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모아봤습니다.
매홍손에 가신다고요? 환영합니다.
보통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태국 북부를 여행하시면 빠이까지만 가시는 경우가 많은데, 고산지대의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무척 관광지화된 빠이보다는 매홍손의 풍경이 더 아름답고, 때 묻지 않은 볼거리와 먹거리를 자랑한답니다.
다시금 태국여행이 활발해진 지금, 혹시 매홍손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정보를 모아봤습니다.
매홍손주 인수의 50%는 샨족입니다. 체감상 태국인들보단 샨족이 대다수인 것 같아 아마 비공식적으론 50%를 까마득히 넘는 주민들이 샨족 아닐까 짐작합니다. 외모로 두 민족을 구분하는 건 태국인과 샨족 사람들도 못하는 일이라(...) 외국인인 우리의 능력을 한참 벗어나는 일입니다만, 읍내에서 샨어를 쓰면 좋아하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대부분 샨어 화자거든요. 기왕 여기까지 오셨으니 샨어로 간단한 인사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 제안합니다.
샨어로 '안녕하세요'는 '마이숭 카-' 입니다. '카'가 태국어의 '캅/카'에 해당하는 높임말입니다. 보통 '마이숭 (카-), 마이숭 (카-)' 하며 반복하며 인사를 하시곤 합니다.
'감사합니다'는 '인리- 카-,' 또는 '인쫌- 카-'입니다. 큰 감사(컵쿤 막 캅/카)를 표하고 싶을 땐 '인리/인쫌- 남남 카-' 라고 하면 좋아하신답니다. '남남'은 '많이 많이'라는 뜻입니다. 태국어의 '막막'과 동의어입니다.
긍정 표현은 '어- (카)' 또는 '짜이 (카)' (또는 둘을 합쳐 '짜이 어- 카') 부정 표현은 '암- 호'입니다.
타이밍 좋게 샨족 명절에 맞춰 매홍손을 방문한다면 마치 우리나라의 징과 같은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광-광-광-' 하며 울리는 걸 들으실 수 있습니다. 샨족 축제에 빠지지 않는 '광몽승'이라는 악기인데, 보통 광몽승이 울리는 곳엔 춤추는 샨족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일견을 권합니다.
까얀족 마을, 이른바 '롱넥 카렌족' 마을 ('Long neck Karen village')은 긴 목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까얀족 여성들 덕분에 매홍손을 포함, 태국 북부를 방문하시는 분들이 자주 찾으시는 관광상품 중 하나입니다. 이 까얀족 마을들은 난민으로 태국으로 온 까얀족 사람들이 마을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대신, 생계를 위해 마을을 관광상품으로 꾸민 장소랍니다. 보통 까얀족 사람들이 전통복장을 입고 차려입고 일하는 시장에 출입하기 전에 '마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인당 200밧 정도의 입장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 이 입장료가 마을사람들에게 직접 가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보통 마을 조성에 투자한 물주에게 그대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사실상 난민들을 착취하는 셈이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수입이 없는 까얀족 사람들은 관광객 방문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 까얀족 마을 방문이 까얀족 사람들에게 해가 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인터뷰 등으로 마을에 방문했을 땐 코로나 때문에 서양인들이 덜 방문한다며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셨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문하신다면 까얀족 사람들이 시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기념품이나 음식 등을 적당히 구매하시면 까얀족 주민들 생계에 큰 도움이 됩니다.
만약 착취하는 느낌이 덜한 까얀족 마을을 방문하고 싶으시면, 나이소이 근교 "까얀 따야 (Kayan Taryar)" 방문을 추천합니다. 카레니 난민캠프 옆에 위치한 조그만 까얀족 난민마을로, 마을 앞 퍽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놓인 조그만 기부함만 있을 뿐 (2022년 기준) 입장료를 받지 않습니다. 관광상품화된 다른 마을과 비교해 좀 작고, 어쩌면 열악한 환경입니다만, 대신 까얀족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이곳에선 어린 친구들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게도- 전통복장을 잘 입지 않는 대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아직도 전통 복장을 입고 계십니다)
그래도 기왕 매홍손까지 왔는데 좀 잘 조성된(?) 까얀족 마을을 방문하고 싶으시면 구불구불 산길이 멋진 훼이 쓰아 타오(Huay Suea Tao), 그리고 보트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훼이 뿌 켕(Huay Pu Keng) 두 마을이 매홍손과 가깝습니다. 두 마을 모두 카레니민족진보당과 연이 깊은 주민들이 사는 곳입니다. 이 두 곳은 시장 입장료를 받습니다.
샨족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치앙마이에서도 샨족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만, 태국 샨족의 본고장인 매홍손에서 조금 더 원류에 가까운 샨족 음식을 접할 수 있답니다. 특히 숙성된 찻잎을 견과류와 함께 무친 찻잎 샐러드(Laphet thoke; tea leaf salad - 샨어로는 '내앵-꼬'라 합니다)는 국경지대인 매홍손에서 미얀마 현지와 제일 가까운 형태로 팝니다. 치앙마이에서는 양배추를 너무 섞더라고요
다만 샨족 음식은 집밥(...)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지, 샨족 음식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당은 현지 주민들도 "어어... 샨족 식당..?" 하며 머리를 긁을 정도로 생각보다 찾기 어렵습니다. 보통 샨족 음식은 야시장과 재래시장에서 주로 취급합니다. 고명을 얹어 따뜻한 육수에 말거나, 육수 없이 매콤 짭짤한 양념에 비빈 '카오소이 따이(Khaosoi Tai - 그냥 샨 국수라는 뜻입니다)'가 주로 보입니다.
그중 태국 다른 지역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음식을 꼽는다면 "도푸 운"이 특색 있습니다. 콩을 곱게 간 걸쭉한 국물에 쫀득한 국수를 말고, 그 위에 튀긴 두부와 매콤한 양념으로 토핑 한 샨족 아침식사입니다. 오전시간에 매홍손 식자재 시장 (Mae Hong Son Food Market) 안 가판대에서 팝니다.
*치앙마이에서도 도푸 운을 파는 식당이 있습니다만, 보통 관광지와는 거리가 좀 있거나, 전날 먼저 전화예약을 해야 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아침 일찍에만 문을 열고 냅다 셔터를 내리는 가게들이 대부분이라 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는 식당을 가고 싶다! 하신다면 읍내의 매 스리부아 (Mae Sri Bua)가 샨족 반찬을 취급하는 식당입니다. 읍내 근교에 있는 Salween River Restaurant에서도 샨족 음식을 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