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퓨타 Laputa Mar 15. 2017

17. 통하는 프레젠테이션

영업대표가 배우가 되어야 하는 순간, 프레젠테이션

제안서 제출 후, 제안서를 심사해야 하는 심사위원들 입장에서는 방대한 제안서를 읽기 전에 누군가가 주요 사항을 논리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면 제안서를 평가하는 것이 보다 쉬울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 제품이나 솔루션의 실제 동작 모습을 보거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품이나 솔루션 도입의 결과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면 고객은 제안 내용을 더욱 신뢰할 수 있을것이다. 그래서 제안설명회의 프레젠테이션은 위와 같은 주제들을 어떻게 잘 풀어나갈 것인가를 중점으로 구성한다. 매우 논리적이고 구조적이며 또 감동까지 주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의 원조를 찾아보면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BC 384~ BC 322)가 아닐까 생각한다. 프레젠테이션의 논리적 구조와 스토리텔링을 생각해보면 논리학(Logic)과 시학(Poetica)을 만든 아리스토텔레스이야말로 최고의 프레젠터였을 법하다. 대중 연설과 프레젠테이션은 청중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은 같지만 그 형식이나 방법은 좀 다른데, 파워포인트와 같은 발표 도구를 활용한다고 전제하면 21세기에 들어서 최고의 프레젠터는 Apple의 전(前) CEO였던 고(故)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 ~ 2011)를 많이 떠 올린다. 애플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아이폰을 멋지게 소개하던 모습 등 군더더기 없고 간결하지만 인상적인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힐튼이나 메리어트 등 브랜드 호텔의 소개 동영상도 좋은 프레젠테이션 사례이다. 유명한 연예인이나 호텔 매니저가 직접 호텔을 소개하는 이 비디오 클립은 호텔방에 들어가서 TV를 켜면 가장 먼저 보여진다. 부드러운 음악과 함께 호텔의 이곳저곳을 설명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어떤 보조 자료도 없이 육하원칙에 입각해 매우 간단명료하게 메시지를 전달하였지만 아주 인상적이었던 좋은 프레젠테이션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던, 어떤 이야기를 하던, 어떤 매체나 어떤 미디어를 선택하던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잘 수행하려면 아래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사전에 많이 연습할 것

시작 후 2분 안에 관객의 시선을 확보할 것


이것만 잘되면 프레젠테이션은 사실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안 프레젠테이션은 문서의 구성 및 작성부터 이런 저런 챙겨야 할 것들이 있다. 이 장에서는 사업 제안 제출 이후의 프레젠테이션을 어떻게 하면 짧고 강렬하게 고객에게 우리 제품이나 솔루션을 소개할 수 있는지 사업 제안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자.


17.1 프레젠테이션에서 고려할 점


사업 제안 프레젠테이션을 정의해본다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                      


제안 프레젠테이션(Proposal Presentation)이란 제안 내용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구성하고 한정된 시간 내에 평가위원들에게 제안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여 감동을 줌으로써 프레젠터(Presenter)가 의도한 대로 평가위원들이 판단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법.


제안 내용, 논리, 설득력, 한정된  시간, 정확, 전달, 감동, 판단, 의사결정, 커뮤니케이션  기법  등이  주요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제안 프레젠테이션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보면 그림 III-12와 같다. 


그림 III-12. 제안 프레젠테이션 고려 사항


청중 분석, 프레젠테이션 구조, 발표 매체의 선정, 프레젠테이션 문서, 개인적 스타일 등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 중 청중 분석은 가장 중요한데 프레젠테이션을 듣는 사람 즉, 청중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청중의 규모나 성별, 지식 및 태도, 특히 니즈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정확한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 청중 분석이 끝나면 프레젠테이션의 구조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보통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공공 IT사업과 같이 정형화된 사업의 경우, 프레젠테이션의 목차를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해당 목차에 적합한 콘텐츠와 메시지를 잘 정리해야 한다. 왜 우리 제품이 선택되어야 하는지? 고객의 니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등을 짧은 문답 형식을 통해 전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매체 선정은 대부분 MS 파워포인트나 애플 키노트 같은 소프트웨어를 많이 활용하지만 경우에 따라 다양한 멀티미디어 컨텐츠와 도구를 이용하기도 한다. 문서화는 방대한 제안서를 축약해서 강렬하게 표현해야 하므로 어휘나 그 도구들의 장단점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단어의 선택이라든지 차트를 활용하는 시각화(Visualization) 등이 고려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발표자의 목소리, 신뢰감을 줄 수 있는 행위, 질문 응대 등은 프레젠테이션을 완성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할 수 있다. 좀 거칠게 말하면 프레젠테이션은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와 같기 때문에 프레젠터는 최고의 배우가 되어야 하고 프레젠테이션 문서는 좋은 각본이 되어야 한다.  이런 고려사항들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알아보자.


