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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Dec 10. 2017

여행을 떠날까

여행의 가치가 어느때보다 크게 느껴지는 때에 살고 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1492년보다,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는 탐험가가 아직 의미가 있던 19세기보다 훨씬 더. 구글 맵만 켜면 온 세상 모든 땅의 위치를 확인 할 수 있고, 구글에 쳐보기만 하면 온갖 랜드마크의 멋진 이미지들을 찾아 볼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탐험가의 시대는 가고 여행자의 시대가 온 것이다.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동지(?)들이 생기는건 참 좋다. 어디 가려고 마음 먹고 나서 주위에 조금만 물어봐도 이미 다녀왔던 친구들이 전해주는 조언들이 넘친다. 다녀오고 나서 서로의 여행 얘기를 주고 받는 것도 너무나 즐겁고. 하지만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큰일이라는 것처럼 굴어대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이상하다.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게 꼭 용기가 없어서가 아닌데도,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전세자금을 빼서 세계일주를 떠나는 사람만을 용기있고 꿈을 쫓는 사람으로 보는건 좀 아니다 싶다. 모든 사람이 현재 일상을 포기하고 여행을 떠나고, 여행작가가 되고 강연을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행작가가 되고 페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스타가 되는건 소수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전부 용기있게 떠났고 멋지게 살고 있다. 나도 그런 사람들의 글이나 사진을 찾아보는게 취미다. 하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다 세계일주를 해야 하는건 아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이 현재 하고 있던 일이 즐겁거나 미래가 보였다면 그렇게 다 버리고 떠났을까. 여행은 단편적이지만 일상은 연속적이다. 모두들 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여행을 떠나라고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각자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용기가 더 필요한 것 아닐까.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어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 늘 이방인인 일상이 얼마나 지속가능할까. 몇년전에 친구 하나가 나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돈이나 시간에 대한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뭘 하고 싶냐고. 난 당연히 여행가야지! 하고 대답했다. 친구가 다시 물었다. 너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3년 넘게 여행했다면? 여기저기 안가본 데 없이 다 돌아다닌 후에도? 이 질문에 그래도 여행을 가겠다는 사람이 있을거다. 하지만 난 아니다. 내 삶의 목적은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가끔 다녀오는 여행이 소중하고 즐겁다.


내가 모든걸 다 버리고 떠나지 않는건 꿈을 쫓을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꿈은 여행만 다니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난 여행'도' 다니고 싶다. 조금씩 여기저기 다니다가 죽을때쯤엔 전국 방방곳곳, 전 세계를 다 돌아본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결국 젊을때 몰아서 하느냐, 평생에 걸쳐 조금씩 하느냐하는 선택의 문제일까?! 그렇다면 난 후자를 선택하는 걸로. 쓰다보니 여행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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