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

조종석 속 신뢰와 소통

by 이단

협력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필수적이다. 특히 조종석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조종석에서의 협력은 단순한 협업이 아니라, 매 순간 신뢰와 책임이 요구된다.


조종석이라는 공간에서는 항상 두 사람이 함께한다. 입사 후 우리는 동기들 중 둘씩 짝지어 각각의 파트너가 정해졌고, 초기 시뮬레이터 훈련이 끝날 때까지 정해진 파트너와 함께한다. 몇 달간의 시뮬레이터 훈련이 끝날 즈음이면 파트너의 눈빛만 보아도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이렇게 몇 달간의 시뮬레이터 훈련을 마치면 실비행에 들어가게 된다. 아무리 베테랑 교관 기장님과 함께할지라도 몇 달간 손발을 맞춰온 동기를 떠나 새로운 사람과 합을 맞춘다는 것은 여간 부담되는 일이 아니다.

‘잘 안 맞으면 어떡하지?’, ‘내가 바라는 시점에 원하는 절차를 잘 수행해 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등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러나 첫 비행을 하는 날, 이 모든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으며, 항공사 조종사 양성 프로그램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다.


분명 처음 보는 기장님이었다. 일면식도 없던 기장님이 조종석에 들어서 체크리스트를 수행하는 순간부터, 시뮬레이터 안에서 내 옆을 지켜주던 내 동기 파트너로 빙의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목소리와 말투만 다를 뿐, 우리는 신기할 정도로 그때와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조종석에서 만나는 기장과 부기장은 저마다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항상 동일한 목표를 향해 간다. 바로 안전한 비행을 통해 승객과 승무원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데려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스타일과 습관을 조율하며, 항상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사소한 과정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정해진 절차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또한, 기장과 부기장은 제작사가 발행한 표준 절차(Standard Operating Procedures)에 따라 훈련을 받고 이를 실비행에 적용함으로써, 언제나 일관된 결과를 도출해낸다.


파트너십의 핵심은 신뢰와 소통이다. 조종석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단순한 정보 교환이 아니다. 서로의 판단과 의도를 공유하고 보완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한 명이 실수하면 다른 한 명이 이를 보완하고, 긴급한 상황에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신뢰가 없다면 조종석의 협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심’은 양날의 검과 같다. 이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더블 체크(Double Check)가 될 수도 있지만, 상대의 지식에 의문을 품는 처사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럴 때면 나 역시 기분이 좋지 않지만, 순간의 감정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기에 받아들인다. 시간이 조금 지나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더블 체크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경험을 가진 기장들조차 내가 그의 행위를 체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이를 좋지 않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의심과 더블 체크, 그 모호한 경계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안전을 확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조종석에서의 파트너십은 유연성과 적응력을 요구한다. 항공편마다 새로운 기장과 부기장이 만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팀워크를 형성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초반의 간단한 대화부터 업무 진행 방식의 조율까지, 신속하게 서로 이해하고 최적의 호흡을 맞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항공사에서는 이를 CRM(Crew Resource Management, 승무원 자원 관리)이라 칭하며, 모든 승무원은 정기적으로 훈련을 받는다. 여기에는 승무원 간의 소통 방식도 포함되는데, 베테랑 기장님들 중 이를 정말 잘 활용하는 분들도 있다.


예를 들면, 한 기장님께서 마치 어떤 절차를 잘 모르거나 헷갈려서 질문하듯 물어보신 적이 있다. 나는 잘 알고 숙지해 온 절차라 신나게 설명해 드렸다. 기장님께서는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고, 내가 설명드린 부분에 대해 오히려 고맙다고 표현하셨다.

하지만 퇴근길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과연 기장님이 이걸 모르셨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아니다.’ 몰라서 물어보신 것이 아니다.

그저 더블 체크하는 방법 중 하나였던 것이다. 기장님은 내가 잘 숙지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본인을 낮추고 내 대답을 끌어내신 것이었다.

그렇게 누구의 기분도 상하지 않은 채, 우리는 조종석에 앉아 있는 두 명의 조종사가 같은 절차를 똑같이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종석에서의 협력은 단순한 업무적 관계를 넘어선다. 긴 시간 동안 함께 비행하며, 때로는 생사를 함께 책임져야 하는 동료로서 서로 의지해야 한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신뢰가 쌓인다.


파트너와 함께하는 조종석의 세계는 철저한 프로페셔널리즘과 인간적인 신뢰가 공존하는 곳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같은 목표를 향해 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진정한 협력의 의미를 배우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조종석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삶에서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과, 서로 믿고 의지하는 과정이 어떤 환경에서든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임을 조종석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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