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아메리카노'

그냥저냥 세상 사는 이야기④ 상편

by 태포

언제부턴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취미가 생겼다. 혼자 카페를 간다는 것이 처음에는 꽤나 어색했지만 지금은 재미를 붙여 자주 들른다. 그렇다고 감성적인 카페만을 찾는다는 건 아니고 그냥 집 근처 투썸플레이스를 간다. 이곳 '아메리카노' 가격은 4500원인데 사이즈업하면 500원이 추가되고 개인 텀블러를 주면 300원 할인된다. 보통 나는 4700원을 결제한다.


어렸을 때 홀로 카페에 간다는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선택지였다. 약속 시간이 붕 떠 시간을 때워야 할 때면 제일 먼저 주변 PC방을 검색했다. 한여름 또는 장마철이라 실내를 들어가야만 했다면 에어컨 빵빵한 쇼핑몰을 기웃거렸고, 이마저도 안 됐다면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시간을 때웠다.


카페와 친해지지 못 한 가장 큰 이유는 이곳에서 딱히 할 게 없기 때문이다. 우선 시끄러운 곳에선 집중을 못 했기에 공부는 효율이 영 별로였다. 매번 웅대한 계획을 세우고 카페를 갔지만 결과물은 항상 이도 저도 아니었다. 이건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논 것도 아냐. 이런 상황이 자주 연출됐기에 그래서 언젠가 카페에서 공부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는 것도 내 스타일과는 맞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 속에서 왁지지껄 뒹구는 것이 더 편하고, 이편이 더 힐링이 된다. 혼자 카페에 우두커니 있자면 좀이 쑤신다. 무료하고 무료하자니 더욱더 무료해진다.


딱히 땡기는 음식(?)이 없다는 것도 주된 이유다. 스타벅스에서 라면을 팔았더라면, 이디야에서 닭다리를 팔았더라면 지금보다는 분명 더 많이 들렸을 터. 일단 나는 한동안까지도 '아메리카노'가 정말 맛없다고 생각했었다. 복학했을 당시 10cm의 '아메리카노' 노래가 인기를 끌면서 커피도 덩달아 유행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라떼는 달기라도 하지, 이건 얼음 맛밖에 없는데 왜 먹는 거야. 이건 희대의 거품이야." 나는 '아메리카노' 무용론의 선봉자였다.


이런 과거는 뒤로하고, 뒤로하고. 요즘은 '혼카페'를 나름 즐기고 있다. 어째서 태세 변화를 하게 되었는지,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도 혹은 당시 촌놈이어서 트렌드를 못 따라갔던걸 수도.


카페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시끄러운데 이상하게도 이제는 집중이 썩 된다. 또 음악을 들으면서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알아 버렸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아아'를 정말 맛있게 먹고 있다는 것. 밋밋해서 싫어했던 녀석인데 요즘은 그 맛 때문에 먹는다. 만만해서 좋고, 자극적이지 않아 끌린다.


저번 주 토요일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였다. 이날도 혼자 투썸을 찾았다. 주말이라 이미 테이블은 반절 이상 차있었다. 혼자 또는 둘이서 또는 셋이서 다들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나는 평상시처럼 '아아' 한 잔을 주문하고 안쪽 구석에 앉았다. 역시 4700원.


내 바로 왼편에는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진을 치고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테이블 위에는 짐이 꽤 많았는데 가지런히 정리돼 있어(혹은 세팅돼 있어) 지저분해 보이진 않았다. 노트북과 아이패드, 두터운 떡노트와 필통, 바닥에는 충전기까지.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 하편에서 계속

Designed By YES.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