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사람의 삶 속에서 구체화되는 과정 -2-
나를 아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지만 누구도 나를 아는 체하지 않았다.
‘도피자 가족’이기 때문이다.
도피자 가족을 안다는 것은 곧 같은 부류의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와 함께 빨래를 하던 사람도,
우리 집에 물건을 빌리러 왔던 사람도,
아침에 인사를 나눈 사람도 나를 모른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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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00, 제주 4.3 사건 증언 中)
때문에 죠슈아 오펜하이머는 인도네시아에 있었던 학살 피해자들이 통 입을 열지 않는 반면, 가해자들이었던 지역 민병대 또는 정치가들이 가해사실에 대해 몹시 자랑스러워하고, 구체적인 진술을 하기 좋아한다는 점을 캐치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이용해 가해자들이 '영광스러웠던 그 시절'을 본인들이 직접 영화로 제작하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액트 오브 킬링>, 피해자의 시선으로 가해자들의 기억을 바라본 <침묵의 시선>을 제작했습니다. 가해자들의 입을 빌려 피해자들을 대신해 그때 그 시절의 폭력을 고발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