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두박사 Jun 06. 2020

우와, 미얀마를 가신다고요?

황금의 나라 미얀마 여행 전에 알고 있으면 좋은 점


제가 처음 미얀마에 갔을 때가 2015년 12월이었습니다. UNOPS인턴으로 미얀마에서 반년 정도를 체류한 게 인연이 되어 지금은 미얀마의 정치상황을 박사논문 연구주제로 삼은 대학원생이 되어버렸답니다.


요즘은 정말 많은 분들이 미얀마를 방문하시기 때문에 제가 처음 미얀마에 발을 딛었을 때와 비교해 미얀마 관련 정보가 참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주 살짝 꼽사리(?) 껴서 숟가락을 한번 얹어보렵니다. 제가 지금껏 미얀마에서 업무를 보고 연구를 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간단히 정리해봤습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든 게 멈춰 버렸지만, 조만간 방문할 기회가 생기겠지요?





1) 인내심을 가지고 자주 웃자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미얀마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고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범죄에 준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불쾌감은 인내심과 웃음으로 넘겨주시는 게 좋습니다. 미얀마 사람들도 보통 웬만한 일은 느긋하게 웃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얀마는 갓 군부독재를 벗어난 나라기도 하고, 군부독재 시절 생긴 여러 가지 불합리가 켜켜이 쌓여있는 나라기 때문에 우리가 겪는 불편함*을 그들도 똑같이 겪을 때가 있습니다. 함께 버텨낸다(?)는 마음으로 여행하면 속 편합니다.


*그중 환전 시 구겨짐 없이 빳빳하고 잡티 없는 미국 달러 100달러 신권만 환전해주는 관습이 단연 불편함/불합리함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몇 년 전에 분명 미국 달러를 조건 없이 모두 환전해 주라는 정부 지침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신권만 받는 곳이 많습니다. 심지어 은행에서도. 얼마나 지독한지 미얀마에 체류하는 외국인들끼리 "미얀마급 미국 달러(Myanmar quality USD)"라는 표현이 쓰일 정도입니다.

법이 바뀌었는데 왜 아직도 안 받느냐고 물어보면 그냥 그렇다(...)고 대답하는 게 일상사. 환전소 직원이 아주 살짝 접힌 부분, 또는 정말 자세히 봐야 보이는 미세한 볼펜 자국을 가리키며 환전 안된다고 하면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미얀마 현지인들도 복장이 터집니다. 다행히도 이제는 ATM에서 해외 신용카드로 미얀마 짯을 출금하는 게 가능해서 정 급할 때는 ATM에서 현금을 뽑을 수 있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에서 우리 화내지 말아요...


또,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을 향해 언성을 높이는 행동은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도 "저 사람 왜 저런다니?" 하며 불쾌해할 정도로 몹시 무례한 행동이랍니다. (저는 안 그래 봐서 진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경험상 복장이 터지더라도 상대방과 함께 웃으며 얘기를 하면 안 풀릴 것도 잘 풀리는 것 같습니다.




2) 기회가 된다면 찻집을 꼭 가보도록 합시다


미얀마의 찻집(라펫예 자인; လက််ဖက်ရည်ဆိုင်)은 잉글랜드의 펍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미얀마 사람들은 찻집에서 아침을 먹기도 하고, 퇴근 후엔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기도 하고, 저녁 늦게 모여 유럽축구를 시청하기도 한답니다. 온갖 사람이 모여 왁자지껄한 찻집은 미얀마에서 제일 미얀마스러운 곳입니다.


찻집에는 보통 상에 찻물을 우려 담은 보온병과 휴지가 놓여 있고, 가게 간판에 라펫예(လက်ဖက်ရည်)라고 써 놓습니다. 정말 길목마다 찻집이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대충 아저씨들이 식당 같은 곳에 쭈그려 모여 앉아서 뭔가를 홀짝거리고 있다면 그곳이 바로 동네 찻집입니다.

