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콘서트-10
경제학적으로 볼 때 재화로서의 미술 작품은 다면성이 있다. 미적 효용을 주는 소비재이자 작가의 명성과 그림의 미술사학적 의미, 예술성 등으로부터 나오는 지적 만족감도 준다. 즉 사치재이자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미술작품은 장기적으로는 자산을 구매한 후 재판매할 때 실현될 수 있는 가격 차이에서 나오는 자본이득(capital gains)을 기대하는 투자자산이기도 하다.
현재 전반적인 미술 시장은 위축된 모습이다. 최근 유럽 테파프(TEFAF)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세계 미술시장 규모는 638억달러로 2014년 688억달러에서 7% 감소했다. 중국 미술시장은 23% 하락하고, 영국시장도 9% 하락했다. 하지만 100만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된 상위 1% 예술품 거래 금액은 9% 증가한 것으로 밝혀져 미술시장 거래의 양극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미술시장이 형성되려면 우선 세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 미술품을 창작해 내는 작가와 이를 거래하는 화랑 또는 매개자, 그리고 미술품을 사고자 하는 소장가 혹은 수집가가 있어야 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각각 공급자, 중개자, 수요자가 되겠다. 이번 회에서는 이런 거래가 활발히 벌어지는 시각예술시장의 종류와 유형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 화랑
화랑에는 기획화랑, 상업화랑, 대관화랑, 그리고 대안공간 등 4가지 대표적인 운영 형태가 있다. 이들은 화랑의 이름이 들어간 미술잡지를 발간하고 언론사와 제휴한 대형 전시를 하며 국제적 작가의 작품을 초빙한 전시를 유치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때로는 가격파괴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하고, 소장 작품을 해외 전시회에 진출시키기도 한다. 지방에는 몇몇 상업화랑이 있으나, 대부분은 기획과 대관을 위주로 한다.
대안공간은 외국에서 먼저 선보인 형태를 우리나라식으로 변형시킨 것이다. 기존의 화랑에서 전시하기를 꺼릴 수도 있는 작품이나 행위예술 등을 전시하거나 발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서울에는 대안공간 풀, 정다방프로젝트, 대안공간346 등이 있으며 실험적 성격이 강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지만 화랑에서 직접 판매하지는 않는 것이 관행이다.
▶아트페어
아트페어(art fair)는 경매와 함께 가장 중요한 미술품 거래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86년부터 시작된 화랑미술제가 서울아트페어로 이름이 바뀌면서 열리고 있고,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도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외에도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이 있어 외국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프랑스 파리 FIAC, 바젤 아트페어(Art Basel), 시카고 아트페어(Art Chicago) 등 3곳을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칭한다.
▶사이버 미술시장
최근에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랑이나 경매회사가 온라인을 통해 주로 중저가의 미술품을 경매하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경매와 같은 직접적인 거래 형태를 취하는 경우도 있고, 사이버 갤러리를 개설하거나 종합 사이트를 개설하는 경우도 있다. 넓게 보면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가 웹툰 관련 스티커·액세서리 등 작품을 판매하는 것도 이와 같은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경매 등 기타
뉴스를 보다 보면 '○○작품 ○○○○억원에 낙찰돼 세계 최고가 경신' 같은 기사를 가끔 볼 수 있는데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경매의 힘이다. 세계적으로 영국 소더비와 미국 크리스티가 가장 크고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1977년 신세계가 처음 시작한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경매회사가 늘어나 현재 수십 곳이 미술품을 거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장 말고도 TV홈쇼핑, 자선바자, 지인거래, 건축물 내 미술장식품 의무 설치 등의 거래 형태가 존재한다. 또 2016년 한국 미술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우환 화백 위작 논란사건'처럼 가짜만 취급하는 시장이 따로 존재하기도 한다니 참 별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