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바이 아버지, 모하메드 아저씨
비행을 하다 보면 별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된다.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나를 괴롭혀서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무장을 만날 때도 있고 나에게 첫눈에 반한 건지(?) 비행 내내 추파를 던지며 다른 의미로 나를 괴롭히는 파일럿도 있다. 열네 시간 동안 긴 비행을 같이 하는 데 말 한마디 안 통하는 동료를 만날 때도 있고 두 시간도 안 되는 짧은 비행에서 평생의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오늘 내가 얘기하려고 하는 사람은 내가 두버지(두바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모하메드 아저씨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그날은 2016년 라마단 기간이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사우디 아라비아 타이프(Taif) 비행이었는데 라마단 기간이다 보니 로컬 에마라 티 사람들이 많이 탔었다. 여느 때처럼 기내를 지나가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날 부른다.
"너 어느 나라 사람이야? 네팔? 필리핀?"
"아뇨. 한국사람이에요."
"한국 어디? 대전?"
"???"
대전을 아는 에마라티 (Emirati) 로컬 사람이라니. 심지어 난 정말 대전 출신이고 대전을 정확히 발음한 손님을 믿을 수 없어서 가는 길을 멈춰 서서 다시 물어봤다.
"어떻게 알았죠? 저 대전사람이에요. 대전을 아세요?"
"다 알지~ 내 아들 대전에 있어."
"?????"
너무 놀란 나는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그는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받아봐. 내 아들이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 유성온천역 근처에 살고 있는...."
"!!!"
그 뒤로도 나는 아저씨의 아들과 한국어로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이 친구는 카이스트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대학생이라 대전에서 유학 중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카이스트는 내 모교 옆이기도 하고 동생이 졸업한 학교이기도 해서 내가 밥먹듯이 드나들던 곳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 오늘 이프타(iftar, 라마단 기간 동안 금식 후 성대하게 먹는 저녁)에 놀러 와."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저도 덕분에 너무 즐거웠지만 오늘이랑 내일은 비행이 있어서 갈 수가 없어요."
"그래? 그러면 다음 날 우리 아들 대전에서 두바이에 오니까 그날 꼭 와. 내가 운전기사 보내줄게."
"네? 괜찮아요... 아니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아랍 문화에서는 상대방이 초대하거나 호의를 베풀 때 거절하는 건 무례하다고 배운지라 마지못해(?) 초대에 응했고 그날 처음으로 로컬 에마라티 집에 방문했다.
그 집에 가면서도 내가 가는 길에 납치당하는 건 아닌지 집에 잘 돌아갈 수는 있는 건지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닌지 반신반의했더랬다. 그렇게 도착한 집은 영화에서만 보던 으리으리한 2층짜리 저택.
마당에는 분수가 나오고 있었고 야자수와 생화들이 가득했으며 애완용 앵무새가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필리핀 출신의 메이드 세명이 차려놓은 중국 음식들이 화려한 식탁 위에 가득했다.
"우리가 한국음식은 잘 몰라서 중국음식으로 준비해봤어. 마음에 들면 좋겠다.."
그 뒤로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난 매 해 라마단에 그 집을 방문하며 모하메드 아저씨 가족들과 절친이 되었다.
카이스트를 졸업한 친구가 두바이에서 결혼할 때에도 참석했고 지금은 그 친구의 부인과 세상에서 둘 도 없는 절친이 되었으며 그 여동생들이나 엄마랑도 친하고 온갖 가족모임에 참석해서 각종 사촌들과도 친해졌으며 가족들이 외국 휴가 갈 때 따라가는 정도가 되었다.
어떤 사람을 만날지 어떤 일이 인생에 생길지 모르는 삶, 그게 바로 외국항공사 승무원의 삶이다.
"You never know what's gonna happen."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포스팅해봤습니다. 최근에 제가 올린 글들이 브런치 인기글에 올라오면서 하루에 조회수가 10000을 넘어가고 있어요. 처음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공감해주고 구독해줘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브런치 메인 인기글에 꾸준히 올라와서 그런거였더라구요.
오늘 이 글을 마지막으로 브런치 작가에 신청도 했습니다. 처음엔 취미생활로 블로그랑 브런치에 글 쓰기 시작한건데 이렇게 작가 지원도 하게 되고 블로그도 하루에 방문자수가 매일 2000씩 넘어가서 이젠 둘 다 책임감이 더 커지고 있어요.
며칠 전 비행을 같이한 신입 승무원은 제 블로그 얘길 하면서 제가 포스팅한 내용을 줄줄이(?) 다 외워서 말하는데 제가 더 감동이더라구요. 정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감사하단 말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비행하느라 바쁜 요즘이지만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블로그랑 브런치 해볼게요! 다시 한 번 많이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너무너무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