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임신과 출산, 무게 중심의 전환점

삶의 무게를 다시 나누는 법을 배우다

by 목화



한때, 일은 내 삶의 대부분이었다.
작은 실수 하나로 수백만 원에서 수십억이 오가는 자리.
책임감은 무거웠고, 긴장은 늘 내 곁에 있었다.
그 무게를 버티려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내 몸을 혹사하고 있었다.


결혼 후 1~2년이 지나, 우리는 아이를 갖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이 일, 이 속도, 이 삶의 무게로는 나를 지켜낼 수 없겠다고 느낀 순간이.


그래서 조금은 느린 회사를 선택했다.
숨을 고를 수 있는 곳, 나를 다시 돌볼 수 있는 곳으로.
하지만 새로운 환경은 쉽지 않았다.
이전 회사의 급여가 더 높았던 탓일까,
보이지 않는 견제와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나는 묵묵히 버텼다.
낯선 사람들과 웃고, 조심스럽게 자리를 만들어갔다.


그렇게 적응할 무렵, 남편이 해외 주재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우리는 낯선 나라로 떠났다.
병원을 전전하며 애썼던 시간들이 무색하게,
모든 걸 내려놓자 놀랍게도 기적이 찾아왔다.
아무 노력도, 계획도 없이 —
마치 오래 기다린 봄이 문득 찾아온 것처럼.





어느덧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출산은 순탄하지 않았다.
첫째는 횡아로 Inverse T 형태로 두번 절개를 해야 했고,
둘째는 수술 도중 마취가 풀려
눈을 떴던 기억이 아직도 아찔하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일은 내 인생의 작은 한 페이지일 뿐이다.


아이를 품은 순간, 세상의 중심이 달라졌다.
일의 성취보다, 누군가의 숨결과 체온이

내 하루의 기준이 되었다.
작은 손짓 하나에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작은 웃음 하나에도 눈물이 났다.
나는 허둥대고, 어설프고,
그러면서 조금씩 ‘엄마’라는 이름에 익숙해져 갔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나를 온전하게 내어주는 것.

희생이 아닌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 많은 일들.

그럼에도 가슴은 벅차고 자꾸 울고 웃게 되는 것.

그게 엄마였다.


인생의 무게는 줄어드는 게 아니라,
다시 나눠지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들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나를 온전히 내어주는 일,
그건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키우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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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는, 일요일 09시 발행합니다.
4회. 퇴사, 멈춤의 자리에서


by Mok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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