17.2 제안 프레젠테이션은 어떻게 구성되나?


제안 프레젠테이션 고려 사항의 첫 번째는 청중 분석이다. 원론적으로 청중을 분석하는 것은 최소한 연령, 성별, 사회적 지위, 종교적 배경 등 4가지 관점에서는 진행되어야 한다. [1] 프레젠테이션에서 연령, 성별, 지위나 경험에 따른 다음과 같은 유의사항들이 있다.          

 

표 III-7. 다양한 프레젠테이션 청중


마지막으로 다양한 종교적 배경이 상이할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해 언급하거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 – 정치적인 성향, 인종, 이혼 등에 대해서는 가급적 화제로 올리지 않는 것이 좋다. 제안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청중은 당연히 심사위원 또는 평가위원[2]이므로 이들의 지위나 사회적 경험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특히, 프리젠터는 해당 제안을 책임지는 제안 PM이나 사업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B2B 영업대표가 되는 것이 좋다. 해당 사업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해야 하며 왜 우리 기업이 이 사업을 맡아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평가항목 중 가장 중요하고 높은 배점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자연스럽게 풀어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프레젠테이션 발표 자료의 구조는 매우 중요하다. 프레젠테이션 발표 자료의 구조는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가장 쉬운 접근은 도입, 전개, 결말 또는 서론, 본론, 결론으로 풀어지는 3단계 접근법이다. 표 III-8은 논리적 관점에서 3단계로 내용을 구성할 때 주요 고려사항과 예시이다.


표 III-8. 프레젠테이션 3단 구성 - 논리적 구성 사례


표 III-8과 같이 프레젠테이션 발표 자료의 구조를 결정하면 청중의 입장에서 다음 세 가지를 충분히 검토해 보아야 한다.


    1. 프레젠테이션 자료의 콘텐츠가 이해되는가?

    2. 프레젠테이션 자료의 흐름이 있는가?

    3. 프레젠테이션 자료에서 강조하는 것이 보이는가?


제안 프레젠테이션은 제안서의 정수(精髓)를 집약하는 것이므로 제안 내용이 핵심 사항이 나타나야 한다. 16장에서 언급했듯이 제안 전략은 제안 프레젠테이션에 그대로 녹아들어야 한다. 제안 전략에서 도출된 전략과 과제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제안 프레젠테이션은 구성되어야 한다. 공공 IT시스템 구축사업을 예로 들면 표 III-9과 같은 목차로 구성될 수 있다. 