 

찻집에서 밥, 면, 빵 등 간단한 요깃거리를 팔기도 하지만, 기왕 찻집에 왔으니 미얀마 차(라펫예-လက်ဖက်ရည်)와 찻잎 샐러드(라펫똑 -လက်ဖက်သုပ်)를 주문해보도록 합시다. 미얀마에서는 진하게 우린 차에 연유 등을 넣어 달달하게 마십니다 (차 배합비율도 조절 가능한데, 저는 아직 그 레벨은 아닙니다;). 찻잎 샐러드는 숙성시킨 찻잎에 견과류와 말린 마늘, 기름 등을 넣고 버무린 것으로 짭짤하면서도 고소하면서도 오묘한 감칠맛이 나는 굉장한 음식입니다. 대학생들 기말고사 기간에 간식으로 자주 먹는다고 합니다.


비싸지 않으니 시켜서 먹어보도록 합시다. 헤이! 츄라이! 츄라이!


라펫예와 라펫똑. 2019년 기준 라펫예는 보통 300-500짯, 라펫똑도 한 접시에 보~통 아주 비싸 봐야 1000짯을 넘지 않습니다. 저 집에선 700짯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일반적인 찻집에 들어가기엔 약간 용기가 부족한데, 그래도 찻집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양곤의 Rangoon Teahouse 가 외국인이 방문하기 깔끔하고 좋습니다. 깔끔한 만큼 값이 (초창기엔 양곤 사람들 사이에서 "아니 그래 봐야 찻집 음식인데 뭘 그렇게 가격을 올려 받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좀 많이 나가는 편인데, 그래도 분위기도 좋고 가이드북에 종종 소개될 정도로 양곤 시내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니 한 번쯤 방문하기 좋습니다.


찻집이나 번잡한 야외 식당에서 계산을 하고 싶거나 주문을 하고 싶다면 입술을 모아 '쪽쪽'하고 뽀뽀하는 소리를 내 봅시다. 생각보다 소리가 작아서 안 들릴 것 같은데 일을 돕는 아이들이* 귀신같이 듣고 달려온답니다. 계산을 하려면 쉰메(ရှိင်းမယ်)라고 말합니다 (영어로 'How much?' 해도 보통 이해합니다).


*미얀마는 안타깝게도 아동노동이 매우 빈번한 나라입니다. 보통 식당에 아동 노동자들이 많은데, 모르긴 몰라도 도시에서 공부하려고 장사하는 친척 집에 살며 일손을 돕는구나- 생각이 드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정말 갈 곳이 없거나, 고향집 살림에 보태기 위해 아이들이 식당에서 기숙하며 일하는 아주 마음 아픈 곳들도 많습니다.




3) 위생, 청결에 주의하자


예전보다는 아주 많이 나아졌는데 아직 냉장설비가 좀 부족하기도 하고, 전력수급이 불안하기도 하고, 또 워낙 더운 나라다 보니 음식이 쉬이 상합니다. 여행자들만 그런 게 아니라 현지인들도 똑같이 배앓이를 합니다(...) 그래서 많은 가정이 새벽장에 나가 그날 쓸 식자재를 사 와서 그날 모두 소비하는 식으로 생활하는 등 여행 중 크고 작은 배앓이를 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곳입니다.


영국 식민지 시절엔 배탈이 나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Rangoon runs (랭군 뜀박질; 랭군 누수(...)라는 아주 끔찍한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이라고 불렀답니다. 요즘은 듣기 힘든 말인데 똑같이 식민지 시절의 인도에서 밥을 먹고 탈이 난 배를 "델리 벨리(Delhi Belly)"라고 부르던 것 만큼 역사가 깊은 말입니다. 손을 잘 씻고, 민감하신 분들은 음식을 잘 가려서 드시는게 좋습니다.


