가 하는거랑 좀 다르다. 같은 물건에 저가 고가가 있는게 아니라 아예 소비하는 품목이 다른 느낌이다. 심지어 듣는 노래도 다르다고.

빠하르간지. 진짜 더러운데 물건은 싸다. (쌀껄? 싸야해) 하지만 흥정못하는 외국인은 호구일뿐.

여기와서 가장 헷갈리는게 물가다. 잘 사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온 평범한 나보다 훨씬 잘 산다. 여기도 벤츠, 포르쉐를 모는 사람이 존재한다. 온 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운전기사를 쓴다. 코엑스같은 몰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밥을 먹으면 한국보다 더 든다. 텍스 붙여서 한사람당 만원정도 나온다. 그런데 택시를 타면 말도 안되게 싸다. 10분 타면 1200원정도 낸다. 1000원 내면 난을 5장 쯤 먹을 수 있다. 시장음식은 위생문제로 안먹어봤지만 월급 30만원 받는 사람이 살 수 있으려면 훨씬 싼 음식들이 분명 많을거다. 그래서 가늠이 잘 안된다. 보통 물가가 얼마인지?


여기서 살면 손에 물한방울 안묻히고 살 수 있다. 가정부, 기사를 고용하는데 돈도 얼마 안든다. 그게 좋은 사람도 분명 있을것 같다. 하지만 난 어딘지 불편하다. 치트키 같은 느낌. 우연히 태어났는데 남들보다 쬐끔 더 못 사는데 그게 여기선 엄청 큰 일이라 극복도 안되고 그게 평생 유지된다면 너무나 좌절스러울것 같다. 남들보다 쬐끔 더 잘 살게 태어났다고 너무나 큰 기득권을 누리는것도 이상하고. 어디에나 있는 차이긴 한데 여긴 그 차이가 훨씬 더 커서 이상하게 느껴지는것 같다. 뭔지 모르겠지만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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