표 III-9. 공공 IT사업 제안 프레젠테이션 목차


첫 번째, 제안개요 혹은 사업의 이해라고 명명되는 부분은 제안하는 사업에 대해 사업자가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서술하는 장으로 사업이 어떤 배경에서 발주되었는지 어떤 목적이나 니즈로 고객이 이것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임팩트있게 요약하는 부분이다. 보통 제안요청서(RFP)를 많이 참고 하지만 영업대표의 통찰력과 정보력을 기반으로 경쟁사가 파악하지 못했던 사실이나 고객의 니즈를 표현해줄 경우 평가위원들은 깊은 인상을 받는다. 유사 사업에 대한 경험(References)이나 실적, 인정받는 대표적인 성공적인 사례(Best Practice)가 있다면 충분히 표현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사업수행전략은 제안전략에서 도출된 4 ~ 5개의 전략들을 전략 하나 당 1~2장의 슬라이드에 도식화하여 담아내는 것으로 제안의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요즘은 뜸하지만 한 때는 의미 있는 영어 단어로 제안전략을 응축하여 많이 표현하였다. (예를 들면 SMART [3] 전략) 제안 전략을 하나의 의미 있는 단어로 표현하고 브랜드화하여 고객의 깊은 인지를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기법이지만 억지로 작명하면 매우 어색해지기도 한다. 공공 IT사업을 예를 들면 사업전략 1 ~ 3은 해당 제안의 성격에 따라 상이하고 사업전략 4, 5는 훌륭한 사람이 참가합니다, 방법론이나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합니다 등으로 정형화되어 있다. 각 사업전략 당 전략 실행과제 즉, 실질적인 실행과제들이 서술되는데 보통 3개 정도가 적당하다. 해당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계획을 표현한다. 시스템 구축을 잘 하기 위해 특별한 도구를 도입한다던지 선진사례를 반영하기 위해 벤치마킹(Benchmarking)을 추진하겠다던지 등등 경쟁사와 차별화된 전략 개발과 실행계획 수립이 제안의 성공 여부, 사업의 수주 여부를 결정한다. 또한, 그 과제 수행의 기대 효과를 표현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이 일이 진행되었을 때 어떤 부분이 좋아지는지 프레젠테이션을 듣는 내내 관심이 이어지게 하는 것이 좋다 [4]. 사업 관리와 지원 방안도 매우 정형적인데 PM을 비롯하여 어떻게 인력이 구성되는지, 어떤 일정으로 추진되며 단계별 보고는 언제 몇 번 하는지 등이 표현된다. 품질보증 방안은 산업 표준을 준수한다던지 주요 인증(Certification) 같은 것이 있다면 그 부분을 잘 표현하여 고객의 신뢰를 더 얻을 수 있다. 프로젝트 관리방안은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방법론과 자동화 도구를 활용하고 있음을 강조할 수 있다. 마지막 상생협력 방안은 사업의 규모가 커서 컨소시엄으로 일을 추진할 때 상호 간에 어떻게 협력하여 성공적으로 일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서술하게 된다. 한편, 발주처가 전형적인 목차를 제시하는 공공사업(B2G)이 아니라 민간기업이 발주하는 사업(B2B)의 경우는 좀 더 창의적인 목차를 구성할 수 있다.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문제제기와 해답을 제시하면서 고객과 공감을 가져가는 방법이다. 즉, 고객이 기업의 제품이나 솔루션을 선택하도록 할 때 왜?’라는 화두를 던지고 그 답’을 제시하여 결과적으로 제안사의 제품이나 솔루션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그 질문에 제시하는 ‘답’ 을 직접적으로 ‘우리 제품이나 솔루션입니다’라고 하는 것은 하수(下數)라고 볼 수 있다. 보다 전문가적인 입지를 가져가고자 한다면 그 ‘답’은 매우 객관적인 관점에서 제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비교– 경쟁사 제품과의 비교도 좋다. – 를 통해 고객이 우리 제품이나 솔루션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좋은 방법이다. 아래는 민간사업의 제안 프레젠테이션 목차를 생각해본 것이다.           

              

    1. 고객이 직면한 문제 또는 고객의 니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2. 우리의 경쟁자(경쟁제품)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3.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4. 대안이 있는가?

    5.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가?


첫 번째는 문제의 인식이다. 제안을 하면서 고객이 당면한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냥 ‘열심히 잘하겠습니다’는 오늘날 사업 환경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고객의 니즈나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보여줌으로써 사업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고객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기에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가 중요하며 B2B 영업대표의 정보력과 통찰력이 강조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 문제/니즈에 대응하고 있는 경쟁자들의 동태를 비교 분석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업의 차별화 포인트를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경쟁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분을 ‘우리 제품이나 솔루션은 이렇게 해결할 수 있다’를 강조해야 한다[5]. 


세 번째는 문제 분석, 비교분석 등에서 도출된 많은 과제 중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고객과 공감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평가위원들과 싱크(Sync)되면 거의 사업을 수주했다고 볼 수 있다. 


네 번째 대안 제시는 실질적으로 제안사가 고객 기업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보여주는 부분인데 경쟁사와는 차별된 제품이나 솔루션으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거나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로 그것을 어떤 실행 계획으로 추진할 것인지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할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발표 자료의 구성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다음과 같이 구성하면 보기 좋다.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여 작성한다고 가정)
(1) 프레젠테이션 첫 장은 대부분 표지가 차지하는데 제목(47pt), 부제목(36pt), 이름(24pt)가 무난함
(2) 이어지는 본문의 구성은 소제목(28pt), 본문(18pt)로 하고 서체는 한 가지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맑은고딕체의 굵기 조정 (L, M, B)
(3) 발표자료를 구성할 때 내용이 수렴되게 하는 것이 좋다. 즉, 다음 절차로 문서를 구성할 때 마지막
      결론이 수렴되는 형태이다.
     (1) Take Attention
     (2) Transition
     (3) Main Stream
     (4) Conclusion


프레젠테이션의 구조를 확정했다면 이제 발표 매체를 선정해보자. 저자가 신입 사원때만 해도 어두운 방에서 OHP[6]를 활용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했었다. 요즘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파워포인트와 같은 소프트웨어가 막 등장한 시기였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장소에서 컴퓨터와 빔프로젝터를 직접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프레젠테이션 발표 매체는 매우 다양하므로 발표 상황 및 자료의 성격에 따른 발표 매체의 선택은 프레젠테이션 전략에서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표 III-10 은 다양한 발표 매체와 그 장/단점을 기술해본 것이다.


