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하다 생기는 에피소드
멜버른에 도착해서 쓰러지듯 잠든 뒤 일어나 보니 밤 10시다. 호주는 대부분의 식당이 일찍 닫기도 하고 돌아다니기에 너무 어두워서 룸 서비스를 시켰다.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다행히 24시간 다이닝 메뉴가 있었다.
"룸 서비스시킬 수 있을까? 마르게리따 피자 하나랑 스프라이트 하나."
몇 분쯤 지나서 룸 서비스가 도착했다. 막상 사인하고 받았을 땐 몰랐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내가 시킨 거랑 다르다.
방 밖으로 나가보니 다행히 룸서비스 딜리버리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어서 얘길 했다.
"내가 시킨 거 프라이가 아니고 스프라이트야..."
같은 영어를 쓰지만 이렇게 서로 다른 표현에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호주나 영국에서는 감자튀김을 프라이 (fries)라고 한다. 이 외에도 내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서 생기는 웃픈(?) 에피소드들이 여러 개 있다..
지난번 영국 비행 때는 사무장이 나보고 빨리 보르도 (Bordaux) 가져와서 손님한테 주라길래 급한 마음에 레드 와인 컨테이너를 한참을 찾았다. 결국 못 찾아서 손님한테 가서 사과를 했는데..
"손님, 죄송한데 저희 지금 보르도 레드와인이 다 떨어져서요.. 혹시 쉬라즈(Shiraz)로 대신드려도 괜찮을까요?"
눈이 똥그래지던 영국인 손님.. 자기는 보르도를 시킨 적 없다고 하더라. 그러더니
"아~~ 난 보르도(Bordaux)가 아니고 버터 (butter)를 시켰어."
그 사무장 역시 아시안, 태국 출신이었다. 이런 일이 다행히(?) 나한테만 생기는 게 아니구나..
이런 날도 있었다. 전 직장에서는 음식이나 스낵, 음료를 무료 제공하지 않고 돈 주고 팔았는데 영국인 한 손님이 계속 넛츠 (Nuts)를 찾았다. 그래서 우리 믹스 넛츠랑 피넛 있어~~라고 얘기했더니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놋츠!! 놋츠!!
한~~ 참이 지나고 나서야 이해했던 나... 그 손님은 놋츠 (Notes; 지폐)를 얘기하는 거였다..
이외에도 영국에서는 칩스(Chips)를 크리스피(Crisps)라고 표현한다거나 호주에서는 사이다를 레모네이드라고, 휴지통은 빈(Bin) 이라고 말하는 등 같은 영어를 써도 다른 단어로 표현하는 게 재밌다.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운다.. 오늘은 덕분에 공짜 스프라이트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