그런데 돌아다니다 보면 길거리 노점상 음식이 참 맛있어 보이고... 무슨 맛인지 궁금도 하고, 왠지 외국에 왔는데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걸 안 먹으면 아쉽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 미얀마 친구들이 알려준 식중독 방지 팁을 조금 모아봤습니다:


노점상 음식을 먹으려거든 사람들이 많이 주문하는 곳에서 먹는다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은 일단 1) 그 동네에서 위생적으로 깔끔하고, 맛이 좋다는 곳이라고 소문이 났다는 뜻이며, 2) 회전율이 높다 보니 더운 날 가판대 위에서 음식이 오랫동안 방치됐을 가능성이 많이 낮아집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웨따돗토(ဝက်သားတုတ်တိုး - 돼지 부산물 꼬치를 국물에 담가 익혀 먹는 길거리 음식)을 드시려면 이 방법이 필수입니다.


저녁 늦게 타민힌제인(တမင်းဟင်းဆိုင်; 일종의 백반집)에서 밥 먹지 않는다

타민힌제인은 점심-저녁 장사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보통 저녁때가 지나면 문이 슬슬 닫을 타이밍이라 잘 나가는 반찬은 다 나가버리고, 잘 안 팔리는 반찬만 조금씩 남습니다. 보통 잘 나가는 반찬은 수시로 요리를 해서 리필을 하는데... 잘 안 팔리는 반찬은 요리를 해 놓은지 시간이 좀 지났겠지요?


부엌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원효대사 해골물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부엌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하지도 말고, 들여다보지도 말도록 해요... 대신 보통 국수(카욱쉐), 비빔밥/비빔면(타민똑/카욱쉐똑) 등 여행하며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른바 '패스트푸드' 메뉴는 보통 주문 즉시 만들어 내 오기 때문에 비교적 마음을 놓아도 됩니다.


제가 지내던 동네 밥집. 한국 밥상과 비슷하게 밥, 국, 젓갈, 야채 그리고 주문한 반찬이 나옵니다. 2000짯 정도의 차림상입니다.





4) 기초적인 버마어 회화를 써먹어 보자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영어를 잘 구사하는 편입니다만, 만약 시외로 나가거나, 아니면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시장, 식당거리 등을 찾으면 영어의 사용빈도가 급격히 낮아집니다.


고로, 버마어로 숫자를 세는 법과 아주 기초적인 회화 정도를 정도를 알아 놓으면 여행 중 현지인들과 소통하는데 더욱 큰 즐거움을 얻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지 분들이 정말 너무 좋아하십니다.


일상생활* 시 자주 사용하는 숫자들을 모아놓았습니다: 


1 (၁) - 띳 (တစ်)

2 (၂) - 닛(နှစ် - 흐닛; 콧소리 조금 들어간 닛)

3 (၃) - 또운 (똔 သုံး)

4 (၄) - 레이 (레 လေး)

5 (၅) - 아 (Nga - ငါး; 목에 '응' 발음을 잠깐 머금고 발음합니다. )

6 (၆) - 챠웈 (ခြောက်)

7 (၇) - 쿠닛 (ခုနစ်)

8 (၈) - 쉿 (ရှိစ်)

9 (၉) - 꼬 (ကိုး)

10 (၁၀) - 따세 (-세 တစ်ဆယ်/ -ဆယ်)

100 (၁၀၀) - 따야 (-야 တစ်ရာ/ -ရာ)

1,000 (၁,၀၀၀) - 타웅 (ထောင်)

10,000 (၁၀,၀၀၀) - 따웅 (သောင်)


50(၅၀)이라면 '아세(nga-seh)', 700(၇၀၀)은 '쿠니야', 8000(၈၀၀၀)은 '쉬타웅', 4500(၄၅၀၀)는 '레다웅 아야'식으로 조합을 하는 방식입니다.

*일상생활에서는 보통 만 단위까지 숫자를 세고, 십만 단위부터는 랙(lakh)이라는 인도식 셈법을 흔히 씁니다. 43만은 43 lakh이라고 하는 식. 버마어로는 떼인(thein; သိန်း)입니다.