표 III-10. 발표 매체의 선정


프레젠테이션의 구조를 확정했고 발표 매체도 결정했다면 이제 발표 자료를 작성할 차례이다. 문서에 적용할 단어나 어휘, 말로 표현해야 할 것들은 청중의 기대에 부합해야 하며 핵심적인 문장을 중심으로 잘 표현해야 한다. 특히 지시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주의를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면 표 III-11과 같은 것이다.


표 III-11. 지시적 언어와 표현 사례


또한, 표현은 적극적으로 자신 있게, 문법에 맞는 구조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7]. 표 III-12에서 그런 사례를 정리해 보았다.                         


표 III-12. 적극적인 말하기와 사례


그 외 목소리 톤(tone), 자세, 시각 등 프레젠터가 전문가로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원래 그래서는 안되지만 심사위원/평가위원들도 인간인지라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따라 감정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원래는 제안 내용만 가지고 평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공공 IT사업을 포함하여 국내의 경우, 해외 B2G 사업과 비교하여 제안평가기간이 매우 짧다. 사업규모에 관계 없이 프레젠테이션 발표날 당일 발표되거나 하루 이틀 뒤에 발표가 되기 때문에 제대로 심사를 했는지 의문이 갈 때도 많다. 오래 전 일이지만 관련하여 두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유력 기업 3군데가 제안 경쟁을 하게 되었는데 기술이나 가격, 영업 측면에서도 거의 박빙인 상황이었다. 프레젠테이션 당일 발표를 하는데 저자는 '아 .. B사가 이기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회사(A)와 C사의 발표자는 왠지 칙칙한 분위기의 나이 많으신 50대의 부장님들이었는데 B사는 30대 중반의 미녀였다. 발표 내용도 어려웠는데 저자가 봐도 그녀는 굉장히 잘 진행하였다. 아마 심사위원들이 매우 집중해서 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나중에 듣기로 B사는 프레젠테이션만을 위한 전문팀을 구성하고 그녀는 그렇게 선발된 사람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저자의 회사(A)와 경쟁사(B)가 경쟁을 하게 되어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기술이나 가격은 비슷했고 프레젠테이션이 중요할 것 같았다.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프로젝트를 맡게 될 PM이 하도록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경쟁사가 수주하였다. 나중에 피드백을 들어보니 경쟁사 PM은 40대 초반의 남성으로 활력 넘치는 발표와 더불어 심사위원들에게 프로젝트를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신뢰를 주었고, 저자 회사의 PM은 50대 초반으로 그런 기세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한다. 이 일의 여파는 꽤 커져서 저자 회사의 조직 내 리더군의 나이대를 보다 젋게 조정하는 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이렇듯 기술적 우위나 가격경쟁력이 압도적이지 못하면 이런 보여지는 부분에서 승부가 결정나기도 한다. 발표 태도나 자세 등은 평소 개인적인 습관과도 관계가 깊은데 쉽게 바뀌지 않으므로 시간을 두고 리허설(Rehearsal)을 통해 가능하면 많이 연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프레젠테이션이 끝나면 질의응답을 받게 된다. 질의응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전략적으로 질의가 나올 수 있는 항목들을 프레젠테이션 안에서 충분히 녹여서 설명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기술과 막대한 자금이 도입되는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평가위원들의 질문은 매우 광범위할 수 있으므로 그런 제안에 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질의응답 전략을 따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질의응답 대응팀(Red Team)을 별도로 구성하기도 하고 사전 질문을 만들고 제안팀 또는 내/외부 유관조직을 별도로 동원해서 현장 시뮬레이션을 해 보기도 한다. 어찌 되었던 프레젠테이션에 임하는 가장 좋은 자세는‘연습’과 또 ‘연습’뿐이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 중 상당수는 이미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을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최근 수학자들은 확률 등을 동원해서 머피의 법칙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규명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머피의 법칙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매우 기분이 나쁘거나 자칫 공들였던 일을 한 순간에 망치게 되는 경우도 경험한다.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의 머피의 법칙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저자의 경험으로는 잘 동작하던 컴퓨터가 결정적인 순간에 동작하지 않거나(freezing) 동영상 재생 시 화면과 목소리가 서로 맞지 않거나, 발표하는데 마이크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일,  심지어 저자의 동료는 발표 시에 빔 프로젝터의 램프가 터진 일도 있었다. 대규모 사업에서 기업 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면 경쟁사에서 치졸한 방법을 쓰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경쟁사가 먼저 제안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되었는데 발표가 끝나고 다음 순서가 우리 회사이므로 빔 프로젝트의 잭을 경쟁사 노트북에서 빼면서 몰래 엄지손가락으로 핀을 하나를 살짝 부러뜨리는 것이다. 이후 우리 회사가 발표하고자 할 때는 접속이 되었다가 안되었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이런 상황은 분위기를 망가뜨려 심사위원들도 집중하지 않게 된다. 사실 이 사건은 예전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었다. 다행히 대체할 빔이 있었고 열심히 준비하고 발표를 잘 했던 까닭에 경쟁사를 물리치고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다. 발표 전 모두가 기기의 정상적인 동작과 이상 없음을 확인하였는데 경쟁사 발표 후 이상 동작이 생김에 대해 고객은 물론 모두가 의아해했다. 심증은 강하지만 물증이 없었던 그 사건에 대해 경쟁사 제안 PM을 정말 두들겨패주고 싶었던 심정이 아직도 가슴 한 켠에 있다. 수백억, 수천억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요한 순간에 발생하는 돌발 사태는 단순히 기분 나쁜 일로만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제안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는 사전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 청중을 수용할 환경,  선택된 매체와 음향 장비, 전원부의 안정된 동작, 좌석 레이아웃 등을 상세하게 점검해야 한다. 최근에는 제안 프레젠테이션에서 시뮬레이션을 보여주거나 Demo Kit을 동작시키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현장 점검을 더욱 철저히 하지 않으면 그냥 기분 나쁜 머피의 법칙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17.3 프레젠테이션, 한걸음 더!


