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토 에세이 ]
바삐 움직이는 젊은 만화가의 손 끝에서
지나온 내 삶의 표정이 살아난다
나는 누구인가 잠시 상념에 잠겨본다
청운의 꿈 가득 품던 푸른 기상의 얼굴
굴곡진 풍파 담긴 골 깊은 주름되어
저마다의 사연 안고 굵은 파도 만들어왔다
지친 하루 늦은 밤 퇴근해 문을 열면
제일 먼저 가슴에 안기던
현관 앞 어질러진 키 다른 신발들
계절 하나 바뀌면 또 작아질 낡고 때 묻은 신발 보며
때론 약자의 모습이 되고
때론 쓸개를 빼놓았다
밥에 붙들려 살아온 한평생
한겨울 텅 빈 들판 지키는 쓸쓸한 허수아비 같다 해도
호기롭고 당당한 환한 봄날처럼 잘 좀 그려주세요
- 캐리커쳐 그리는 중년남자의 상념에 잠긴 표정을보며
By 한 인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