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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인경 Feb 08. 2016

오래도록 남을 사람

■ 오래도록 남을 사람 ■
 
벌써 올해 들어서만 여러 군데의 결혼식장을 다녀왔다
식장 입구부터  즐비하게 늘어선 축하 화환들과 수많은 축하객들로 북적거리는 결혼식장은 신랑 신부뿐만이 아니라 부모의 인맥과 사회적인 위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그러한 연유인지  마치 하나의 관례처럼,  정년을 앞둔 아버지들은 할 수만 있다면   퇴직하기 전 자녀들의 결혼식을 서둘러 치르려 하고  축의금을 내기 위해 길게 늘어선 하객들의 수가 곧 나의 인격과 현재의 지위를 방증하는  척도인 양  안도하기도 하고 체면을  상해하기도 한다
 
그 내면엔.  우리가 사회에서 서로 일과 관련되어 만나 사회적인 관계로 유지되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떠난다면 서서히 그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무심해진다는 그 쓸쓸한 단면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퇴직이나 은퇴 후  처음 몇 달간은 자주 안부를 물어주던 전화한두 번쯤 술친구  밥친구되어주던 직장 동료들도 서로 사는 게 바쁘고 함께 나눌 공통분모가 줄어들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소원해지고 연락도 뜸하게 된다
 
"언제 식사 한번 하지" 하는 말도 의례적인 인사치레가 되어버리고 한편으로 현직에서 물러나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진 어느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변했다며 예전 같지 않은 인간관계에 허무감을 느끼는 경우를 종종볼수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하였던가
그동안 발품 팔고 수많은 눈도장 찍어가며 맺은 분주한 인맥관리도 종국에는 그 끝이  씁쓸할 수 있으니 너무 그들 눈에 들으려 애쓰지 말자
중요한 건 눈에 드는 게 아니라 마음에 들어야 하는 것이니
진심만큼 가장 확실한 인맥관리가 또 있을까
 
생각해본다
내 핸드폰에 저장된 수많은 전화번호와 이름들을 보면서
더 나이 들어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어 인맥의 폭이 좁아지는 그때쯤이면
이들 중 오래도록 남을 사람은 누구인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번호는 무엇인지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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