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인경 Apr 04. 2017

오늘은 오늘만큼만 행복하자

구석구석 마음 아프지 않은 날이 없었다

마음 한구석 딱딱한 돌 아닌 곳이 없었다

행복은 두꺼운 암막 커튼 뒤로 쭈빗쭈빗 숨어 버리고

어둠에 쌓인 찬란한 불행은 빛이 스미는 커튼의 바닥 틈 사이로 뿌연 연기되어 침입해 들어왔다


환기구 없는 실내처럼 돌파구 없는 삶

그 속에서 나는 공기 중에 떠도는 탁한 절망으로

가쁜 숨을 몰아 쉬었고

행복이란 놈은 무거운 돌과 함께 심해에 매장되어

떠오르지 않을 죽은 단어로 영영 묻히는 줄 알았다

불행과 절망이 내 삶의 장르라 여기며

생의 무게는 스스로 지고 가는 것이라 체념처럼

받아드린 암울했던 시절이 내게 있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절망 속에서도 꽂을 피울 줄 알고

고통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그때의  아픔이 승화되어 지금의 나로

다듬어진 초석이 되어준 탓이리라


그래서일까

아픔과 슬픔을 모르는 설익은 사람보단

천둥번개를 맞고 거친 폭풍우에 흔들려 본

내면이 단단하게 다져진 잘 익은 사람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하고 깊은 심성의 사람이 나는 좋다


이제는 희미한 기억 만이 남아있는 힘들었던  시절

불행이라 여겼던 그 아픔 덕에

타인의 상처도 어루만질 수있는 공감과 이해의 폭이 커지고

고운 시선으로 대상과 사물을 바라보려 한다


가볍지 않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삶을 대하고

때론 진지하고 때론 아이처럼 순수하게

밝고 긍정적인 당당한 삶을 살아갈 줄도 안다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꽃길 만은 아니라 해도

난 두렵지않다

지금껏 내가 걸어온 험준한 가시밭 길도 잘  헤치며

살아온 내가 아니던가


언제부터인지  나는

하루에 하루만큼만 행복하기로 했다

예전엔 십 년 후에 행복할 수 있을지 가불 해서 미리 염려하였다면 지금은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면서

잠들기 전 오늘 하루 행복한 삶이었다면 그것으로 행복하기로 그렇게 연습하며 살고있다


매일 아침 거울 속 나에게 예쁘다 예쁘다 주문처럼

마법을 걸어준다

나를 아낌없이 사랑해줄 사람은 바로 나

내 인생의 주인공도 바로 나이기에


환한 봄이 내 마음에 깃 들었다


                                                       By 한 인 경

매거진의 이전글 긴 여정의 뒷모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