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결혼, 모두가 축하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직장에서 마주한 그날의 침묵이 내 안의 목소리를 키웠다.

by 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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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며,
나의 20대는 회사 생활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끔은 팀장님의 말도 안 되는 부탁도 있었다.
“이거 다른 팀 업무이긴 한데, 내 얼굴 봐서 자료 좀 만들어줘.”
그럴 때마다 나는 군말 없이 대신 해주곤 했다.


그런데, 내가 결혼 소식을 알렸을 때 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옆에서 다른 팀 부장님이 웃으며 “이제 목화 대리 결혼하면 어떻게 할래?”라고 하자,
팀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지가 결혼한다는데 어쩌겠어요.”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많이 어렸고,
자존심은 높았지만 자존감은 낮았다.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럽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부들부들 떨렸다.
“왜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었을까.”
스스로를 자책하며 마음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지금의 나라면, 그 자리에서 웃으며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에이 팀장님, 제가 진행한 프로젝트가 몇 개고 팀장님 대신 만들어드린 자료가 몇 갠데, 너무하신 거 아니세요?”
조금은 장난스럽게, 그러나 단단한 마음으로.
하지만 그때는 그럴 수 없었다.


지금 나는 그 순간의 나를 다독여주고 싶다.

어설펐던 나, 상처받았던 나,
스스로를 지켜주지 못했던 나를.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안아주고 싶다.



그때 부들부들 떨리게 화가 났던 팀장의 말도,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남는다.
“아, 나는 저 사람에게 그저 그 정도의 의미였구나.
하지만 괜찮다. 누군가의 기준에 머물지 않고,
나의 자리에서 나의 길을 걸어가면 된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누군가의 날카로운 눈빛이나 말에 상처받았듯,
나 역시 누군가를 보이지 않는 칼로 베었을 수도 있었겠구나.


불편한 감정들을 느끼고 내뿜는 일도
결국 살아가며 겪어야 하는 과정이지만,
그걸 조금 더 어른스럽게 다뤘더라면 어땠을까.
조금 덜 상처받고, 덜 상처주는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느라
나는 가끔 예전의 그 시간으로 돌아가 본다.



모든 사람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서 매번 상처받는 것은,
결국 내가 너무 가엾지 않은가.


그 사실을 받아들이자, 마음 한켠이 조금 가벼워진다.

그리고 그 가벼움 속에서,
나는 다시 나답게 살아갈 힘을 조금씩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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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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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k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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