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퇴사 이후, 나의 질풍노도

나의 날카로움에 내가 베이다.

by 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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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두던 시기, 미국 기업에서 최종 합격 통보가 왔다.

함께 일했던 미국인 동료는 “Senior engineer 자리가 있다”며 나를 불러주었고

본사에서도 TO를 유지해줄 테니 한국 근무를 제안해왔다.
같이 일하던 인생 선배는 말렸다.
“아이들 금방 커. 너 그 경력 다 날려버릴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 마음은 이미 결론이 나 있었다.


그때 나는 ‘답정너’였다.

이미 마음은 퇴사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워킹맘으로 버티는 매일이 너무 지쳐 있었으니까.

시간에 쫓기는 건 기본이고,

하루가 멀다 하고 아픈 아이들을 챙기는 일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한계에 가까웠다.

게다가 나는 성격상 ‘쿨한 엄마’는 아니었다.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한 시간에 늘 죄책감이 따라붙었다.
그래서 작은 일 하나에도 마음이 조급해지고,
행사라도 있으면 몸과 마음이 함께 들썩였다.


결국, 아무리 좋은 조건이 들어와도
내 안의 결정은 이미 내려져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전업주부의 길을 선택했다.


예상했던 일이었고,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는데도
이상하게 마음 한켠이 휑했다.

10년 넘게 쌓은 경력을 단숨에 내려놓는다는 건,

어떤 형태로든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퇴사는 분명 내게 새로운 자유를 주었지만,

자유의 그림자 속에서 또 다른 그늘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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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그늘은 날카로움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들 목욕을 시키다가 물이 조금 튀었다는 이유로
그 어린 아이들에게 버럭 화를 내던 나.
그 순간, 나 자신이 너무 싫어졌다.
자괴감이 밀려왔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던 나의 모습이었을까.”


하루에 한 번은 아이들에게 화를 냈던 것 같다.
이제 막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그 미안함이 아직도 마음 깊숙이 남아 있다.


어느 날은 아이들이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면,
‘혹시 내가 너무 혼을 냈던 탓일까?’
‘나 때문에 아이가 이런 걸까?’
스스로를 끝없이 의심했다.


사람들은 말했다.
“그 나이의 엄마라면 누구나 그래. 다 힘들어.”
그 말이 위로가 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남이 이해하면 뭐해.
정작 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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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는,

엄마로서 나만의 질풍노도를 겪고 있었다.



Images courtesy of unsplash.


다음 이야기로 흐르다

토요일 09시
6회. 엄마로서, 사랑을 배우는 시간


by Mok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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