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으로...

아물지 않은 상처들은 거기 그대로 가진채로 돌아온 일상

by flyingfish
나에 대한 이해


글을 쓰는 시간이 길어지고 또 그 텀이 띄엄띄엄해지면서부터 공유하고 싶었던 그 우울의 기억들이 점점 희미해져간다.

그래서 처음 생각대로 글이 일관성있게 나아가지 않는 것 같다.


오늘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써보려고 한다.


그 우울의 시간들을 보내면서 내가 잃어버렸고 아직도 자신없는 것이 있다.
내 마음,내 감정에 대한 내 결정권에 대한 상실???



다섯달 전 한국으로 3-4개월 정도 머물렀던 때가 있었다.


지독한 코로나와 우울증과 동시에 견뎌왔던, 타국에서의 2년

그것도 퇴사도 하고 난 이후, 코로나 속 우울증의 삶이란...오롯이 나와의 시간을 혼자 방구석에서 그냥 견디는 것이었다.

내가 가장 가깝게 느끼는 친오빠 이외에는 특별히 내 마음을 누구하고도 나눌 수가 없었다.


나에게는 갓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오랜 세월,

그 친구와 내가 서로 다른 이국땅에 있을때에도

이른 임신,출산,육아의 길을 걷던 그 친구와 외국에서 치열히 내 커리어를 쌓고 있던때에도

우리는 늘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지만 친구라는 끈을 아주 느슨하게 그러나 단단히 잡고 있었다.


미혼과 기혼의 삶에서

주부와 직장인의 삶에서

고국에서 사는 그녀와 20년 이상 외국에서 사는 나사이에서

조금의 삶의 틈은 있었지만 우리는 늘 선선한 바람이 부는 거리를 유지하며 늘 소위 말하는 베스트 프렌드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오직 그 친구에게만 나는 내 우울증을 털어놓을 수 있었고,가끔 미친듯이 답답하고 불안해오면 별 소득 없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무작정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이렇게 지나고보니 사람이 살다가 지독히 우울한 시기를 지날 수 있는 것이고, 그 우울증이라는 것에 걸려본 사람만이 아는 그 '통로없는 동굴/구멍'이 진짜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꾸만 이번 생은 끝이라고,자기 인생을 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히는 그 시기가,

지금은,

나에게 그리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기억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오픈하여 글로 써보고싶기도 한 시기가 찿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우울증의 중심에 있을때는 그렇지 않았다.


어릴때부터 유난히 명랑하고 꿈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던 낙관적인 내가,

이제 더 이상 그 마음이 아니고 저 반대 속에 있는데도 그 명랑하고 낙관적인 모습이 내 모습의 전부이어만한다고 생각하고 그 이면은 그저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모습이었다.

나도 인정해주지 않는 내 모습을 유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그 친구때문에 숨통이 틔였다.

어둡고 부정적인 내 모습이 친구에게 부담이 될까봐 긴 통화 뒤에는 항상 걱정이 뒤따랐다.

친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는 것만해도 고맙다고했다.

나도 그저 고마우면서도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 한국행에는 오빠도 친구도 한결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소주도 한잔 하면서 "정말로 얼굴을 보며'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너무 설레게 하였다.

그러나 한두시간 정도 같이 걸은 것이외에는 어쩐지 친구를 만날 수없었다.

내가 한국에 갈때마다 이십년도 넘은 작고 허름한 통닭집 회동도 하지 못했고 몇번 약속을 할뻔하다가 친구가 일이 있거나 등으로 미뤄졌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바쁜가보지라고 했던 마음들이..

점점 의심의 싹이 틔기 시작되었다.

결국 나의 절친한 친구도 나랑 만남이 무거워져서 만나기 꺼려하는건가...


머리가 점점 아파오기 시작하면서, 거의 다 나 자신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던 내 우울증의 끝에서 친구와의 몇번의 약속파기가 내 마음 속에 자꾸 돌맹이를 던지기 시작했다.

어둠이 나에게 왔던 시절에 나를 야금야금 갉아먹었던 이상한 "자신없음" "자책""자존감 하락"등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고 무엇보다도 나에게는 가장 힘들었던 "나를 믿지 못하는,확신 없는 마음"이 고개를 빳빳히 들고 걸어왔다.


'친구는 네가 부담스러워서 피하는거야.'

'역시 가족 이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이는게 아니었어...'

이런 생각들이 끝도 없이 나를 헤집고 들어왔다.


그 끝도 없는 '자기 검열'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자괴감''자책''자기비하''나를 싫어할지 몰라'라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감정들이 나를 지배할때는 내 마음에 힘이 없으면 그들에게 내 마음의 성문을 활짝 열어주고 만다.


