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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인경 Feb 08. 2017

갯벌과 노인

몸빼바지에 긴 장화

비닐봉지, 호미 하나 챙겨 들고 갯벌로 향하는 느린 발걸음

질퍽한 땅의 속살 파헤치니 갯벌의 민낮 싱싱하게 드러난다


한평생 갯벌에 기대어 살아온 고단한 삶

저물어 가는 황혼의 노을 앞에 이제 쇠한 노인으로 마주한다

푹푹 빠져 힘없는 다리 늪처럼 잡아당기는 검은 뻘

행여 넘어질까 구부린 허리 더 힘주어 고정시키고

뻘 속에서 케어 낸 꼬막 조개 낙지와 맞바

펴지지 않는 새우처럼 휘어진 등

물 위에 반영된 거친 거죽의 골 깊은 주름진 얼굴이 생경하다


나에게 꿈이 있었던가

어릴적 품었던 꿈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만큼 험한 세월의 풍랑에 흔들리며 살아왔다

사방천지 흑백사진의 어두운 배경 닮은 삶의 터전 앞에서

여자이길 포기하고 자식만을 생각하는 강하고 억척스러운

어미로만 살아온 삶이었다

그저 욕심없이 삼 첩 반상 같은 소박한 일상에 만족하던 나

해 넘어가는 즈음, 하나 가득 망태가 넘치는 날엔 내 마음에 쌍무지게 뜨고

부는 해풍이 고독을 휘감을땐 갈매기들의 노랫소리에 콧노래 부르며 외로움 달래주었다


매서운 칼바람에 얼굴 베이고

추위에 곱은 손.둔해지는 한겨울 호미질

채워야 할 검정비닐엔 달랑 조개 하나뿐

저만치  갈매기 한마리

안쓰러운듯

먹으려던  살 오른 조개 하나

슬그머니 밀어놓고 날아간다


젖은 갯벌에 우두커니 앉아

푸른 하 올려다 본다


-사진ㆍ서해안 신진도-


                                                     By  한 인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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