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 포토 에세이》
한때는 슬픔의 악보였던 비의 노래
양철지붕 두드리던 경쾌한 화음
천둥을 동반한 우렁찬 빗줄기
몹시 그리운 요즘
코끝 적시는 상쾌한 비내음
음악처럼 들려오는 시원한 빗소리
창문 너머 내리는 비의 풍경
온종일 바라볼 수 있다면
비 고인 웅덩이에 첨벙첨벙 춤이라도 추겠습니다
비가 내리면
부스러져가는 푸른초목의 낮빛 환해지고
열 손가락 옥반지 낀 마른대지
깍지껴서 온 몸으로 내리는 비
꼭 끌어안고 가지말라 애원 하겠지요
기다려도 오지않는 비
육지가 되어버린 바다
목마름에 신음하던 물고기
박제되어 덩그러니 버려지고
지나가던 바람
애처로운지
모래 쓸어모아 무덤 만들어 줍니다
바닥난 호수에 길 트이니
너구리 공격에 무참히 짓밟힌 물새 둥지
새끼 잃은 어미새들의 절규
하늘 가득 맴돌고
들짐승이 먹다 남은 어린새들의 뼛조각
그곳이 새들의 터전이었다는 상흔만 남겨놓네요
가뭄과 나는 아무상관없는 듯 살았던
저의 오만함을 용서하세요
위대한 자연 앞에 한갓 미물인 나
겸허함을 배우겠습니다
By 한 인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