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클래스와 이코노미 클래스의 차이점
비즈니스 클래스로 승진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아직도 능숙한 동료들에 비해 서비스하는 시간도 좀 걸리고 우왕좌왕할 때도 있지만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7년 반을 일하고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일하게 된 나는 매 비행이 아직까진 새롭고 재밌다. 비즈니스 클래스랑 이코노미 클래스의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몇 개 있는데 오늘은 그 부분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1. 현저히 적은 응급 환자 숫자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일할 때 자주는 아니지만 메디컬 케이스(응급 상황)가 종종 생기곤 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손님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였는데 화장실 가려고 갤리 쪽으로 온 손님이 내 눈앞에서 갑자기 쓰러진 경우도 있었고 나이 많은 손님이 복도를 지나가는 나를 붙잡고 자기가 아프다고 말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특히 시드니나 멜버른, 토론토, 인천 같은 장거리 비행 같은 경우에 섹터당 많으면 아픈 손님이 세네 명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비즈니스 클래스에서는 손님이 아픈 경우가 거의 없다. 그동안 같이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일하는 동료들한테 많이 물어보고, 7년을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일한 내 플랫 메이트한테 물어봐도 다들 하나같이 거의 없다고 메디컬 케이스의 90-95%는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나온다고 대답한다. 맛있는 기내식을 먹고 따뜻하고 푹신한 이불을 덮고 누워서 여행하기 때문일까?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몸이 아픈데 (컨디션이 안좋은데) 피치못할 상황으로 비행기를 타야한다면 무조건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라고 추천하고 싶다.
2. 너무나도 중요한 Teamwork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는 사무장 한 명과 나를 포함한 또 다른 비즈니스 클래스 승무원 한 명 총 세명이다. 이코노미 클래스는 많게는 캐빈이 세 개, 갤리가 두 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비즈니스 클래스 동료들에 비해 두 배가 넘기 때문에 마음이 맞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비즈니스 클래스는 다르다. 난 운이 좋게도 여태까지 좋은 동료들과 비행했지만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일하는 게 더 힘들다고 말하는 동기들 얘길 들어보면 다 "동료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단 두 명이랑만 같이 일하니 이코노미 클래스 때 보다 더 팀워크가 중요하다. 또 비즈니스 클래스 승무원이 되면 파일럿들을 챙겨줘야 하는데 여기서 오는 갈등도 적지 않다.
3. 노선 별로 너무나도 다른 진상(?) 손님 유형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일할 때 승무원들이 싫어하는 특정 노선들이 있었다. 인, 스, 방, 파를 포함해서 요르단, 레바논, 이집트, 터키, 러시아 등.. 그런데 비즈니스 클래스로 승진하고 나니 이 노선의 승객들이 굉장히 예의 바르고 친절하다. 오히려 일하기 편하기까지 하다. 동료들끼리는 커튼 하나를 사이에 두고 "two different world"라고 표현을 한다.
반면에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들은 좋은데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이 힘든 노선이 있다.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 아시아 노선이 그런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인천 노선이 런던이나 토론토보다 힘들다고 학을 떼는 동료들도 있다.
난 아직까지 배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일하는 게 새롭고 재밌다. 정말 돈 많은 사람들 (퍼스트 클래스 승객이나 VVIP 승객들)이 비행기에 타면 관찰하는 것도 재밌는데 이 부분에 관련해서는 데이터가 좀 더 쌓인 후 다음번에 또 포스팅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