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많은 외국인 동료들이 제가 전직 플라이두바이라고 하면 도대체 왜 그만뒀냐고 물어봅니다. 에티하드 항공까지 소문이 날 정도로 복지도 좋고 매니지먼트도 좋고 일하기 좋은 항공사인 플라이두바이. 하지만 그렇게 좋은 항공사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3년이 지나고 다른 항공사가 안돼도 다음 해엔 무조건 그만둬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치명적인 단점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1. 승객 프로파일
승객 프로파일이 에티하드 항공과 차이가 많습니다. 이 부분은 플라이두바이 항공사뿐만이 아니라 에어아라비아 역시 해당되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플라이두바이는 에미레이트 항공사가 가지 않는 중•단거리 노선 위주로 운항하고 있습니다. 플라이두바이 항공사 재직 시절 아직도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 카불, 칸다하르도 갔었고 전쟁이 나는 바로 옆 나라인 이란, 그리고 전쟁이 나는 국경지대인 파키스탄 쿠에타도 간 적이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에게 생소한 도시 일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플라이두바이 입사 전엔 전혀 몰랐던 도시 들이니까요.... 특히 아프가니스탄 국가 같은 경우는 정말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가는 유일한 국제선 항공사가 플라이두바이뿐이라 승객 수는 꽤 많은 편이었습니다. 신청하지 않아도 스케줄에 비행이 나와서 회사에서 보내게 되면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입장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노선 같은 경우는 차터 플라잇 (charter flight) 이어서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모든 승객들이 미군이었으니까요. 여담이지만 미군 남편을 만나고 싶어서 칸다하르 비행만 신청하는 크루도 종종 있었고 실제로 남편을 만나서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 여권을 갖게 된 승무원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충격받았던 승객 프로파일 중 하나는 칸다하르가 아니고 카불입니다. 대부분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아랍어도 영어도 하지 못해서 보딩 시간이 참 힘들었습니다. 심지어 숫자도 잘 못 읽어서 자기 자리도 잘 찾지 못하던 그들... 그중 제일 어려웠던 부분은 바로 덩치 큰 아프가니스탄 아저씨들이 저를 비롯한 여자 승무원들의 말을 하나도 안 듣는 점이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여성을 사람으로 대접해주지 않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노선, 파키스탄 대도시 (카라치)를 제외한 전 노선, 아프가니스탄 카불, 에리트리아 아스마라나 소말리아 하르게이사 같은 빈곤 국가의 노선 같은 경우는 화장실 물을 안 내린다거나 음식을 손으로 먹고 내팽개치는 등 비위생적인 상황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또 영어나 아랍어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의사소통도 되지 않고 여자 승무원인 저를 대놓고 무시하는 승객들을 볼 때면 인류애를 상실하게 됩니다.. 아랍어도 영어도 숫자도 잘 모른다면 승무원의 안내라도 잘 따라준다면 좋을 텐데, 안내를 따르기는커녕 승무원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 특정 노선은 비행하는 게 많이 어려웠습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혐오” 감정이 점점 쌓이는 제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은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티하드항공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나 방글라데시 다카 노선이 있지만 승객 프로파일이 많이 다릅니다.. 이 부분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승객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다른 노선에 비해서 퍼센티지가 높다는 뜻입니다.
저가항공사와 프리미엄 항공사의 가장 큰 차이는 비행기표 가격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승객들의 특징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어느 항공사에 더 가고 싶은지 선택은 본인의 몫입니다.
2. 숙소 비 제공
플라이두바이는 승무원이나 파일럿들에게 숙소를 제공해주지 않고 집값을 돈으로 대신 주고 있습니다. 이미 가족과 같이 살고 있는 경우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부분의 한국인 승무원들은 맨땅에 헤딩을 하게 됩니다. 외국에서 혼자 자리 잡은 분들은 무슨 뜻인지 이해할 거예요, 혼자서 집을 찾아보고, 룸메도 알아보고, 이곳저곳 돌아다녀야 하고, 처음으로 내 명의로 낯선 타지에서 하는 집 계약에, 사기꾼들도 정말 많이 만납니다. 어리고 순진한 아시안 여자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정말 많고, 그거에 데어서 한국으로 도망가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플라이두바이 같은 경우는 트레이닝이 끝나고 수피 비행 시작 전에 집을 구해야 하는데, 룸메도 찾아야 하고 (집값이 비싼 편이었습니다) 트레이닝을 통과하기 위해 공부도 해야 하고, 또 그게 여름이라면 50도 가까이 되는 뙤약볕 아래서 정말 생고생을 해야 합니다. 이사를 하면, 정부 공공기관에 들러서 가스도 신청하고, 인터넷도 새로 신청해야 하는데 이 나라는 한국이랑은 다르게 모든 게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면 현타 오기가 쉽죠.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하지만 회사에서 숙소를 제공해준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이 모든 과정을 하나도 안 해도 되거든요. 물론 회사 규정이 까다로워서 룸메를 선택하기 힘들거나 방문객을 받기 힘들고 (에티하드의 경우) 때로는 미니멈 레스트를 지켜야 한다거나 (카타르의 경우) 컬퓨를 지켜야 하는 등 수고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집을 알아서 구해야 하는 과정에 비해서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Life will be easier for you. 하지만 선택이 많다는 뜻은 그만큼 자유롭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본인의 몫입니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이것저것 부연설명을 보태다 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이 정도로만 하고 다음번에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요새 에어아라비아 채용 때문에 UAE 취업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베이스 (샤르자, 아즈만)에 대해서 많이 알아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경험한 셈 치자고 하기엔 나중에 후회했을 때 낭비하는 시간과 비용 등 기회비용이 정말 크거든요.. 다들 후회 없는 선택 하시길 바랄게요. wish you all the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