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와 그리움 비 오는 날의 추억
비가 온다
다락방에 몰래 숨겨둔 꿀단지처럼 기억 저편
밀봉되어있던 그리움들을 빗소리와 함께 한 술 두 술 꺼내어 추억을 음미해본다
노랗게 농익은 망고의 부드러운 속살처럼 자몽의 끝 맛같이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그리움
그리움의 농도는 정성 들인 시간과 마음에 비례하는 법
시간 이주는 선물이 망각이라 하여도 세월이 모든 기억을 희미하게 하지는 않는다
비 오는 날이면
선명한 색으로 물들어지는 리트머스 종이처럼
빗소리에 젖은 그리움이
더욱더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그리움이란
누군가에겐 함께 듣던 노래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어느 동네 후미진 카페의 구석자리 이거나
누군가에겐 길옆에 핀 펜자 꽃으로 아픔 되어 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 옛날 자주 갔던 장소의 버스번호가
우연히 시야에 들어와
순간의 현기증과 함께 상처 위에 바른
소독약처럼 가슴에 쏴하게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비가 온다
향 짙은 커피 향이 온몸에 퍼지듯
비 내음에 가려진 그리움이 온몸에 젖어든다
그러나
꽃은 한 번만 피는 것이 아니듯
지나간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또다시 새로운 그리움을 꽃 피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