최근 IT기술이 발달하여 실시간 정보교환 시대가 되다 보니 이를 활용한 제안 프레젠테이션은 좀 더 생동감 있게 변하는 것 같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안 프레젠테이션의 생동감이라고 하면 애니메이션 기능을 활용하는 정도였는데 웹 기반의 환경이 전개되다 보니 프레지 (Prezi) [8]와 같은 웹 기반 프레젠테이션 저작 도구도 많이 사용되고있다.


그림 III-13. 프레지(Prezi) 사례

                         

기존의 파워포인트가 매우 정적인 설명 위주의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저작 도구였다면 프레지는 매우 동적이며 애니메이션으로 기존의 파워포인트와는 다른 차원의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줄 수 있는 도구이다. 또한, 이제는 데모 킷(Demo Kit)이나 시뮬레이션 활용이 대세가 되고 있다. 데모 킷[9]은 제품의 주요 기능이나 핵심적 특징을 구현하여 실물이 나올 경우의 기능과 모습을 미리 예측해 볼 수 있게 함으로써 고객의 구매의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경우, 완제품의 소량을 우선 생산하여 마케팅이나 영업 차원에서 사전에 이를 고객(예. 통신사)에게 보여주고 사양을 점검하며 최종 구매로 연결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피가 큰 제품은 데모를 위한 완제품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보시스템의 경우, 인터넷이 발달하다 보니 현재 운영 중인 라이브 시스템(Live System)을 시연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기 구축한 사례가 있고 유사한 사업에 제안하는 것이라면 그 효과는 매우 좋다. 저자의 경험으로도 과거에는 종이로 만들어진 브로셔(Brochure)나 리플릿(Leaflet)을 비롯하여 제안 프레젠테이션 문서 자료를 고객에게 전달하였다. 그러다가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자료가 많이 포함되면서 인쇄비도 절감할 겸, 제안서를 DVD로 제작하여 제출하였으며, 구조물을 설치해야 하는 사업에서는 CAD/CAM[10]을 활용하여 컴퓨터 그래픽이나 렌더링(Rendering)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였으며 변수를 바꿔가면서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여주는 일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하나의 빔프로젝터가 아니라 복수개의 빔프로젝터를 마련하여 평가위원들에게 보이는 슬라이드 화면이 2 ~3 개가 되었고 한 화면에서는 설명하고자 하는 프레젠테이션 발표자료의 내용이 나오고 다른 화면에서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실시간으로 보이면서 입체적인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준 적도 있었다. 일부 사업에서는 그 제안 기간이 길어서 제안 기간 동안 장비나 시스템의 벤치마킹(Benchmarking Test)을 하거나 기술 검증(Proof  of Concept: PoC), 파일롯 운영(Pilot Operation)을 하기도 한다.


