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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Dec 10. 2017

내가 다녀온 도시 A

네덜란드, Amsterdam / Angkor wat /  Amalfi

스무살때 처음 혼자 비행기를 탈때 느꼈던 떨림이 아직도 기억난다. 고등학교 친구들 사이에선 내가 학교에 적응을 못해서 휴학했다더라는 소문이 퍼졌다. 하하. 그땐 휴학만 해도 별종 취급받던 때였다. 내 취미는 여행이라고 정한지 10년이 넘었다.(!) 왠지 알파벳 순으로 정리하고 싶어졌다. 알파벳이라니 너무 뻔하지만 이과 출신은 이렇게 창의력이 떨어진다.


첫번째 알파벳 A

Amsterdam

20살때 했던 첫 여행이자 나의 첫 유럽행.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놀랐던건 합법적인 대마초도 홍등가도 아니었다. 커튼없이 생활하는 로컬들이었다. 밖에서 안이 훤히 다 보이는 집들이 많다. 청교도의 청렴결백한 생활습관이 남아서 그렇다고 들었는데 그 모습이 적응은 안되지만 뭔가 순수해 보였다. 실제로 유럽여행중 가장 친절했던 암스테르담 사람들! 수많은 대화법중에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미소지으며 도움을 주는 화법이 있다는걸 처음 깨달았다. 처음엔 모르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친절하게 해주지? 하고 의심했다. 서울에서 누군가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걸 때는 도를 아십니까 류 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나의 멍청한 의심병이라는 걸 깨닫는데 오래걸리지 않았다.


나 : (제자리에 멈춰서 지도보고 있음)

모르는 사람: (환하게 웃으며) 뭐 도와줄까? 어디가려고 하는건데?


이걸 몇번 반복하다 보면 이곳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친절하구나 하고 깨닫는다.


암스테르담의 큰 매력중 하나는 바로 운하다. 한강에 비하면 동네 하천쯤 되는 사이즈지만 아기자기한 예쁜 운하다.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에서 운하를 따라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나와 반가웠다. 십년만에 보는데 여전히 예쁘더라.


아름다운 아치형 다리. 끝없이 이어지는 다리들의 운율감
비틀즈의 Let it be를 부르던 청년들. 좋아하는 노래를 듣다니 운명같았던 순간.
웃통벗은 청년들이 너무나 자유로워 보였다. 자유와 젊은은 늘 매혹적인 단어다.



Angkor wat

정확히는 도시이름은 아니고 캄보디아의 사원이름. 앙코르 와트. 화양연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찾았더라면 훨씬 감동이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화양연화를 더 나중에 봤다.

화양연화 양조위. 뒷모습에서도 잘생김 뿜뿜.


게다가 유적지는 그저 오래된 돌덩이 정도로밖에 인식을 못하던 멍청이 시절에 다녀와서 너무 대충보고 온 곳이다. 지금갔더라면 가이드 투어도 신청하고 설명도 열심히 들었을것 같은데 그땐 태국에서 오프로드를 달리고 달려 너무나 힘겹게 도착한데다 날씨도 너무 덥고 습해서 돌아다니기 귀찮아 했다. 어떤 장소는 내가 준비가 됐을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곤 한다. 이래서 바보는 여행을 다녀도 바보인 채로 집에 돌아오곤 한다. 그당시 꽤나 귀찮아 했음에도 그 장소가 이렇게 기억에 남는걸 보면 앙코르와트가 대단하긴 대단한 것 같다. 일단 규모가 말이 안된다. 정글 한가운데 고대유적지라니. 이런 영화같은 장소가 또 있을까 싶다. 지금은 가는 길이 좀 편해졌으려나?

긴 세월동안 계속 이 자리를 지켜왔을 건물들과 조각들
그때도 웃겨서 찍었는데 지금봐도 웃기다. 뭘까. 노래하는 여신?




 Amalfi

이탈리아 남부도시. 아말피라고 하면 보통 아말피 해안을 가리키는데 여기에 포지타노, 아말피 등등 여러 마을이 포함되어 있다. 아말피라는 동네가 있음에도 포지타노가 가장 큰 중심지. 헷갈리게 스리... 남편과 나의 신혼여행지로 아말피라는 동네를 택했는데 그 탓인지 나와 남편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되는 장소다. 포지타노를 두고 누가 부산의 감천문화마을 같다고, 별로라고 하던데 같은 장소를 두고 평이 이렇게 갈릴 수도 있구나 싶다. 그러고 보면 은근 여행지도 궁합이 있다. 무조건 좋은 곳은 세상에 없는듯. 나와 잘 맞는 곳이 나의 최고의 여행지가 된다. 남편 구하는 기준이랑 비슷한듯.

빈티지하고 아늑한 장소와 바다를 좋아하는 나에겐 정말 찰떡 여행지였다. 후 예쁜 구석 밖에 없었던 아말피. 보트도 몰아보고 수영도 하고 레몬샤베트도 먹고 해산물 튀김도 사먹고 잘 놀다왔다.

나의 남부 이탈리아 예찬기 https://brunch.co.kr/@flyhigh320/22

사진에선 안보이지만 저 종탑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아침마다 우리의 조식뷰
느낌있는척. 푸르른 하늘빛이 도시의 노란조명과 잘 어울린다.
둘이서 보트타고 지중해 돌아다니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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