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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라인 Apr 19. 2022

피할 수 있으면 피하자

내겐 너무 높았던 CV drop의 벽

나는 지금까지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CV 드롭이 제일 어려웠고, 최종면접이 제일 쉬웠다.


아직까지 기억나는 면접이 하나 있다. 2014년 가을쯤에 본 카타르 항공 서울 오픈데이 면접날이다. 그날 나는 다른 면접자들처럼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지방 사는 승준생들의 비애) KTX를 타고 서울로 갔었다. 기차 안에서는 면접에서 어떻게 말할지 그동안 스터디하며 준비해왔던 것들을 다시 한번 읽었고, 부랴부랴 호텔에 도착해 열심히 메이크업과 쪽머리를 했다. 화장실로 가서 준비해놓은 면접복으로 갈아입고 12cm 하이힐을 신고 (키가 큰 편이 아니라) 면접장으로 돌아가 내 차례를 기다렸다. 내 번호가 호명됐을 때 불려 나간 뒤 가지고 온 자기소개서를 면접관에게 건네주면서 면접이 시작됐다.


그날 난 딱 한 마디 하고 떨어졌다.





이 날 이후로 나는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그동안 봐온 1차 면접은 그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보여줄 수 있었다. 자기소개나 탤런트 쇼를 해야 했던 에어아라비아라던가, 그룹 디스커션을 보여줬던 ANA 라던가, 워킹을 보여줬던 에어아시아라던가..



그날 카타르항공 면접관이 내게 물어본 질문은

“How are you?”라는 질문이었다.



지금은 그때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도  난다. 아마 뻔한 답변을 했던  같다. 그때의 나는  문장 하나로 어떻게 사람을 판단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항공사 면접은 “이라고 단정 짓기 시작했다.




승무원이 간절히 되고 싶었던 나는 다른 전략을 세웠다. 그건 바로 “CV drop”을 하지 않는 항공사를 공략하는 것. 그리고 그 전략은 다행히(?) 성공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이다. 내가 싫고 스트레스받는 상황을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 그거야 말로 정신 승리라고 생각이 든다. 나는 악명 높은 사무장이나 부사무장이랑 비행이 예정되어있을 때 병가를 내는 편이고 동기들한테도 무조건 병가를 내라고 말한다. 왜?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니까. 이번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비행을 가면 얘는 하나도 안 변했구나… 여전히 비행에서 못된 짓을 하고 다니는구나… 다시 한번 확인 사살만 하게 될 뿐이고 스트레스만 받기 마련이다.



면접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인정해야 한다. 난 내 약점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에 약점을 보여주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다. 피할 수 있는 건 피하고, 잘하는 부분은 더 돋보이게 해야 한다.



모든 면접이 그렇듯 승무원 면접 역시 나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면접도 잘 볼 수 있다. 카타르항공과 에티하드항공 채용 때문에 요새 나한테 정말 많은 개인적인 질문을 물어보는데 사실 내 답변은 나한테 맞는 답변이지 다른 지원자들한테는 정답이 아니다. 왜냐하면 각자 그동안 살아온 삶이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고 경험해온 게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에미레이트 항공 말고 왜 에티하드 항공을 지원했나?라는 질문에 두바이에서 승무원으로 살다온 나의 답변은 당연히 다른 사람과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질문에 어떻게 대답했냐고 나한테 물어본다면 내 답변은 질문자에게 도움이 하나도 안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했는지 알려주긴 함)



난 CV drop 단계가 제일 어려웠기 때문에 피하는 전략을 썼다. 물론 모든 상황을 다 피할 순 없겠지만, 가끔은 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에티하드항공 면접이 얼마 안 남은 지금, 자신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강점은 돋보이게 약점은 안 보이게 해서 다들 면접 때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 나 혼자 아부다비에서 고생할 수 없으니… (농담 반 진담 반) 언젠가 두바이, 도하, 아부다비에서 내가 이러려고 이렇게까지 열심히 준비했나…라고 생각이 드는 날이 옵니다.. 와요. 다들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요,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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