                         

그림 III-14. 터빈 렌더링 이미지


즉, 경쟁 제품과 기능 및 성능 비교를 하거나 고객이 요구하는 기능을 시범적으로 구현하여 실제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하고 최소 규모를 실제와 같이 구축해 보는 일이 제안 기간에서 발생하는 사업들도 있다. 대부분 사업 규모 또는 구매 금액이 크면 클수록 이런 실질적인 확인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한다. 아무튼 오늘날의 제안 프레젠테이션은 더 이상 파워포인트로 사진 추가하고 예쁘게 작성한 컬러 인쇄물을 보여주고 제출하는 것과는 수준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처럼 피 말리는 일도 없지만 B2B 영업대표에게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입찰 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 이제부터 진짜 B2B 영업대표의 능력을 발휘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다음 장에서는 협상과 계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1] 이런 관점을 취하는 것이 또 하나의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 될까 조심스럽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사안에 따른 다른 관점을 도입해도 무방하다

[2] 공공 사업의 평가 위원들은 대부분 대학 교수님들이며 민간사업의 평가위원은 해당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 나아가서 최고경영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3] 피터드러커의 SMART는 사업목표(MBO) 작성 시 고려해야 할 Specific, Measurable, Action-oriented, Realistic, Timely를 의미함

[4] 문서 작성의 기술적 방법으로는 부표나 레전드(legend)를 이용하여 프레젠테이션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5] 간혹 광고 등에서 보이는 네거티브 전략은 수 많은 업종에서 일종의 불문율처럼 되어 있다. 서로 간의 상도를 고려한 것인데 네거티브 전략과 차별화 전략을 잘 구분해야 할 것이다.

[6] Over Head Projector

[7] 프레젠테이션 발표 자료를 작성할 때 고려하는 단어나 어휘의 선택, 차트 구성 방식 및 목소리, 태도 등은 글의 마지막에 추천한 프레젠테이션 전문도서들을 참고하면 좋다. 

[8] www.prezi.com

[9] 스타트업 비즈니스에서는 'MVP'라고도 한다. Minimum Viable Product

[10] Computer Aided Design/Computer Aided Manufacturing




같이 읽어보면 좋은 책kx▶


Say  It With Charts: The Executive’s Guide to Visual Communication, Gene Zelazny,  McGraw-Hill, 2001

Say  It With Presentation: How to Design and Deliver Successful Business  Presentations, Gene Zelazny, McGraw-Hill, 2006






Prologue


Part I. B2B 사업, 무엇이 다를까?

1. 왜 B2B 사업인가? (1/2)

1. 왜 B2B 사업인가? (2/2)

2. B2B 마케팅/영업 맛보기 (1/2)

2. B2B 마케팅/영업 맛보기 (2/2)

3. B2B 마케터 vs. B2B 영업대표

4. 그래서 솔루션 사업 고민한다 (1/2)

4. 그래서 솔루션 사업 고민한다 (2/2)

5. 제4차 산업 혁명의 도래 (1/2)

5. 제4차 산업 혁명의 도래 (2/2)

6. B2B 해외사업

7. B2B에서 B2G로 ! (1/2)

7. B2B에서 B2G로 ! (2/2)


Part II. 이제 B2B 마케팅도 필요하다

8. 시장을 알아야 한다 (1/2)

8. 시장을 알아야 한다 (2/2)

9. 고객 이해하기 (1/2)

9. 고객 이해하기 (2/2)

10. 마케팅 전략 수립하기 (1/2)

10. 마케팅 전략 수립하기 (2/2)

11. B2B 사업과 GTM 전략

12. 마케팅의 성과는 무엇인가?

13.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자

14. 대관업무 이야기


Part III. B2B 영업, 진화해야 한다!

    17. 통하는 프레젠테이션

    18. 협상과 계약

    19. 핵심 어카운트 관리

    20. 디지털 마케팅과 B2B 영업

    21.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역할 




#B2B영업, #제안_프레젠테이션, #프레젠테이션_고려사항, #presentation, #프레젠테이션_전략, #프레젠테이션_목차, #프레지, #prezi, #머피의법칙, 

매거진의 이전글 16. 성공하는 제안 (2/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