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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인경 Jun 24. 2017

가 뭄

비가 내리면

                                                             《 포토 에세이》


한때는 슬픔의 악보였던 비의 노래

양철지붕 두드리던 경쾌한 화음

천둥을 동반한 우렁찬 빗

몹시 그리운 요즘

코끝 적시는 상쾌한 비내음

음악처럼 들려오는 시원한 빗소리

창문 너머 내리는 비의 풍경

온종일 바라볼 수 있다면

비 고인 웅덩이에 첨벙첨벙 춤이라도 추겠습니다

비가 내리면

부스러져가는 푸른초목의 낮빛 환해지고

열 손가락 옥반지 낀 마른대지

깍지껴서 온 몸으로  내리는 비  

끌어안 가지말라 애원 하겠지요

기다려도 오지않는 비

육지가 되어버린 바다

목마름에 신음하던 물고기

박제되어 덩그러니 버려지고

지나가던 바람

애처로운지

모래 쓸어모아 무덤 만들어 줍니다

바닥난 호수에 길 트이니

너구리 공격에 무참히 짓밟힌  둥지

새끼 잃은 어미새들의 절

하늘 가득 맴돌고

들짐승이 먹다 남은 어린새들의  뼛조각

그곳이 새들의 터전이었다는 상흔만 남겨놓네요

가뭄 나는 아무상관없는 듯 살았던

저의 오만함을 용서하세요

위대한 자연 앞에 한갓 미물인 나

겸허함을 배우겠습니다


                                                                   By  한 인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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