여행하면서 써먹기 좋은 회화를 모아봤습니다:


밍글라바 (မင်္ဂလာပါ)-> 안녕하세요

디마 크먀(남)/ 디마 쉰(여)* (ဒီမှာ ခင်ဗျာ/ဒီမှာ ရှိင်) -> 저기요 (직역하자면 "여기 있어요"라는 뜻)

다(ဒါ) ->이거

에 다(အဲဒါ)->저거

폐 바 (ပေးပါ) -> 주세요 (menu ပေးပါ -> 메뉴 주세요)

베 라욱 레? (ဘယ်လောက်လဲ) -> 얼마예요? (다 베 라욱 레? (ဒါ  ဘယ်လောက်လဲ)->이거 얼마예요?)

베마레? (ဘယ်မှာလဲ) ->어디예요? (타민힌제인 베마레?(တမင်းဟင်းဆိုင် ဘယ်မှာလဲ) -> 밥집 어디예요?)

야말라? (ရမလား)-> 괜찮을까요? (닥폰 야잌로 야말라?(ဓါတ်ပုံ ရိုက်လို့ ရမလား) ->사진** 찍어도 괜찮을까요?)

야바데 (ရပါတယ်)-> 괜찮습니다

호께/호데(ဟုတ်ကဲ့/ဟုတ်တယ်) -> 네 또는 맞습니다 (직역하자면 "옳다"라는 뜻)

마호부/마호바부(မဟုတ်ဘူး/မဟုတ်ပါဘူး)-> 아니야/아닙니다 (직역하자면 "옳지 않다"라는 뜻)

쉰메 (ရှိင်းမယ်)-> 계산할게요

쩨주바/쩨주띤바데 (ကျေးဇူးပါ/ကျေးဇူးတင်ပါတယ်) ->고마워요/감사합니다

소리 바 (saw-ri-ba; ဆောရီးပါ)-> 미안합니다


* 하고자 하는 말 끝에 크먀(ခင်ဗျာ - 남자일 경우), 또는 쉰(ရှိင် - 여자일 경우)을 붙이면 극존칭이 됩니다.
**사진을 찍으면 몹시 불쾌해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인물사진을 찍기 전엔 허락을 받는 게 좋습니다. (물론 미얀마 말고도 어디를 가든 인물사진은 촬영 전 허락을 받는 게 좋습니다)


이런 풍경사진은 언제든지 찍어도 괜찮습니당. 저는 양곤 특유의 혼잡하면서도 어떻게든 다 잘 돌아가는 듯 한 그 특유의 바이브를 무척 좋아합니다.




5) 미얀마는 전쟁 중


"군, 민의 협력으로 연합정부에 해가 되는 모든 것들을 부수자"는 팻말이 걸린 만달레이 왕궁지. 안에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서 관광지치곤 좀 빡셉니다.

미얀마는 전쟁 중인 나라입니다. 양곤, 만달레이, 바간 등 이른바 버마 하트랜드에 위치한 주요 관광지, 인레호수나 푸타-오 등 소수민족 주 안에서 미얀마 정부가 설정한 자유관광 허가지역은 여행하기 매우 안전합니다. 하지만 분쟁지역인 까친, 샨, 또는 까인 주 내에서 교외로 하이킹이나 트레킹을 계획하시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정부가 설정한 자유 관광지 밖으로(즉, 공식 허가 없이 방문이 불가능한 지역으로) 여행할 시 꼭 현지 상황이 어떤지 체크하고, 트레킹 가이드 등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시길 바랍니다. 분쟁지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즐거운 여행/체류를 위해 하지 말라는 일, 가지 말라는 곳은 웬만하면 가지도 말고 하지도 않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군, 경 등 관계자들도 여행자에게 미얀마에 대한 험한 인상을 주는 걸 꺼려하기 때문에 가기 전에 검문소, 또는 허가 발급처에서 막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굳이 하지 말라는 일을 해야겠다면 굉장히 큰 위험이 있다는 점을 꼭 명심하도록 합시다.




미얀마는 아직 성장통을 격하게 겪는 나라지만, 무척 아름다운 나라랍니다.


만약 다녀오신다면 제 글이 안전하고 즐겁게 다녀오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린아이를 왜 쏴 죽였어야 했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