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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Johan Mar 31. 2017

게임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문화경영 콘서트 -12

어느 날 익용과 친한 친구 재용이 실시간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나 우정을 과시하지만 포화가 빗발치는 전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키보드를 치고 마우스를 클릭하면서 최대한 집중해본다. 그러곤 자신의 캐릭터가 어디서 날라올지 모르는 적의 포격으로부터 효과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어떻게 해야 적의 포격에 안전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 재용 말에 "적의 포격으로 막 생긴 웅덩이에 뛰어들면 돼"라고 익용이 대답한다. 이어 그는 "탱크나 군함에서 포격을 할 때 포신을 고정하고 계속 쏴대는 것보다 다양하게 발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적의 의도를 역이용한 것이지"라고 말한다. 재용이 '뭐지 왜 이렇게 똑똑해?'라는 듯 놀라는 눈빛으로 익용을 본다. 둘은 이어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방금 포격으로 깊게 파인 웅덩이로 캐릭터를 자신 있게 움직인다. 

◆확률의 장난, 도박사의 오류 

 사람들은 보통 과거의 결과를 미래의 예측과 결부시키곤 한다. '넷째까진 아들이었으니 다섯째는 딸이 나오겠지' '이 프로게이머는 지금까지 연속으로 준우승만 했으니 이젠 우승할 거야' '지금껏 소개팅에 계속 폭탄만 나왔으니 이번 소개팅도 뻔하겠지' 등등. 이를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라 부른다. 

 사전적 정의는 '서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 확률사건에서 상관관계를 찾아내려 하는 사고의 오류'다. 예를 들어 동전을 10번 던졌을 때 앞과 뒤의 비율이 8대2로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앞이 많이 나왔으니 다음에도 앞이 나올 것이다" 혹은 "뒤가 적게 나왔으니 이번엔 뒤가 나오겠지"라고 해석하는 것이 도박사의 오류다. 

 물론 동전 던지기에서 10차례 연속 앞면이 나왔다면 그다음에는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11차례 연속 앞면만 나올 확률은 2048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평균 확률로 수렴하는 자연스러운 통계적 현상일 뿐이고, 11번째 시도에서 동전 앞과 뒤가 나올 확률은 여전히 5대5다. 

 (각주: 이를 이해하기 위해 익혀야 하는 개념이 '독립사건(independent event)'과 '종속사건(dependent event)'의 구분이다. 쉽게 말해 독립사건은 두 사건 A와 B가 있을 때 A에 일어난 일이 B가 일어나는 확률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독립사건, 준다면 종속사건이라 볼 수 있다. 결국 도박사의 오류는 독립사건을 종속사건이라고 해석한 것에 따른 오류가 되는 것이다. '이 정도나 했는데 이젠 슬슬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겠어?'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보상심리라 할 수도 있겠다.) 

◆우리 주위 '도박사의 오류'들 

 현실세계에서 도박사의 오류는 정말 눈물나게 많다. 대표적인 게 로또 당첨이다. 인터넷을 보면 지금까지의 결과 통계를 분석해서 다음 회차에 나올 가장 확률 높은 숫자를 알려준다는 식의 사이트가 많은데, 로또 추첨 방식은 무작위로 숫자를 추출해내는 완벽한 독립시행이다. 아무리 열심히 기록하고 분석해봤자 다음 추첨도 100% 무작위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은 전부 무용지물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비싼 회비를 지불해가며 대박을 노린다. 비슷하게 '당첨이 많이 나온 로또 판매점에서 로또 당첨 확률이 더 높을 것'이란 생각도 마찬가지다. 

 리그오브레전드·스타크래프트 등 각종 e스포츠 중계에서도 이런 식의 해설을 들을 때가 있다. 예컨대 "홍진호 선수는 2대0으로 지고 있지만 상대편 선수와의 상대전적에서 앞서고, 이번 맵의 특성도 이 선수에게 유리하죠. 세 번째 경기에선 역전의 발판을 충분히 기대해봅니다" 같은 해설 말이다. 당연하지만 앞선 두 경기 결과는 각 개인의 멘탈 문제와 결부되지 않는 한 세 번째 경기 승패 확률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앞서 말한 익용과 재용의 캐릭터도 폭탄을 피한 병사가 웅덩이에 숨거나 그 자리에 그냥 있거나 다음 포격을 맞을 확률은 같다. 오히려 방심하고 있다가 폭탄을 맞고 죽을 확률이 더 높을 수도 있겠다. 

 이와 관련된 유머가 있다. 한 환자가 국부에 총을 맞고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환자를 유심히 보더니 "이 수술의 성공률은 약 10%입니다"라고 말했다. 환자가 한숨을 쉬면서 "아니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합니까?"라고 말하자, 의사는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반드시 완치될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환자가 생기를 띠면서 "정말 다행입니다만, 어째서 그렇습니까"라고 말하자 "앞선 환자 9명의 수술이 실패했거든요"라고 의사가 다시 답했다. 

◆정신 차려야 당하지 않는다 

 도박사의 오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엉뚱한 자의 배만 부르게 할 수 있다. 일부 온라인게임 유저가 경험을 통한 통계라며 옹호하는 '강화제물(제물시행)'을 살펴보자. 이는 독집시행을 반복해서 각각 사건이 모두 동일할 확률과, 독립시행을 반복한 뒤의 다음 독립시행의 확률을 혼동해서 생기는 대표적인 오류다. 

 온라인게임에서 여러 아이템을 무작위로 묶어 운이 좋으면 비싸게 파는 아이템을 뽑을 수 있다며 '현질'을 유도하는 '확률형 아이템'도 마찬가지다. 원칙적으로 여러 번 결제한다고 해서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더 높아진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각주: 몇몇 게임들은 '의사 난수 분포(Pseudo Random distribution)'를 통해 이 확률을 조정하기도 하지만, 이것까지 다루면 매우 어려워지므로 다음에 논의하자.) 

 하지만 사람 일에 완벽한 것은 없는 법. 역으로 생각하면 도박사의 오류를 이용해서 오히려 각종 사기수법으로 악용할 여지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학자들은 100번 던져 앞면이 100번 나온 동전이 있다면 다시 던질 때 또 앞면이 나올 확률을 자신 있게 2분의 1이라 하겠지만, 현실감각이 있는 사람은 동전에 누군가 무슨 장난을 쳤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라고 밝힌다. 

 이처럼 이론을 정확히 숙지하면서 현실세계도 잘 이해하고 있어야 '눈 떠도 코 베어 가는 세상'에 당하지 않는 삶인 것이다. 누군가 그랬듯 '이불 밖 세상'은 위험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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