그러나 아주 조금 남아있는 나의 아군들이

머릿 속으로 수없이 "아니야.이건 병이야.내 마음이 아니야"라고 이야기 해주고 지금의 내 마음을 믿어주지 않고 병이라고 끊임없이 말해주고,또 내 진짜 감정과 이 병이 나에게 보내는 감정을 헷갈리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자기 객관화를 하는 과정을 겪었다.


그때 나는 사실 '내 감정'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도 잃었었다.

"내 맘이야!'라던 내 심플하던 이전의 나와 비교해보면


내 머릿속은 끊임없이 허구의 감정과 진짜 내 감정을 구분하기 위해 분주했었다.

그때에 나는 나조차도 나를 잘 모르는, 그 지독한 고독감이 너무 싫고 무서웠다.


어두운 방안에 쪼그리듯 누워

'밥 한끼 할까?'라는 지인의 문자에도

'나가서 공기도 쏘이고 맛난 거 먹고싶어'

'아냐,난 여기서 꼼짝도 못해.집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이 두 마음이 이전에 없던 결정장애를 낳고,편히 누워 있지도 나가서 맛난 걸 먹지도 못하는 내 마음의 지옥으로 나를 빠뜨린...

'멀 하고 싶은 거야!

멀 생각하는거야!

진짜 니 생각이니?'

...

이런 머릿속 지옥으로 나를 빠뜨렸었다.





그 3-4개월동안 친구를 만나지 못했고 심지어는 나 혼자 몇번의 약속 어긋남으로 인해 친구가 나를 피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 내가 먼저 연락도 못해보았다.

내 30년지기에게..


그런 와중에도 친구가 나를 피할 지도 모른다는게 내 아직 아물지 않은 마음 속에서 자라난 부정적 감정인지 아니면 정말 그런지를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이것이 한달 전부터 계속 연락을 해오는 친구에게 내가 답장도 못하고 전화도 못 받는 이유이다.

친구의 감정이 아니라,내 감정이 무언지를

단지 친구에게 섭섭한건지,

아니면 이 부정적인 감정이 다시 오고 그 개미지옥같은 생각속에 갇혀버린게 무서운건지...

어쨌든 다시금 내 진짜 감정이 모르는 일이 벌어지니 그 친구의 연락을 이제 내가 피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게 상처인건지...

내가 우울증을 혼자 독하게 견뎌내며 '씨리얼'을 못먹는 것과'요가OO 유튜브'를 못 보게 된 것처럼.

웃긴 일인데 그때 그 무력감으로 아무것도 못해서 씨리얼만 먹고 지낸 시간.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고요한 음색의 요가OO 유튜브를 필사적으로 모믕ㄹ 움직여 보려던

내 살려던 의지가 지금에와서는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끔찍함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어이없게

씨리얼와 요가유튜브 채널을 무서워하게 된 지금.




친구와의 연락이 무서워진건

그때 내 자신이

갑자기
내가 가장 모르는 사람이 내가 되었을때의 그 끔찍한 고독과 거기서 한 발 나아가,내가 나를 모르고 못 믿을거면 살 가치가 있나?
내 자신이 내 남편이라면 이혼하고 싶고
친구라면 절교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두 영혼이 나라서 그만 나를 꺼버리고 싶다는 끔찍한 마음.

내 자신이 무용(無用)이라는 그 때의 내 끔찍한 마음과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것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다 나은 게 아니구나...


그 시간들이 돌아오면 어쩌지 나는 무서워하고 있다.

여전히.


간만에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이 울컥울컥한다.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을 정리해야지하면서 4월초부터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다가 아직도 쉬이

내 이 무섭고 또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나의 이런 마음들을 어떻게 마주해야할지 모르겠다만,


흉터진 마음을 다시 받아들이고,

내 안에 이렇게 꾸물대는 어두운 기억들을

아니 아직도 현재형인 이들을 또다시 수용해야겠지.

또 끊임없이 나를 바라보고,

쓰고,

그리면서

나를 또 갈고 닦아나가야겠지.


인생에 하프 마라톤만 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지만,

나는 또 운동화끈을 매고 풀 마라톤을 뛸 것이다.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고,

커피가 달아서 맛난게 아니라 sweet bitter taste에서 우리는 맛을 느끼는 거니까!

내 인생의 맛도 그렇겠지.


별거 아닌 일들을 아직도 어렵게 받아들이는 나란 사람이다.


이번주말에는 친구에게 연락도 해보아야하겠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은 이렇게
완벽한 타인-
브런치
에만 남겨두기로 한다.지금은
소중한 사람들이 거기 있다는 건,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