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Bangkok
Bangkok
나의 두번째 여행지이자 처음으로 혼자 떠났던 여행의 목적지. 나같은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지금도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2006년 당시엔 왠지 방콕 바람이 불었었다. 카오산 로드는 배낭여행객의 수도 같은 곳이었고 나같은 어리고 모험가가 되고 싶었던 애들은 전부 방콕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자의 핫플레이스랄까. 카오산 로드는 정말로 배낭여행객에겐 최고의 장소였다. 오만 종류의 사람이 모였고 거기서 처음으로 장기여행자, 여행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만났다. 태국의 물가는 말도 안되게 쌌고- 당시 작은 방 하나 빌리는데 5천원 정도- 날씨는 얼어죽을 염려는 없었다. 그 곳의 사람들은 전부 싼 값에 생활을 영위하거나 저렴한 사치를 부리고 싶어했다. 얼마나 저렴한 값에 여행을 계속 할 수 있는지 경쟁하는것 같았다. 난 그런 야무진 경쟁에는 좀 끼기 어려워서 그냥 열대과일 꼬치(?)같은 것들이나 손에 들고 먹으면서 막 걸어다녔다.
그래도 두번정도 마사지는 받았다. 당시 스무살이던 나는 뭉친곳이 전혀 없고 마사지라곤 받아본적도 없는 물렁물렁한 애였는데도 왠지 마사지를 받아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너무 아파서 마사지라는게 원래 이렇게 괴로운 건가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번 더 받아봤는데 똑같이 아팠다. 시원함을 알기엔 지나온 세월이란게 딱히 없는 나이였다.
나 자신이 별로 사교성이 좋다고는 생각 못해봤었는데 어쩐 일인지 방콕에서는 사람들을 쉽게 쉽게 만났다. 사람들은 다 호의적이었다. 한국인이라는 유대감이 아직은 살아있었던 것 같다. 내가 어쩌면 쉽게 다른 종류의 인간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인간은 생각보다 쉽게 변하는 거라고. 여행을 떠날때면 또다른 자아가 생겨날 수도 있다는걸 그땐 몰랐지.
사람은 생각보다 다양한 면이 있다. 술만 마셔도 다른 사람이 되고, 외국어를 배울때도 다른 사람이 되고, 금요일 밤이 되면 다른 사람이 되고, 새로운 취미만 배워도 다른 사람이 된다. 난 그 중에 여행하는 나 자신을 좀 맘에 들어한다. 그걸 방콕을 여행하면서 알게 됐다. 방콕은 가만히 앉아서 맛있는 밥만 먹기에도 좋은 여행지이고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돌아다니기도 좋은 여행지다. 여행 101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나는 내가 어떤 여행을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 딱히 다른 깨달음을 주는 건 아니지만. 그건 어떤 장소들 마찬가지니까 상관없다.
방콕을 떠올리면 습하고 더운 여름밤이 생각난다. 늘 여름인 나라. 나에게 한없이 잘 해줬던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