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인경 Jul 24. 2017

잘 좀 그려주세요

                                                        [ 포토 에세이 ]


바삐 움직이는 젊은 화가의 손 끝에서

지나온 내 삶의 표정이 살아난다

나는 누구인가 잠시 상념에 잠겨본다


청운의 꿈 가득 품던 푸른 기상의 얼

굴곡진 풍파 담긴 골 깊은 주름되어

저마다의 사연 안고 굵은 파도 만들어왔다

지친 하루 늦은 밤 퇴근해 문을 열면

제일 먼저 가슴에 안기던

현관 앞 어질러진 키 다른 신발들


계절 하나 바뀌작아질 낡고 때 묻은 신 보며

때론 약자의 모습이 되고

때론 쓸개를 빼놓았다

밥에 붙들려 살아온 한평생

한겨울 텅 빈 들판 지키는 쓸쓸한 허수아비 같다 해도

호기롭고 당당한 환한 봄날처럼 잘 좀 그려주세요


- 캐리커쳐 그리는 중년남자의 상념에 잠긴 표정을보며


                           

                                                                 By  한 인 경

매거진의 이전글 가 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