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동 항공사는 매 비행 만석
요새 매 비행마다 만석 + 미니멈 레스트 콤보여서 정신없이 비행만 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사진이 별로 없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이 쪽만 비행이 좀 여유롭지 내가 최근에 한 파리, 런던, 맨체스터, 암스테르담, 상하이 모두 다 왕복 만석 만만석. (인도 파키스탄 턴도 마찬가지) 3월부터는 PPE도 안 입고 유니폼만 입고, 장갑도 벗고 네일아트가 필수가 되었으며 서비스도 코로나 이전으로 다 돌아왔다. 비행도 많은데 서비스도 코로나 서비스가 없어지고 코로나 이전이랑 똑~같으니 비행 중에 앉을 시간도 없고 비행 다녀오면 정신없이 잠만 자는 중. 잠 깨면 레이오버 다녀온 짐 풀었다 다시 싸고, 유니폼 맡기러 세탁소 다녀오고.. 최근엔 아부다비에서 장 본 기억이 없다.
만석 비행이면 승무원 준비 시절 스터디할 때 그렇게~ 많이 상상해봤던 시나리오들이 한꺼번에 다 나온다. 그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혔는데 말이다.
<< 보딩 중 >>
물 달라고 하는 승객 (진짜 많음)
여분 담요 더 달라고 하는 승객
아직 분배하지도 않은 헤드셋 달라고 하는 승객
어린이 승객들이 장난으로 콜벨 계속 누름
콜벨 눌러서 갔더니 쓰레기 한가득 줌
만석이라 여석 없는데 떨어져 앉기 싫다고 가족끼리 같이 앉게 해 달라는 승객들
충전기 안된다고 불평하는 승객들 (이륙 후 이용 가능함)
기내가 너무 덥다 에어컨 틀어달라
만석이면 종종 보이는 같은 자리 보딩패스받아온 두 손님 (double sitting)
쿼런틴 자리 앉게 해달라고 떼쓰는 손님
만석이라 자리 없다고 했는데도 창가 자리 달라고 떼쓰는 손님
어린이 특별 패키지 다 떨어졌는데 더 달라고 하는 손님
참고로 이 모든 일들이 한 비행에서 다 일어났음. 여러분의 선택은???
이렇게 마라탕보다도 더 매운맛 비행을 끝내고 나면 녹초가 돼버린다. 호텔에 도착하면 씻고 잠자기 바쁜데 요새 나갈 수 있는 레이오버가 많아져서 억지로라도 나가려고 하는 중. 특히 유럽 갈 때면 봄이 오는 게 느껴지니 호텔에만 있는 게 아깝기도 하고, 요새 리자인하고 한국에 돌아가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 친구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왜 그렇게 인천 비행에 목숨 걸었는지 모르겠다고 레이오버받으면 최대한 많이 돌아다니라는 말이 와닿아서 좀 더 부지런해지려고 하는 중이다.
며칠 전 비행에서는 한국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는 동유럽 출신 동료랑 같이 비행했다. 삼계탕이랑 갈비탕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그녀의 신혼여행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비행은 정신없이 바쁘고 승객들한테 치여서 힘들 때도 있지만 비행 안에서 여러 좋은 사람들을 만날 땐 배우는 것도 많고, 좋은 취항지 받아서 혼자 돌아다닐 때면 진짜 다 힐링되는 느낌에 계속 비행하게 되는 것 같다.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하고 매운맛과 짠맛, 단맛, 쓴맛 다 느끼게 해주는 비행 일상 크루 라이프의 아이러니.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거 보니 봄이 오긴 오나보다. 다음 달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 갈 수 있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